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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복희
- 중앙대학교 예술대학 연극영화과 졸업
- CBS 제1기 성우, TBC 제1기 성우
- 1996년 수필공원 초회추천
- 대한민국 연극제 여우주연상, 동아일보 연극상 여우주연상, 백상예술상 여우주연상 수상
- 연극, TV, 영화 연기자 협회 회원, 애틀랜타 문학회 회원

임신했나 봐요

왕자2016.09.25 18:50조회 수 55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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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신 했나 봐요 /김복희    ( 한글검사기를 이용후에 )


임신했나 봐요 / 김복희


사나흘 지난 송편을 레인지에 데워 먹은 후

속이 메슥거리기 시작하더니 계속 거북하다가

토하기를 몇 번

처음 겪는 일이었다 건강은 자부했었는데 ..

아프지도 않고 열도 없으며 느글거림만 여전하고 참기 힘들어

병원엘 갔다

반가워하는 간호사에게

‘나 임신했나 봐요 메스거리고..'

‘하나도 안 웃겨요 요즘 그런 환자 많아요’ 라며 농을 한다

주사 맞고 약을 타다 먹으니 한결 증세가 약해지다가 가라앉았다

평상 바이러스는 일주간이면 끝이 난다고 한 다

가을맞이 시 낭송회와 이어서 시니어 합창 연주가 과로 했던가

나도 이렇게 병이나는구나 나이는 못속인다더니.. 이제까지 착각 속에서 산 것 같다

그사이 나는 겁나서 죽만 먹고 운동도 않고 누워있었다

기력이 떨어져서인가 며칠 전 나의 영결식을 연극 리허설 하듯 준비하는 꿈을 꾸었다

나는 죽었다는데도 내가 연출을 하는 것이다

집계는 어느 목사님께 부탁할까? 내가 좋아하는 나를 잘 아는 목사님은 한국 나가고 없고 우리 교회목사님은 새로 부임한 지 얼마 안 되어 나를 잘 모르고 친한 젊은 목사님들이 내 주위에 많으나 나의 장례식은 본인이 맡겠다던 절친 목사님은 좀 어딘가 까칠하고..

먼 길에서 달려올 내 아들도 목사인데 어머니 장례집계는 못 하는 법인가? 생시와 달리하나도 슬프지도 않고 담담하였다

꿈속에서도 아, 이렇게 갈 때는 아무 감정이 없어서 미련 없이 떠날 수 가 있구나 싶다

현실의 난 아직도 젊은 줄 알고 사랑을 하고 싶었는데도...

뒤숭숭한 꿈속에서 눈을 뜨며

아 ,80을 넘으니 이런 꿈도 꾸는 구나

떠날 준비는 필수인데 서서히 시작해야지 라는 생각을 하였다

마음을 비웠다 욕심 없다 하면서도 버리지 못하는 것들이 있다 떠나기 전에 필요한 사람들에게 나누어 주어야지..

십 수 년 전 일이다 내가 존경하는 고 한은진 선생님 ( 연극배우 출신 영화배우)께서 TV 드라마 녹화 날 오셔서 나 죽으면 아무도 내 옷 안 입을 것이니 맞는 후배들에게 의상을 나누어 주겠다 말씀하셨다 선생님은 70대 였고 그때 난 60대 초였다 역시선생님답다 라고 공감이 갔었다

체격이 비슷한 후배가 몽땅 횡재를 하였었지 ..

나름대로 조금씩 정리하고 있다 했지만 아직도 너무 많은 것을 갖고 있다 언제인가 연극을 하겠지 하며 버리지 못하는 남이 보면 쓰레기 같은 의상이나 소품들 .... 연극마저도 미련 없이 던져 버리고 간단히 살다가 가볍게 떠나가고 싶다

어제 오후에는 그동안 많은 신세를 지은 젊은 지인에게

잘 어울리는 작은 목도리를 주려고 불렀다 기뻐하는 모습이 나도 기쁘기만 하다 그에겐 썩 잘 어울리는 선물이다

주차장으로 가는 뒷모습을 보며 힘없는 내 다리는 휘청였지만 마음은 참 가벼웠다

잘했다, 참 잘했다 잘하는 짓이다, 내게 칭찬하는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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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오늘저녁/김복희 일기 /김복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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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1
  • 왕자글쓴이
    2016.9.28 12:08 댓글추천 0비추천 0

    댓글 주셨던 회원님들께,


    글을 고치려다 잘못하여  삭제가 되어


    댓글 주신분들의 글 마저 삭제 되었습니다  죄송합니다 


    다시는 이런실수 않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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