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자유 게시판에는 자유롭게 글을 올릴 수 있지만 다른 사람의 비방이나 험담은 자제 해주시기 바랍니다

정거장에서의 충고 - 기 형도-

관리자2024.01.02 18:03조회 수 1댓글 0

    • 글자 크기

 

 

 

 

 

정거장에서의 충고 

 

 

-기 형도-

 

 

미안하지만 나는 이제 희망을 노래하련다

마른 나무에서 연거푸 물방울이 떨어지고

나는 천천히 노트를 덮는다

저녁의 정거장에 검은 구름은 멎는다

그러나 추억은 황량하다, 군데군데 쓰러져 있던

개들은 황혼이면 처량한 눈을 껌벅일 것이다

물방울은 손등 위를 굴러다닌다, 나는 기우뚱

망각을 본다, 어쩌다가 집을 떠나왔던가

그곳으로 흘러가는 길은 이미 지상에 없으니

추억이 덜 깬 개들은 내 딱딱한 손을 깨물 것이다

구름은 나부낀다, 얼마나 느린 속도로 사람들이 죽어갔는지

얼마나 많은 나뭇잎들이 그 좁고 어두운 입구로 들이닥쳤는지

내 노트는 알지 못한다, 그동안 의심 많은 길들은

끝없이 갈라졌으니 혀는 흉기처럼 단단하다

물방울이여, 나그네의 말을 귀담아들어선 안 된다

주저앉으면 그뿐, 어떤 구름이 비가 되는지 알게 되리

그렇다면 나는 저녁의 정거장을 마음속에 옮겨놓는다

내 희망을 감시해온 불안의 짐짝들에게 나는 쓴다

이 누추한 육체 속에 얼마든지 머물다 가시라고

모든 길들이 흘러온다, 나는 이미 늙은 것이다

 

 

 

 

2024년 1월 2일 화요일

 

 

 

 

 

    • 글자 크기
[디카시]나목 - 정성태 (by 관리자) 웰빙 - 한 백양- : 신춘문예 - 시 [2024 신년기획] (by 관리자)

댓글 달기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495 아프레 쓸라 (Apres cela) 관리자 2024.05.30 0
494 트바로티 김호중이 수감된 구치소에서 매일 아침 일어나는 일 관리자 2024.05.30 0
493 나그네 관리자 2024.05.30 0
492 더 깊이 사랑하여라 - J. Gaolt- 관리자 2023.12.04 1
491 [디카시]나목 - 정성태 관리자 2024.01.01 1
정거장에서의 충고 - 기 형도- 관리자 2024.01.02 1
489 웰빙 - 한 백양- : 신춘문예 - 시 [2024 신년기획] 관리자 2024.01.02 1
488 행복한 존재 - 김 은주- 관리자 2024.01.13 1
487 진 달래꽃 - 김 소월- 관리자 2024.01.26 1
486 민족대표 한용운 선생… '님의 생가'를 찾아서 관리자 2024.01.26 1
485 도서출판 문학공원, 김영수 시인의 ‘탐라의 하늘을 올려다보면’ 펴내 관리자 2024.01.29 1
484 돌맹이 하나 - 김 남주- 관리자 2024.01.29 1
483 김소월 개여울 해설 관리자 2024.01.29 1
482 내 고향 부여 -김동문- 관리자 2024.01.30 1
481 나를 좋아하기 연습 관리자 2024.01.31 1
480 어머님 생각 - 신사임당- 관리자 2024.02.08 1
479 이둠을 지나 미래로 - 침묵을 깨고 역사 앞에 서다 - 관리자 2024.02.09 1
478 그대를 처음 본 순간 - 칼릴지브란- 관리자 2024.02.12 1
477 하여가 - 이 방원- & 단심가 -정몽주- 관리자 2024.02.12 1
476 백석 시 ‘흰 바람벽이 있어’ 바구지꽃의 정체는? [김민철의 꽃이야기] 관리자 2024.02.21 1
이전 1 2 3 4 5 6 7 8 9 10... 27다음
첨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