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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정희
- 비올라 연주자
- 애틀랜타 문학회 회원

보태닉 가든

송정희2017.01.10 19:03조회 수 67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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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타닉 가든

 

2년 전 현재사는 작은 집으로 이사를 오며 아이들은 모두 독립해서 나가서 생활을 한다.

그 후로는 생일이나 기념일, 특별한 휴일에만 겨우 모여 식사를 하곤 한다. 12 19일이 생일이었던 둘째 딸 지은이의 생일상을 성탄절에 차려주며 어렵사리 온 식구가 다 모였다. 해마다 각자 먹고 싶다는 음식을 만들어 생일상을 차려주는 것을 미국에 온 후 관례처럼 지켜주었다.

아이들이 초 중 고등학교를 다닐 때면, 각자 생일마다 친구들을 집으로 초대해서 한국음식을 대접했었다. 10명 남짓의 친구들과 우리 식구가 모이면 집이 터져버릴 것만 같은 분위기 게가다 더러는 자고 간다.

생일잔치를 주말에 하다보니, 다음 날 학교가는 부담이 없기 때문이다.

이제는 그렇게 생일상을 차리기에는 아이들이 훌쩍 어른이 되었다. 오늘은 작은애가 주문한 LA갈비를 DECK에 나가 두시간을 굽는다.

오후 5시 식구들이 다 모였다. 지은이 커플 주안이 커플 그리고 나와 막내 희정이.

먹는 시간보다 얘기하며 웃는 시간이 더 많은 우리의 식사시간.

식사를 마치고 예약해둔 보태닉 가든으로 LIGHT SHOW를 구경하러 나선다. 난 희정이 낡은 차를타고 말로만 듣던 보태닉 가든. 그렇게 엄청난 인파는 최근에 처음보는 광경 주차장에서 차 세울 곳을 찾아 얼마를 돌다가 겨우 주차 후 엘리베이터를 타고 입구로 올라갔다. 표를 사기 위한 사람들이 몇 겹의 줄을 서있었다.

그 곳은 또다른 세상이었다. 빛들의 향연. 그리고 어두움.

오가며 어깨를 부딪히는 사람들 속에서도 우리는 행복했다. 소소한 가벼운 농담과 우스개 소리를 하며 시간이 정지된 듯한, 묘한 기분도 느낄 수 있었다. 꼬마들이 박수치며 넋 놓고 보는 달리는 미니기차. 기적 소리도 울리더라. 크고 작은 조명 등이 음악에 맞춰 일렁이며 춤추고 그 바뀌는 빗속에서 우리는 서로의 웃는 얼굴을 확인할 수 있었다.

서양란과 갖가지 실내 식물. 열대 식물을 키워 놓은 커다란 미로같은 온실.

축축하고 알 수 없는 냄새가 났지만 금새 익숙해졌다. 밀림을 연상시키는 조명과 곤충들의 울음소리.

나는 막내딸의 손을 꼭 잡고 걸었다.

"Kiss me" 라는 예쁜 정자 밑에서 막내딸 희정이가 내 볼에 입을 맞추고, 지은이와 주안이도 각자의 커플에게 볼키스를 하며 인증샷을 남기는데, 다른 사람들은 소위말하는 딥키스도 관중을 의식하지 않고 하는 모습이 역시 미국이구나 싶었다.

인어 얼굴을 조각한 거대한 조각상이 있는 분수대 머리카락을 모두 조명으로 수놓았고 얼굴까지 들어올린 왼손에서는 분수물이 흘러내러왔다.

엄청난 크기의 조각상 앞에서 우리는 왼손을 올려 비슷한 자세로 또 사진을 남기며 어린아이처럼 웃었다. 그렇게 두 시간 정도를 산책하듯 걸으며 성탄절 밤을 하얗게 걸어다녔다.

날씨가 너무 따뜻해서 좋기보다는 다시 한 번 지구 온난화의 심각성을 가슴깊이 느껴보는 밤이었다. 내년 성탄절에도 또 와보고 싶은 보태닉 가든.

아이들과 함께여서 더 행복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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