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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정희
- 비올라 연주자
- 애틀랜타 문학회 회원

호박죽

송정희2017.05.12 08:33조회 수 13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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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박죽

 

속이 샛노란 반토막 호박을 샀다

좀 더 토막을 내 얇게 저미듯 껍질을 벗긴다

이젠 내공이 생겨 쉽사리 껍질을 제거한다

벗겨진 껍질을 거름으로 쓰려고 거름통에 넣는다

 

어렷을적부터 먹었던 호박죽

내 입맛은 날 키워주신 할머니의 입맛이다

한국을 떠나 비로소 그 맛이 그리워

수도 없는 시행착오 속에 할머니의 호박죽을 찾아냈다

그때의 기쁨은 할머니를 뵌듯한 기분

어머니 들으시면 또 서운해 하실라

 

호박을 깍두기 모양으로 썰어 믹서기에 곱게 갈아

슬로우쿡커에 넣고

냉동실에 얼려둔 삶은 강낭콩과 멕시칸콩을 넣고

바다소금으로 간을 한다

쌀가루를 물에 잘 풀어 호박죽물이 끓으면 부어준다

호박죽은 밤새 슬로우쿡커에서 고아진다

 

아침에 일어나 꿀과 계피를 넣고

잘 저어 간을 본다

아 할머니 냄새

돌절구에 찢은 땅콩을 뿌린다

 

후후 불어 한입 입속에서 음미해 보니

할머니 냄새와 어머니 냄새가 가득하더라

친구가 내게 그런다

귀챦게 왜 하느냐고  사먹지

내가 대답한다

사는것엔 내 할머니 냄새가 안나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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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하루 저녁이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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