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진 우주(宇宙)
淸風軒
수많은 목숨을 끊어버린 칼
백정(白丁)이 칼을 잡았다
달콤한 맛, 상큼한 향香,
우주를 품은 빨간 몸둥아리
체념(諦念)한 듯 몸 맡긴다
빙글빙글 돌리는 살바퀴
하얗게 드러난 벌거숭이
흐뭇한 웃음 머금은 칼잡이
침 흘리며 눈알 굴린다
냉큼 집어든다, 살점 하나
입에 넣고 와작와작 씹는다
잠깐 음미(吟味)하더니
본능적으로 꿀꺽 삼킨다
홀연(忽然)히 사라진 우주
<글쓴이 Note >
우주를 품은 빨간 몸둥아리 (사과)
한 티끌 속에 우주가 있고
우주 속에 한 티끌이 있다.
영원도 한 찰나이며
한 찰나도 영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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