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송정희
- 비올라 연주자
- 애틀랜타 문학회 회원

요리하실래요

송정희2016.11.08 19:47조회 수 7댓글 0

    • 글자 크기

요리하실래요 (1)


양심의 도마를 잘 닦아 반듯하게 놓으세요

진실의 날이 잘 세워진 칼을 도마위에 놓습니다

오늘은 새콤달콤한 비빔국수를 만들 겁니다

불조절을 잘 하셔서 면을 삶아내세요

다른 이에게 상처를 줄 정도의 높은 열은 줄이시고

다른 이에게 무관심했던 냉담함에는 불씨를 붙여주세요

면이 쫄깃하려면 한 번쯤 채찍질이 되는 찬물 한소끔 필요합니다


오이, 당근과 양파를 한개씩 양심의 도마위에 차례로 얹고

진실의 칼로 채썰어 주세요

너무 굵게도 또 너무 가늘게도 썰지마시고

너무 굵으면 욕심이 과하고 가늘면 소심해지거든요

자, 다 썰으셨으면 넉넉한 마음에 넓은 양푼에 넣으세요

맛있는 양념장을 만들겠습니다

우선 한국인의 자존심인 고추장을 두큰술 넣으시고

지루한 일상에서 확 깰수 있는 새콤한 식초 두큰술

평생을 간직해야할 사랑만큼 달콤한 설탕이나 꿀도 두큰술

서로 삐꺽댈 때 기름칠 해야죠 참기름 한 큰술

자, 이제 아프지 않게 살살비벼주세요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이에게 대접하는 기분으로

가장 아끼는 예쁜 그릇을 꺼내 새콤달콤한 비빔국수를 담으세요

최고의 요리사처럼 한껏 멋을 부리며

빼놓으면 안되는 것이 있죠

사랑하는 사람에게 칭찬을 아끼지 않듯 통깨를 국수 위로 살살 뿌려주세요

이제 완성입니다

나누고 싶었던 그리운 이와 마주 앉아

눈웃음하며 먹어볼까요


    • 글자 크기
사기꾼 김밥싸는 아침 (by 송정희)

댓글 달기

번호 제목 날짜 조회 수
136 겨울1 2017.01.03 10
135 행복한 꿈 2017.01.03 10
134 나의 아들(5)1 2016.11.30 12
133 내 옷장속의 가을 2016.11.30 49
132 수필: 내 옷장속의 가을 2016.11.30 20
131 수필: 가려진 시간 속으로의 여행 2016.11.30 14
130 수필: 수영장의 풍경 2016.11.30 11
129 수필: 에보니 밥 2016.11.22 17
128 나의 어머니 (17) 2016.11.22 17
127 작은 뽕나무 공원 2016.11.22 20
126 우리들의 잔치 2016.11.15 71
125 멀찌감치 2016.11.15 20
124 선물 2016.11.15 25
123 분열이 지난 뒤 2016.11.15 9
122 나의 아들 (5) 2016.11.15 10
121 갈바람 2016.11.15 35
120 애팔레치안 츄레일 첫째날 2016.11.08 77
119 부고 2016.11.08 63
118 사기꾼 2016.11.08 20
요리하실래요 2016.11.08 7
이전 1 ... 44 45 46 47 48 49 50 51 52 53... 55다음
첨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