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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정희
- 비올라 연주자
- 애틀랜타 문학회 회원

후회 되는 일

송정희2017.01.31 09:53조회 수 11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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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회 되는 일

 

어릴적 개구진 남동생 둘의 누나로 자라면서 나는 부모님께 혼날 기회가 거의 없었다.워낙 두 동생들이 사고뭉치라. 특히 큰 동생은 학교와 주변동네에서조차 유명세가 있었다.

늘 부모님께 혼줄이 나는 두 동생들 사이에서 난 그냥 조용한 아이였다.

책을 읽는것을 좋아해서 늘 손에 책을 갖고 있었고,심부름도 늘 장난치며 놀던 두 동생의 몫이였다.

각자 어른이 되며 나도 적쟎이 활동적이고 외향적인 성격의 소유자라는 것을 알게되고 남앞에 서야되느니 경우도 종종 생겼다.

돌아가신 부친의 성격을 닮아 나도 불의를 그냥 넘어가기 힘들고 억울한 일을 겪는 것은 돌밥을 삼키는 것과 같았다.

어느날 어머니가 "얘가 어릴땐 그렇게 조용하고 순하더니 왜 이렇게 변했니?" 하셨다.

어머닌 천생여자.

겁도 많으시고 많이 참으시고, 본인이 희생하셔서 뭐든 무마시키시려고 애쓰시는.

어머니께 한번도 큰소리로 야단을 맞거나 혼나본일이 없다.

언제부턴가 내가 상당히 즉흥적이고 도발적이기조차 하다는 것을 안 다음부터는 그 뒷감당을 잘 하려고 애썼다.내가 한 말과 행동에 할 수 있는 모든 힘을 다해 마무리지으려고.

그래서 후회는 잘 안하는 편이다.

그런데 후회할일이 생기고 말았다.

4년전 심장에 문제가 생겨, 아니 그때 발병된것이 아니라 그제서야 내가 알게된것이리라. 부정맥이라는걸.

결국 왼쪽 쇄골 아래에 작은 의료기기를 삽입하고 병원신세를 진 후로 난 내 주변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애장품들을 지인들에게 나눠주고, 한인회관에 책과 사전을 거의 모두 기증하고.그렇게 짐들을 줄여갔다.

그때 지아비와 주고 받았던 편지들,몇박스씩 모아두었던 나의 일기장을 모두 재활용쓰레기로 없앤 일.편지와 일기장을 없앤일을 두고두고 후회한다.

내 분신같은 물건들이라 내가 없애는 것이 마땅하다 싶어 저질렀던 행동.가슴치며 후회한다.

그래서 2년전부터는 아이들에게 편지처럼 일기를 쓴다.

나의 사랑하는 올케이며 동생인 인숙에게 4개월 동안의 일기를 써서 생일 선물을 준것으로 시작해서 막내 희정에게는 1년간의 일기를 써서 작년 10 27 20살 생일선물로 했고, 9월 생일인 큰 딸 명은이에게는 작년부터 시작해서 올해 생일에 주려고 쓰고 있고,12월이 생일인 지은이에게는 올해 1 1일 시작해서 쓰고 있다. 올 겨울 생일에 선물하려고.

일기장엔 나의 젊었을 적 사진이나 아이들 사진,그리고 예쁜 그림, 재미있는 기사들도 붙여준다. 그 아이들이 두고두고 나의 기억과 내 손글씨를 기억하며 내가 나중에 이 세상에 없더라도 간직할 수 있도록.

그래서 더 이상 후회하는 일을 만들지 않으려 애쓴다.

그 아이들도 알게 되리라. 언젠가 그 아이들이 나의 나이가 되면 나도 엄마와 똑같은 일상에서 비슷한 생각을 하며 살고 있구나 하고.

나도 나의 아이들이 후회하는 삶을 살지 않기를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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휫니스의 풍경 후회

댓글 달기

댓글 1
  • '후회되는 일'

    의미가 있네요.


    근데 나이들면서 ' 내것'을 줄여가는 일은

    여러가지 의미에서

    필요한 듯해요.


    '내 것'이 많다는 것이 주는

    번뇌와 집착 ...간단히 스트레스가 많아지더라구요.

    님의 삶에 대한 관조에

    박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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