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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정희
- 비올라 연주자
- 애틀랜타 문학회 회원

정아 할머니

송정희2017.01.25 19:54조회 수 25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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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아 할머니

 

정아네는 내 어렷을적 살던 동네에서 제일 부잣집이었다.

정아아빠는 정말 그 당시 영화배우 신성일씨 뺨치게 잘 생겼고 정아엄마는 그 잘난 남편때문에 지지리도 맘고생을 했다고한다. 딸만 둘.정아와 정윤이.

정아할머니는 젊었을 때 상당한 미모의 소유자였을거라 누구든 미루어 짐작할 수있는 외모와 누구도 이겨낼 수 없는 언변으로 여걸소리를 들으셨던분.

그 아들,정아아빠에게 꼬리치는 여자가 많은가하면 내 놓으라하는 홀아비들을 혼자 사는 정아할머니에게 혼이 반쯤은 나가 있었단다.

정아아빠는 시내에서 큰 전파사를 운영하시고 동네에서 처음으로 까만 세단 승용차를 타고 다니셨고 정아할머닌 빨간 립스틱을 예쁘게 바르시고 아들 차에 타고 다니셨다.

그땐 내가 어려서 몰랐는데 고부간의 갈등이 심하셨던것같다.

정아엄마 입장에서는 바람기 많은 남편이 얼굴 고운 시어머니 닮은 탓이라 생각할 수도 있고,여전히 인기있는 시어머니가 그냥 곱기만 했을까.

난 정아할머니가 참 좋았다.

어이 눈 큰년.하시며 과자 사먹으라고 동전아닌 지폐도 손에 쥐어주시고,왜 이렇게 비쩍 말랐냐며 아프게 등도 쳐주셨다.

어느날 밤 정아네집에서 큰소리가 나며 정아엄마 통곡소리가 한밤의 정적을 깨우고 그날로 정아할머니는 정아네집에서 더이상 사시지 않으셨다.정아엄마가 남편이 새살림을 차린 곳을 찾아가 면도칼로 이부자리와 커튼을 난도질해놓고 세간살이를 엎어놓고 오고,정아할머닌 아들편을 드셨었단다.

한달쯤 지난 뒤 난 엄마손에 끌려 정아할머니가 계시는 곳을 찾아갔었다.어떤 할아버지와 살고 계신다는데 그날은 정아할머니 혼자 계셨다.

아무일도 없었다는듯 환하게 웃으시며 우릴 반기셨지만 왠지 쓸쓸해 보이는 모습을 그 어린 나이에도 알 수 있었다.

세월이 많이 흐른뒤 정아할머니의 부고를 듣게 되고 이젠 정말 내 기억 저편에 살아 계시는 분이 되었다.좋은 세월에 태어나셔서 공부도 많이 하셨으면 정계에서 활동하셨어도 손색이 없으셨을 분. 며느리와 사이가 안 좋았을 뿐이지 허튼소리 안하시고 비굴한 행동 못참으시고 사리분별 정확하셨던 분.하나밖에 없는 아들에게만 맹목적이셨던 분.

새해 첫달에 문득 정아할머니의 단아한 모습이 떠오른다.

드라마에서 비슷한 연배의 분이 연기를 하시는 것을 보면 정아할머니가 저분보다 잘하시겠다 싶기도 하다.

이젠 정아할머니의 나이를 훌쩍 넘은 정아엄마는 그 시어머니를 이해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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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회 되는 일 겨울 아침 이슬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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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2
  • 과거를 소추해

    갖은 시즈닝을 해 현재형으로 살려내시는 능력에 박수!!!


    불현듯

    삼남 1녀를 하나도 출가시키지 못하다가

    딸만 재취자리로 보내고

    지금은 치매로 요양원에 계시는 어머니 친구의 기구한 삶이

    떠오르네요.

    "삶은 희극보다는 비극에 가깝다"는 말에

    공감하게 하는 분이셨구요.

    다음 글도 기대해요.


    즐감




  • keyjohn님께

    팔이 안으로 굽는다는 말과 시집 살이는  

    해 본 사람만이 시킨다는 말도 이 글을 읽으며 떠오르네요,.  

    정아 어머님이 시어머님을 이해할까 라고 질문을 하기 보다

    여자는, 시어머니는 왜 그렇게 밖에 못살까 

    전 되려 그런 질문을 하고 싶어지네요,..


    시어머님(우리 여자)들 참 안타까워요 같은 여자로서 먼저 

    헤아리고 생각할 줄 알아야 하는데  며느리 심장에는 대못을 꽝꽝 박아도 

    아무렇지 않아하고 내 딸, 내 아들, 내 새끼 가슴엔 누구도 

    손 대지 못하게 하는 아주 이기적이고 자기 중심적인 나쁜 습성들이 있죠,.


    사위가 내 딸에게 잘하는건 당연히 그래야 하고 좋은 사위고 

    반대로 며느리에게 잘하는 아들은 덜 떨어졌고 멍청하고 마누라 치맛폭에서 

    한심하게 놀아나는 병신이라고 생각하는 그 자체가 모순. 우습지 않나 싶어요,.


    내 딸이 그렇게 살면 당장 처들어가 사위놈 잡아 죽이겠노라고 

    도끼눈을 뜨고 달려갈텐데 말이죠,.. 괜히 화가 치밀어 오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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