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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정희
- 비올라 연주자
- 애틀랜타 문학회 회원

나에게 주는 선물

송정희2017.03.19 19:16조회 수 22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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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 주는 선물(수필)

 

미국생활 십여년에 크고 작은 오케스트라에서 처음엔 바이얼린 지금은 비올라를 연주하고있다. 처음 알라바마 엔터프라이즈라는 작은 시골에 살땐 한시간을 운전해 도튼시 작은 오케스트라에 지은이와 주환이가 함께 연주를 했었다.

지은인 제1바이얼린 난 2바이얼린 그리고 주환인 첼로. 아이들은 중학생과 초등학생이었다.

연습후 광고시간에 다음주는 리허설이 없다는 말을 못알아들어 그 다음주 아이들과 함께 아무도 오지않는 건물앞에서 30분을 기다리기가 여러번.

누구나 겪는 설움과 황당함을 난 음악을 하면서도 경험을 했다.

지아비의 사망후 난 오케스트라를 접었었다. 일을 해야 했기때문에.

지금은 스와니에서 메인스트릿 오케스트라에서만 활동을 한다. 벌써 단원이 된지 4년이지났다.

오늘은 둘르스 뉴던 소극장에서 정기연주회를 가졌다. 겨울방학이 끝난후 6곡을 연습해서 오늘 공연을 한것이다.

바그너의 전주곡, 데이의 엘레간테, 모짤트의 론도, 스파타의 마스케라데, 무어의 왕들의 게임 그리고 롱필드의 터닝 포인트.

엘레간테라는 소품에서 제1바이얼린, 2바이얼린, 첼로 그리고 내가 연속으로 솔로을 연주했다. 긴 솔로부분은 아니지만 무척 아름답고 깊이있는 곡이기에 내겐 무척 남다른 연주였다.

내가 가르치는 어린 내태니얼이 엄마와 함께 맨 앞자리에서 날 쳐다보았다. 왠지 응원하는것 같아 더 신이나고 힘이 솟았다. 그 초롱초롱한 눈망울때문에.

간단한 리셉션을 마치고 난 티제이맥스로 갔다.

지아비가 살아 있을땐 연주회에 참석하지 못한 죄로 늘 저녁에 늦게라도 함께 식사를 하고 술도 한잔씩 나누었었다. 수고했다고 하며.

나 혼자라도 기특한 내게 보상을 해야했다. 언제부터인지 손목시계가 필요했는데 미국와서는 한번도 손목시계를 소지해 본적이 없었다. 온통 시계가 있으니까. 집안에도 차에도 그리고 전화기에도.

허전한 손목에 예쁜 흰색 세라믹줄로 된 크고 동그란 손목시계를 샀다. 가격이 중요하지 않은날이다.

집에 오자마자 시계줄에 붙어있던 레텔을 급히 끊어내고 얼른 왼쪽 손목에 채워준다. 지아비가 그랬듯이 "자네 오늘 수고했네" 하며 혼자 비실비실 웃는다.좋아서.

누군가 그랬다. 돈은 쓰려고 번다고. 그래 그렇지. 쉽게 그 말에 동의하며 내 행동에 무게를 실어준다. 거울을 보며 왼손으로 머리를 쓸어본다. 눈처럼 흰시계가 거울속에서 더 예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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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1
  • 참 열심히 진지하게 살아가는 듯해요 줄리아씨.

    저도 티제이 맥스 구경잘 간답니다.

    선물 잘 하셨어요.

    타인에게 하는 선물도 의미있지만

    자신에게 하는 것도 의미있죠.

    우리는 완전하게 이타적인 존재는 아니니까요.

    가끔은 내 이기심?을 만족시켜주는 순간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바그너의 전주곡, 데이의 엘레간테, 모짤트의 론도, 스파타의 마스케라데, 무어의 왕들의 게임 ...

    유튜브에 있는지 찾아 들어 봐야겠네요.


    수채화 같기도 하고, 실내악 같기도 한 줄리아씨의 글 !

    언제나 찡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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