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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정희
- 비올라 연주자
- 애틀랜타 문학회 회원

일만시간의 법칙

송정희2017.05.28 15:49조회 수 48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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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만시간의 법칙

 

사춘기 무렵의 나는 만성신장신우염을 앓는

병약한 소녀였습니다

어느때부터인가 학교 소풍을 가질 못했고

수학여행이란 단어를 가족이나 친구들에게 들어보질 못했죠

 

영양가 있는 죽을 먹이신다고

어머닌 내 머릴 당신의 무릎에 올리시고

수저를 기우려 내 입꼬리 쪽으로

맷돌에 불린 콩을 넣듯 미음을 넣어주시면

이내 속이 부글거리고

두꺼운 스폰지로된 삼단요에 도로 토해 놓았었죠

 

역한 비린내와 환자 냄새로

동생들도 내방에 들어 오기를 꺼리던 시절

하루에도 몇번씩 천장에 도배된 꽃무늬가

춤을 추었습니다

 

이를 악 물었죠 낫기만 해봐라

열심히 살아 줄테니

스스로 주문을 외웠습니다

기적같이 사년만에 쾌유가 시작되고

보란듯이 대학에도 입학을 했죠

동네에서는 잔치가 벌어졌었죠

 

최근에 심리학자 말콤 글래드웰의

일만시간의 법칙이 세간의 주목을 받고 있더군요

제가 그렇게 했었더라구요

 

아픈것도 익숙해질 무렵

하루종일 자는시간 외엔 책을 읽었습니다

이해가 되건 안되건 닥치는 대로 읽었죠

고사성어도 외우고요

누워서 할 수 있는것은 그것뿐이라는것을 안거죠

 

연필을 쥘 수 있는 힘이 생기면서부터

일기를 쓰고 독후감을 쓰기 시작했습니다

신문에 사설도 베껴쓰고요

아마도 지금 내가 이렇게 글을 쓸 수 있는것도

그때의 힘이 아닌가 싶습니다

 

하루에 세시간씩 십년을 똑같은것을 훈련하면

그 분야에 천재가 될 수 있다는 법칙

그렇게 하면 일만시간이라네요

남보다 병약한 시절속에 투병을 해 본 경험이

지금은 많은걸 참는데 도움이 되네요

노력엔 헛된게 없더라구요

 

일만시간이든 이만시간이든 우리 모두에겐

달려가야할 목표는 필요하지요

자꾸 나이탓 하지 말고요

거꾸어져 봐야 죽기 밖에 더 하겠습니까

소풍가서 맛있는 것 먹고 놀려면

그곳까지는 내 발로 걸어야하지 않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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