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이한기
- 국가유공자
- 계간 미주문학 등단
- 미주한국문인협회원
- 애틀랜타문학회원

금선탈각(金蟬脫殼) (1)

이한기2023.10.16 08:41조회 수 57댓글 0

    • 글자 크기

    금선탈각(金蟬脫殼) (1)       

                               淸風軒     

 

차고 뒤, 길 건너 넓은 뜰에

두그루 벚꽃나무 옆에

불청객(不請客)처럼 멀뚱하니

 서 있는 배롱나무 한 그루,

수시로 얇은 껍질을 벗는

나목(裸木)이다.

아침 해 오르기 전, 더덕더덕

일어난 껍질을 벗기고

매끈하게 몸단장을 시켜주는

것으로 나의 일상(日常)을 

시작한다.

 

여느 때처럼 오늘 아침에도

배롱나무의 몸을 단장하는데

금빛 매미 한 마리가

배롱나무를 부둥켜 안고

있는게 아닌가! 살금살금

다가가 눈을 가까이 하니

속이 텅 빈 금빛 매미다.

누가 볼까 부끄러워 아마

캄캄한 어둠속에서 허물을

벗고 날아간 흔적, 아,

금선탈각이다.

 

애벌레(굼벵이)로서 7년을

넘는 인고(忍苦)의 세월을

보내고 껍질을 벗은 후에

수컷은 여름 정취(情趣)를

더해주는 사랑의 세레나데를

부르며 사랑을나눈 후에,

그리고 암컷도 알을 낳은

후에 각각 흙으로

귀향(歸鄕)한다.

참으로 묘(妙)한 삶의

여정(旅程)이네!

 

나는 74년을 밝은 땅 위에서

인고(忍苦)의 세월을

보냈건만 아직도 때묻어

찌든 허물을 뒤집어 쓰고

있으니---

어느 때일런가! 때묻어 찌든

허물 벗어버리고날아오를

날이, 그런 후 잠시 더 땅에

머물다 금선(金蟬)처럼

이 몸은 태초의 본향(本鄕)인

흙으로 돌아가리라. 

조견오온개공照見五蘊皆空!

 

*Atlanta 한국일보 게재.

     (2021년 9월 24일)

    • 글자 크기

댓글 달기

번호 제목 날짜 조회 수
177 방점(傍點) 2023.11.13 105
176 숨어버린 젊음 2023.09.21 105
175 비익조(比翼鳥) 2024.05.21 104
174 사소些少한 것에 - 단상斷想 - 2024.04.12 104
173 나의 나래 2024.04.11 104
172 살인한파(殺人寒波) 2024.01.16 104
171 땅거미가 내릴 때 2023.11.05 104
170 오늘은 2024.02.13 103
169 아치설/아찬설 2024.02.05 103
168 사람은 죽어서 이름을 남긴다 2023.10.09 103
167 남명(南冥) 조식(曺植)의 경의검(敬義劍) 2023.09.30 103
166 한가위 은쟁반 2023.10.01 102
165 Valentine's Day 유감遺憾 - 단상斷想 - 2024.02.15 100
164 Atlanta에 서설(瑞雪)이 내리는데 2023.09.30 100
163 무명용사(無名勇士) 영령(英靈) 2023.11.11 99
162 하늘마저 슬피 우네 2024.05.27 98
161 수저(匙箸) 타령 2023.11.07 98
160 낮은 포복(匍匐)해 보는 게 2023.11.05 97
159 어색(語塞)해 - 단상(斷想) 2023.11.06 95
158 돌아가는 길이 지름길 2023.10.31 94
이전 1 ... 4 5 6 7 8 9 10 11 12 13... 17다음
첨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