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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정희
- 비올라 연주자
- 애틀랜타 문학회 회원

오이꽃

송정희2017.05.02 07:46조회 수 24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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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이꽃

 

아침에 눈 뜨자 마자

허겁지겁 슬리퍼에 발을 넣고 밖으로 나간다

어제 노란 꽃봉오리였던 오이꽃

드디어 활짝 꽃이 피고

꽃밑에 매달린 이센티미터 가량의 오이가

쬐끔 길어졌다

 

세개의 오이모종이 모두 원통철사 지지대를 붙잡고

마치 체조선수들이 철봉위로 올라가려는 자세로

의연히 나를 본다

절로 물개박수가 나온다

얇은 잠옷사이로 아침바람이 차가워

다시 오마고 약속을 하며 튀듯 집안으로 들어온다

 

거실에 피어있는 꽃들이 날 비웃는다

간에 붙었다 쓸개에 붙었다 한다고

그래 그래 나 그런 인간이다 왜

꽃들의 비웃음을 간신답게 내치고

겉옷을 하나 더 걸치고 오이꽃 보러 나간다

 

우리 밤에 좀 추웠는데 잘 견뎠죠

하며 내게 응석을 부린다

그럼 그럼 얼마나 잘했는데

난 그 응석을 넙죽 받아준다

 

옆에 있는 빨간 장미들이 웃겨 하며 삐친다

내가 귓속말을 해준다

쟤들은 한해밖에 못살아 그러니까 예뻐해야지

느네는 계속 나랑 살쟎아

빨간 장미들이 고개를 끄덕인다

 

화해조정자인 나

그렇게 정원겸 텃밭에 평화를 가져오고

거실로 들어오니 아직 꽃들이 삐쳐있다

해줄 수록 양양이라니까

흥 누가 겁나

이렇게 나의 집안팎은 사랑싸움이 한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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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이꽃 (두번째) 오월의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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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2
  • 누군가는 모종 사는 일을

    "몇푼 한다고 그래 사먹지?"

    라고 말하던데

    경이로운 과정을 몰라서 하는 말이겠지요?


    줄리아씨의 정원은 작은 우주이자 주인의 놀이터네요.

    계속 소식 전해주세요

  • 부지런하셔야 좋은 오이가 맻힘니다

    무궁무진한 시상에 경의를 포함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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