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송정희
- 비올라 연주자
- 애틀랜타 문학회 회원

부러우면 지는거다

송정희2020.02.10 18:46조회 수 17댓글 0

    • 글자 크기

부러우면 지는거다

 

졌다

함박눈이 너무 예뻐 들여다보니 얇게 펴진 눈결정이 너무 예쁘다

꽃보다 예쁜 눈결정이 부러웠다

누구나 들여다보며 예뻐할 그것이 부럽다

또 졌다, 그 된서리의 숱한 밤속에서도 그리고 하루 꼬박 내린

함박눈속에서도 옆집마당의 수선화가 노오란 꽃을 피웠다

어찌 그럴 수 있단말인가

난 비가 조금 내려도 눈이 와 길이 조금만 미끄러워도 산책을 못가는데

졌다 함박눈에게도 이른 수선화에게도

부러워서 졌다 나는

오늘은 종일 추적추적 내리는 비

현관입구의 캐노피가 바람에 덜컹덜컹 운다

큰 화분으로 옮긴 작은 아프리칸 바이올렛이 보랗빛 도는 희고 작은 꽃을

피워내는 화분을 가까이에 두고 들여다본다

뿌리를 내리려 곁잎을 잘라낸 자리가 아프게 보여도 분갈이에 적응을 했는지

꽃이 매일 더 피고있는 기특한 바이올렛

소리없이 밤이 오고 빗소리가 홈통을 타고 더 큰소리로 들린다

늘 나의 앙탈에 져주던 나의 지아비

평생을 내게 져주신 나의 어머니

내가 살면서 이겨본 두분이시다

철따구니 없는 딸과 아내로 살며 이나이가 되었다

환갑의 나이에 함박눈에도 지고 봄꽃에도 지며 그들이 부러운것은

아직 이기고싶은 욕심이 남아있나보다

그래

이제는 내게 들러붙어있는 귀신같은 아픔들을 이겨내고

나를 둘러싼 두려움들에게서 이겨 보자

매일 먹는 밥이 더 맛있어 지고 베이글에 바른 크림치즈가 전처럼

맛있어지는 날까지 그 못된 후휴증들과 싸워 이겨보자

    • 글자 크기
비오는 아침 일월 마지막 날에

댓글 달기

번호 제목 날짜 조회 수
916 세상구경 2018.05.23 18
915 오월 문학회를 마치고1 2018.05.13 18
914 등나무꽃1 2018.04.13 18
913 기다림1 2018.02.19 18
912 화초들의 죽음2 2018.01.05 18
911 우리 다시1 2017.09.08 18
910 두껍아 두껍아1 2017.08.31 18
909 배초향 2017.06.02 18
908 이웃집 여자들1 2017.04.26 18
907 그만한 사람이 없었습니다1 2017.01.07 18
906 부정맥 (9) 2016.10.20 18
905 막장 드라마 2016.10.10 18
904 오늘의 소확행(2월20일)1 2020.02.21 17
903 회복 2020.02.18 17
902 발렌타인데이 카드 2020.02.14 17
901 비오는 아침 2020.02.12 17
부러우면 지는거다 2020.02.10 17
899 일월 마지막 날에 2020.01.31 17
898 시월의 마지막 날 2019.10.31 17
897 가을을 맞아 2019.10.29 17
이전 1 ... 5 6 7 8 9 10 11 12 13 14... 55다음
첨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