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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꽃 시인 부부

관리자2024.01.14 01:10조회 수 4추천 수 1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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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풀꽃' 시인(詩人) 부부

 

‘풀꽃’이란 시(詩)로 꽤 널리 알려진 '나태주'라는 詩人이 있습니다.

시골 초등학교 교장으로 은퇴하신 분답게

중절모가 잘 어울리는 시골 할아버지입니다.

나태주 시인이 쓴 시(詩) 중 얼마 전에 알게 된 시(詩)가 하나 있습니다. 

 

병원(病院) 중환자실에서 시한부 삶을 선고 받을 만큼 중병을 앓고 있을 때,

곁에서 간호하는 아내가 안쓰러워 썼다는 시(詩)입니다.

 

‘너무 그러지 마시어요‘라는 제목(題目)의 시(詩)였는데,

아내를 위해 하나님께 하소연하는 내용이었습니다.

 

  [ 너무 그러지 마시어요, 하나님 ]

 

  너무 그러지 마시어요!

  너무 그러지 마시어요!

 

  너무 섭섭하게 그러지 마시어요. 하나님!

 

  저에게가 아니에요. 저의 아내되는 여자에게 그렇게 하지 말아 달라는 말씀이어요.

 

  이 여자는 젊어서부터 병(病)과 함께 약(藥)과 함께 산 여자예요.

 

  세상에 대한 꿈도 없고 그 어떤 사람보다도 죄를 안 만든 여자예요.

 

  신발장에 구두도 많지 않은 여자구요.

 

  한 남자의 아내로서 그림자로 살았고,

 

  두 아이 엄마로서, 울면서 기도하는 능력 밖엔 없었던 여자이지요.

 

  자기 이름으로 꽃밭 한 평, 채전 밭 한 뙈기 가지지 않은 여자예요.

 

  남편 되는 사람이 운전조차 할 줄 모르고 사는 쑥맥이라서

  언제나 버스만 타고다닌 여자예요.

 

  너무 그러지 마시어요.

 

  가난한 자의 기도를 들어 주시는 하나님!

 

  저의 아내되는 사람에게 너무 섭섭하게 하지 마시어요...

 

아내를 위한 간절한 마음이 뭉뚝뭉뚝 묻어나는데,

 

더 감동적이었던 것은 남편의 글에 화답하여

쓴 아내의 글이었습니다. 어찌 보면,

남편이 드린 기도보다 더 간절한 기도, 시인 아내의 절창(絶唱)이었습니다.

 

                 [ 너무 고마워요 ]

 

  남편의 병상(病床) 밑에서 잠을 청하며 사랑의 낮은 자리를 깨우쳐 주신 하나님!

 

  이제는 저이를 다시는 아프게 하지 마시어요.

 

  우리가 모르는 우리의 죄(罪)로, 한 번의 고통(苦痛)이 더 남아 있다면, 

 

  그게 피할 수 없는 우리의 것이라면,

 

  이제는 제가 병상에 누울게요.

 

  하나님!

 

  저 남자는 젊어서부터 분필과 함께, 

몽당연필과 함께 산 시골 초등학교 선생이었어요. 

 

  시(詩)에 대한 꿈 하나만으로 염소와 노을과 풀꽃만 욕심 내 온 남자예요. 

 

  시(詩) 외의 것으로는 화를 내지 않는 사람이에요.

 

  책꽂이에 경영이니 주식이니, 돈 버는 책은 하나도 없는 남자고요.

 

  제일 아끼는 거라곤 제자가 선물한 만년필과 그간 받은 편지들과 

  외갓집에 대한 추억뿐이에요. 

 

  한 여자 남편으로 토방처럼 배고프게 살아왔고, 

 

  두 아이 아빠로서 우는 모습 숨기는 능력 밖에 없었던 남자지요. 

 

  공주 금강의 아름다운 물결과 

  금학동 뒷산의 푸른 그늘만이 재산인 사람이에요. 

 

  운전조차 할 줄 몰라 언제나 버스만 타고 다닌 남자예요. 

 

  승용차라도 얻어 탄 날이면 꼭 그 사람 큰 덕 봤다고 

  먼 산 보던 사람이에요.

 

  하나님!

 

  저의 남편 나태주 시인에게 너무 섭섭하게 그러지 마시어요. 

 

  좀만 시간을 더 주시면,

 

  아름다운 시로 당신의 사랑을 꼭 갚을 사람이에요...

 

부부가 나누는 지극한 사랑이 엄청난 감동으로 전해집니다.

‘한 번의 고통이 더 남아 있는 것이라면

이제는 제가 병상에 누울게요.’라는 기도 앞에서는 눈시울이 뜨거워집니다. 

 

전지전능하신 하나님의 마음을 어찌 헤아릴 수 있을까요마는

이만한 기도를 물리치시기는 아무래도 어려울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토록 순박하고 아름다운 사랑이 우리 곁에 있었습니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사랑은 가장 가까운 곳에 있었습니다...

 

기쁘고 행복한 주일입니다!

 

2024년 1월 13일 토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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