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송정희
- 비올라 연주자
- 애틀랜타 문학회 회원

어느 노부부 (5)

Jenny2016.10.20 09:06조회 수 4댓글 0

    • 글자 크기

어느 노부부 (5) / 송정희

 

좁은 베란다의 빨래건조대 사이로

하늘의 먹구름이 모인다

망할 놈의 날씨

빨래도 못마르게

할머니가 투덜대신다

 

날씨 때문이 아니라

몇 주째 전화 한통 없는 자식들 때문에 마음이 상하신거다

바깥어르신도 마찬가지지만 애써 안노인 맞장구를 치지 않으신다

 

이내 눈물 꾹 훔치시는 할머니를 못 본척

할아버지는 지팡이를 찾으신다

경로당에나 가볼까 중얼거리시며

비오면 길 미끄러운데

그냥 집에 있으라고 할머니는 목 맨 소리로 붙드신다

 

가타부타 말씀없이 잡았던 지팡이 제자리에 세워두시고

짠지적 두어소당 부쳐봐 막걸리나 마시게

그렇게라도 할머니를 위로해주시려는 바깥어르신

 

그렇게 살아오신 두분

솜털 가득하번 할머니 양볼이

가뭄에 갈라진 땅바닥처럼 주름이 패이도록

다정히 볼 한번 부벼주지 못한 어르신

오늘은 권주가라도 부르시려나 봅니다

 

    • 글자 크기

댓글 달기

번호 제목 날짜 조회 수
1056 카페인 끊기2 2020.02.10 40
1055 꽉 막힌 길2 2018.08.30 17
1054 9월 문학회 월례회를 마치고2 2019.09.08 38
1053 꽃병의 육손이 백합2 2018.02.21 13
1052 참새 방앗간2 2017.08.22 27
1051 필연2 2017.06.14 24
1050 자스민이 핀 아침2 2017.03.14 16
1049 비 내리는 밤2 2019.08.02 17
1048 오늘의 소확행(6,25)1 2018.06.25 9
1047 올봄엔1 2018.03.12 10
1046 오늘의 소확행(10월24일)1 2019.10.29 12
1045 어머니와 약주1 2017.05.06 16
1044 1 2017.01.07 116
1043 그만한 사람이 없었습니다1 2017.01.07 18
1042 오늘의 소확행(1월 마지막날)1 2019.02.01 18
1041 아침 소나기1 2019.12.09 13
1040 조간신문1 2017.02.07 11
1039 스와니 야외 공연장의 풍경1 2017.05.27 19
1038 분홍신을 신고서1 2018.05.14 10
1037 아침수영1 2019.05.16 21
이전 1 2 3 4 5 6 7 8 9 10... 55다음
첨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