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자유 게시판에는 자유롭게 글을 올릴 수 있지만 다른 사람의 비방이나 험담은 자제 해주시기 바랍니다

가을 무덤 祭亡妹歌(제망매가) - 기 형도-

관리자2024.01.02 18:08조회 수 3댓글 0

    • 글자 크기

 

 

 

https://www.donga.com/news/Culture/article/all/20180325/89284648/1

 

“기형도 시의 원점은 1975년 5월 16일 누이의 죽음에서 찾아야”

위의 내용의 원문을 읽으시려면 위의 링크를 클릭하신 후

읽으시면 됩니다

 

 

 

 

 

 

 

가을 무덤 

祭亡妹歌(제망매가)

 

- 기형도

 

 

누이야네 파리한 얼굴에

철철 술을 부어주랴

시리도록 허연이 零下(영하)의 가을에

망초꽃 이불 곱게 덮고웬 잠이 그리도 길더냐.

풀씨마저 피해 날으는푸석이는 이 자리에

빛 바랜 단발머리로 누워 있느냐.

헝클어진 가슴 몇 조각을 꺼내어

껄끄러운 네 뼈다귀와 악수를 하면

딱딱 부딪는 이빨 새로

어머님이 물려주신 푸른 피가 배어나온다.

물구덩이 요란한 빗줄기 속구정물

개울을 뛰어 건널 때

왜라서 그리도 숟가락 움켜쥐고

눈물보다 찝찔한 설움을 빨았더냐.

아침은 항상 우리 뒷켠에서 솟아났고

맨발로도 아프지 않던 산길에는

버려진 개암, 도토리, 반쯤 씹힌 칡.

질척이는 뜨물 속의 밥덩이처럼

부딪히며 河口(하구)로 떠내려갔음에랴.

우리는神經(신경)을 앓는 中風病者(중풍병자)로 태어나

全身(전신)에 땀방울을 비늘로 달고

쉰 목소리로 어둠과 싸웠음에랴.

편안히 누운내 누이야.

네 파리한 얼굴에 술을 부으면

눈물처럼 튀어오르는 술방울이

이 못난 영혼을 휘감고

온몸을 뒤흔드는 것이 어인 까닭이냐

 

 

 

2024년 1월 2일   화요일

 

 

 

 

 

 
    • 글자 크기

댓글 달기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415 타령(打令) 이한기 2023.11.18 40
414 우연(偶然)의 일치(一致)? 이한기 2023.10.24 40
413 명장名將 일별一瞥 (3) 이한기 2024.02.28 39
412 봄을 찾아(探春) 이한기 2024.02.22 39
411 산중문답(山中問答) 이한기 2024.01.19 39
410 이李종길 형兄을 추모追慕 이한기 2024.02.13 38
409 말과 마부 이한기 2024.02.29 37
408 USS Carl Vinson (CVN-70) Nuclear Propelled Aircraft Carrier 관리자 2024.02.04 37
407 오랫동안 꿈을 그리는 사람은 그 꿈을 닮아간다-10년전 서울대 합격생 수기 당선 관리자 2023.12.05 37
406 탄생誕生 이한기 2024.02.25 36
405 중앙일보 (7월의 시) 강화식 2021.08.11 36
404 2021 4월 정기모임 결과 보고 keyjohn 2021.04.12 36
403 그대여서/ 이명길 이한기 2024.01.07 35
402 착시와 패턴 -제65회 대학문학상 시 부문 가작4 관리자 2023.12.03 35
401 애문 2월 정모 결과 보고8 keyjohn 2022.02.14 34
400 문장작성文章作成 명名 글귀 이한기 2024.02.03 33
399 다산(茶山) 정약용의 노년유정심서(老年有情心書) 관리자 2023.11.21 33
398 나태주 시인님의 시화 감상해 보세요-장 붕익 선생님께서 단체 카톡방에 올려 주셨습니다1 관리자 2023.11.14 33
397 3월 애문 정모 결과 보고2 keyjohn 2022.03.14 33
396 시인詩人은 무엇인가 이한기 2024.02.26 32
이전 1 2 3 4 5 6 7 8 9 10 11... 27다음
첨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