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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기정
- 중앙대 교육학과 졸업
- 2000년 도미
- 둘루스 거주
- 애틀랜타 문학회 회원

해뜨는 집

keyjohn2016.06.22 22:50조회 수 90댓글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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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는 노름꾼이었고

엄마가 죽고나서 나는

어린나이에 일을 시작했다

돈과 남자가 있는

New Oleans

 해뜨는 집'에서....

-

Animals version 보다 Dolly Parton Version이

더 다가오는 '해뜨는 집'은

내 틴에이져 마지막 시절과 오버랩 되기 때문이다.

53번 시내버스를 학교가는 길은 

청량리 성바오로 병원 옆골목-

사람들이 588이라부르는 홍등가를 지난다


연분홍 진달래 색 등을 켠 유리문 너머로

핫팬츠나 시뜨루 드레스를 걸친 여자들이

모딜리아니의 여인들처럼 앉아있다.


그녀들의 입은 츄잉검으로 바쁘고

눈은 행인들을 훑느라 쉴 틈이 없었다.

어쩌다 버스안의 나와  눈이 마주치면

그녀들의 윙크는 부질없이 내 사타구니를 얼얼하게 했고

나는 꼬리뼈 근처의 시큰거림으로  진저리를 치곤했다.


그리고 40년 후 New Oleans에는 더 이상 그녀들이 없었다.

18세기 불란서풍 집들은 발코니에

반쯤 시든 화초들을  을씨년스럽게 메달고 있고

화초들 사이이에 드문 드문 다리를 꼬고 앉아있는

정체를 알 수 없는 금발들은

어쩌면 '해뜨는 집'의 그녀들 일지도 모른다고

내 사춘기적 상상력에 억지 허구를 만들기도 했다.


Gumbo는

가난한 해변가 주민들의 특별할 것 없는

죽같은 레시피를 가지고 있다.

요리 절차나 재료의 개성을 살리기 보다는

간편함과 허기를 달래기에 더 적합한

그래서 쓰도록 짭잘하고 비루하기 까지 했다.



양파 파슬리 피망같은 야채를

밀가루 푼 물에 끊이다가

거칠게 반토막 낸 게와  굴 같은 것들을 넣고

계산없이 분노같은 화력을 더한 절망같은 요리


바케트 빵으로  Gumbo 국물을 휘저으니

빵에 바닷가 풍미가  더해져

목으로 별저항없이 넘어간다.


벽안의 옆테이블 신사는

별스럽게 먹는다는 듯 나를 힐끔거리다가

눈이 마주치니 기계적인 미소로 무안함을 지워 뭉갠다.


내 젊은날의 열정에 답사같은 여행을

지루해 하는 가족들을 위해

올라 탄 마차투어


KFC 입간판 같은 할베는

자랑스럽게 삼백년 넘은 건물들의 이력과

하릴없는 거래가격까지 폭포처럼 쏟아지는  침에 섞는다.


귀가 길에 들른

Biloxi해변은 50미터를 들어가도

물이 무릎을 넘지 않았고


물결이 만들어 올린 냄새가
코끝을 스칠 때는

낮에 먹은 Gumbo가 그새 추억으로 떠오른다.


개스스테이션에 화장실에서 마추 친

브레드 핏을 닮은 청년의 붉게 탄 어깨와

속눈썹에 내려앉은 먼지를 보며

내 삶의 현장도 머지않았음을....

 하여 그 무게감을 떨칠 수 없었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석양을 등지고 돌아 갈 거처가 있고

지지고 볶아치는 가족이 있다는 현실이

눈물겹고 짠했다.




*시작노트

사춘기에 즐겨듣던 'House of rising sun'의 배경이 되는 New Oleans는 느추하고

느리고 끈끈하고 일회적으로 아름다웠다.

어쩌면 '아름답다'는 표현은

내 사춘기적 환상을 지키고 싶은 자위적인 감상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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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드라마 나의 시네마 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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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4
  •  단편영화의 씨나리오 를  읽은  기분


    두번이상 읽어야 나름대로 그림이 오네요


    매일 여행처럼 즐겁게 지내세요

     

  • 김복희님께
    keyjohn글쓴이
    2016.6.23 13:05 댓글추천 0비추천 0

    두번이나 읽어주셔서 감사드려요

    다리에 기운 빠지기전에 부지런히 다니려고 애쓰는 중입니다.

    더위에 컨디션 조절 잘하시길 바래요.

  • 년전에 들렸든 비오는날의 뉴올리언스 고가다리 밑에서

    섹스폰 소리에 간간이 들리든 늙은 흑인들의 부루스, 다시 가고 싶네요

  • 석정헌님께
    keyjohn글쓴이
    2016.6.23 13:08 댓글추천 0비추천 0

    선배님 벌써 다녀오셨군요?


    길거리 흑인부부의 퍼포먼스가 맘에 들었음에도

    구걸통에 한푼도 적선하지 못한 것이

    못내 마음에 걸리네요


    당관리 잘하고계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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