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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정희
- 비올라 연주자
- 애틀랜타 문학회 회원

폴리의 추억

송정희2017.02.17 08:44조회 수 8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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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리의 추억

 

나의 작은집엔 식료품 저장창고와 일반창고가 각각 하나씩 있다.주방안에 하나 그리고 차고로 나가는 쪽에 하나.어제는 두 팬츄리를 청소했다.일년에 한번 대청소를 해서 안쓰는 물건도 치우고 잊었던 물건들도 찾아내기도 한다.

유효기간이 지난 양념들과 가공식품이 줄줄...헛돈을 쓴 셈이다.

6명의 식구가 오랫동안 살던 살림살이라 쓰지도 않으면서 버리지도 못하고 끌어안고 사는 물건들. 어제는 과감히 버릴것과 기증할것으로 구분을 했다.

커피메이커, 오쿠, 믹서기, 압력밥솥, 전기요, 오븐용 대형구이통, 오래된 미니청소기 등등.

아이들이 쓰던 크고 작은 담요와 비치타올.

왜 여태 이걸 쳐박아놓고 살았는지 내가 스스로에게 어이가 없어지는 상황이다.

그런데 바닥에 뭔가 수상한 깃털이 보였다.

혹시 죽은쥐가 아닐까싶어 심장이 쿵쾅댄다.

멀찍이 떨어져 긴 빗자루로 그 위에 있던 물건들을 밀쳐본다. 새의 깃털이 맞았다.

풀썩이는 먼지와 함께 깃털의 정체가 드러났다. 그제서야 왜 폴리가 실내 벽난로에 그렇게 집착하고 그 안에서 노는걸 즐겼는지 의문의 실마리가 풀렸다.

폴리는 태어나면서 가졌던 야생성을 사람들에게 길들여지지않고 갖고 있었던것이다.

그 깃털을 분명 아주 작은 새의 것이었다.

어쩌다 굴뚝밑 실내벽난로에 떨어진 어린새를 폴리는 먹었던것이다.

전에 5년 살던집은 오래된 랜치하우스였다. 뒷뜰이 엄청나게 넓고 큰 나무들이 여러그루 있어서 새들이 많이 깃들곤했다.야생고양이 가족도 그 뒷 수풀에 살아서 우린 가끔씩 고양이가 새를 사냥하는것을 보곤했다.

먹잇감을 발견하면 고양이는 배를 바닥에 깔고 벌레처럼 꿈틀꿈틀 앞으로 소리없이 움직여 상대가 모르게 접근한 후 눈깜빡할 사이에 새를 덮친다.놀란 새는 비상하다 결국 잡혀서 날개를 뽑히게된다.

새삼 녀석이 궁금해진다.이젠 2살 반이 되었을 폴리.

잘 지내는지 교우 메리에게 물어 보아야겠다.

5살 에보니는 벽난로의 굴뚝에서 부스럭대는 소리가 나면 그 앞에 망부석처럼 앉아 그 소리를 듣는다.벽난로도 검은색인데 에보니도 검은색이라 무슨 검은색 가구 세트같다.

에보니는 마치 폴리가 그리운듯 미동도 없이 벽난로를 쳐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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