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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정희
- 비올라 연주자
- 애틀랜타 문학회 회원

포롱이와의 산책

송정희2019.11.08 16:44조회 수 16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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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롱이와의 산책

 

언젠부턴가 아침산책은 포롱이만 데리고 나간다

잠이 많은 까미는 걷기 싫어서 질질 끌려 다니는게 안스러워

포롱이와 단둘이 산책을 나선다

산책중에 오줌으로 영역표시만 하고 배변은 잘하지 않는 포롱이

오늘은 집을 나서서 십분쯤 다리를 벌벌 떨며 힘을 주는게

똥을 누려는것같아 걸음을 멈추었다

엄지 손가락만한 똥을 한덩어리 눟고는 더이상 안눟고 걷기 시작한다

하필이면 똥봉투가 하나밖에 없다

이번것을 버리면 다음엔 봉지가 없어서 낭패인데 싶어

난 봉지를 뒤집어 똥한덩어리를 잘 집어 가방에 넣는다

아니나 다를까 산책후 50여분쯤 어떤집 드라이브웨이에서 변을 본다

이번엔 묽은변을 뚝뚝뚝뚝

아까 보관해두었던 똥봉지를 뒤집어 묽은 똥을 집는데 워낙 묽어서 뭉개진다

하필이면 깨끗한 시멘트 드라이브웨이에서 볼일을 볼줄이야

가지고 있던 물티슈로 시멘트 바닥을 싹싹 닦는다

H,O,A( House Owner Association) 홈피에 불평이 올라오면 안되니까

별 사소한것도 사진을 찍어 올리고 유난스런 동네라서

아픈 허리를 굽혀 쪼그리고 앉아 녀석의 배변물을 치우고

공용 수영장 근처의 쓰레기통에 봉투를 버리고 다시 걷는다

이번엔 포퐁이가 어떤집 잔디 끝에 뛰어가서 뭔가를 물고 나온다

나뭇잎은줄 알았다 늘 그러니까

그런데 뭔가 이상한것같아 자세히 보니 새앙쥐를 물고 있는것이 아닌가

심지어 그 작은 쥐는 손인지 발인지 꼬물꼬물 움직이고 있었다

난 기절 일보직전

소리를 지르고 난리를 쳤더니 포롱이도 놀래서 물었던것을 뱉어놓는다

아주 작은 쥐였다, 죽지는 않았는데 도망가지는 못한다

난 목줄을 끌어당기며 뛰었다

허리 아픈것도 잊고 얼마를 뛰었다

포롱인 두고 온 생쥐가 아까운지 자꾸만 뒤를 돌아본다

두달전쯤인가

밤에 산책을 하는데 꽤 큰 뱀을 만났다

난 뱀인줄도 모르고 걷는데 그때도 포롱이가 뱀을 건드려서야 그게 뱀인줄 알았다

제법 큰 뱀이었는데 포롱이가 건드리자 꾸물대며 우리쪽으로 오는게 아닌가

나와 까미는 줄행랑을 치고 포롱인 미련이 남아 뱀에게로 가려고 버둥대고

그때도 한바탕 난리를 쳤었다

호기심 많은 포롱인 이제 겨우 한살

두서너살이 되어야 점쟎아 진다는데 앞으로 어떤 일들이 산책길에 생길지

 기대반 걱정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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