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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정희
- 비올라 연주자
- 애틀랜타 문학회 회원

어머니와 커피

송정희2017.04.30 07:44조회 수 1382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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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와 커피( 수필)

 

둘째아이 지은이를 낳고 몸조리를 하던 중, 내가 스물여덟이었지요.

새로 부임하신 목사님과 권사님 그리고 집사님들 대여섯분들이 심방을 오셨지요. 어머님은 과일을 예쁘게 깍아 담으시고 아끼시던 커피잔을 꺼내 커피타실 준비를 일찌감치 끝내시고 손님 맞으셨지요.

나는 퉁퉁부은 얼굴을 하고 나와 잠시 인사만 드리고 방으로 들어가고, 보청기를 사용하셨던 어머님만 혼자 손님접대로 분주하셨습니다.

무남독녀로 자라신 어머니는 지극히 여성적이시고 외로움을 많이 타시고 사교성이 적으신 분이었습니다. 친구분도 별로 없으시고 누구에게도 절대 엄한 소리 못하시는 그런 분이셨죠.

안녕히 계세요, 안녕히 가세요. 인사소리가 끝나고 잠시 후 어머님은 제방문을 후다닥 밀치고 들어오셨죠.

"어머나 어쩌면 좋니..."

원래 흰 피부의 어머니는 아예 창백한 얼굴로 방바닥에 철퍼덕 앉으셨지요.

어머니의 커피 황금비율. 커피 2스푼, 설탕 2스푼, 그리고 프리마 2스푼.

너무 잘 준비하시려다가 설탕대신 미원 2스푼을 넣으신거죠.

왠지 모두들 커피를 드시다가는 끝까지 안 마시고 다 내려 놓길래 왜 그럴까 하셨대요.

니글니글해진 입속을 헹구느라 과일을 다 드시고 가시고.

모두들 떠나시고 기분이 나빠진 어머니는 목사님이 드시다 만 커피잔을 후루룩 한숨에 다 마셨는데 그제서야 설탕대신 미원이 들어 간걸 아신거죠.

나는 웃다가 제왕절개받은 수술자리가 터지는줄 알았지요.

웃다가 기침까지 할 정도로 정말 우스웠어요. 어머님껜 죄송했지만요.

그 후로 설탕과 조미료 용기엔 매직펜으로 크게 글씨를 써놓았구요.

지금처럼 믹스된 커피가 나왔다면 그런 실수가 없었을텐데 말이죠.

어머니, 지금은 고인이 되신 나의 어머니.

아이들 모두 잘 키워주시고 절 많이 사랑해주셔서 정말 고맙습니다.

어머니와 함께 살땐 제가 철이 없어 그 고마움을 몰랐었습니다. 죄송해요 어머니.

살갑게 못 해드리고 퉁퉁거려서요. 가끔은 어머니가 밉고 싫었습니다.

동네 민지 할머니께 딸들보다 며느리가 더 낫다라고 하셨다는 말씀 듣고도 그말이 믿기지 않았죠.

그렇게 못난 며느리였습니다.

어머님 좋아하시던 커피, 오징어 볼, 탕수육 그리고 계피사탕. 그런것들 천국에 다 있죠?

어머님께 받은 사랑 자식들에게 나눠주도록 노력하면 살겠습니다.

오늘은 어머님 생각하며 믹스커피를 한잔 마셔보려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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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2
  • 가족은 굴레이자 안식이죠.

    삶의 종점까지 동행해야 할....

    줄리아씨 작품을 통해 가족관계를 다시 점검하고 개선하는

    계기가 됩니다.

    즐감 !!!

    치매 앓고 계시는 어머니와 천국에 계시는 어머니는 어떻게 다른가요?

  • 송정희글쓴이
    2017.4.30 08:23 댓글추천 0비추천 0

    저를 낳고 키워주신 어머니는 김남순

    저를 엄마로 어른으로 키워주신 시어머니는 고남순

    나이는 시어머니가 연상이시죠.

    이렇게 내겐 인연이 남다르신 두분입니다.

    김남순여사는 위로 언니만 두분이라 남동생보라고 남순.다행히 나의 외삼촌이 생기시고.

    고남순여사는 이름에도 불구하고...혼자시고.

    제가 더 잘 했어야했죠.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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