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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시와 패턴 -제65회 대학문학상 시 부문 가작

관리자2023.12.03 21:16조회 수 34추천 수 1댓글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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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65회 대학문학상 시 부문 가작

 

https://www.snunews.com/news/articleView.html?idxno=32635

 

 

 

회장님께서 서울대학 대학신문에 난

작품을 공유하신 것을 올려봅니다

 

원본을 보시려면 위의 링크를 클릭하셔서

감상하시기 바랍니다

 

 

착시와 패턴

 

- 이 소명-

 

 

 

슬픔을 키우는 나와 슬픔이 키운 네가 앉아 슬픔에 대해 이야기 한다

창을 따라 이어지는 긴 테이블에 나란히 앉아서

카페에서는 발랄한 배경음악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이 카페에서 나는 슬픔을 만났어

저 열린 문틈으로 슬픔이 걸어 들어왔지

내가 말했고

 

모든 슬픔은 틈을 좋아해

나의 슬픔은 자주 저런 틈으로 도망치곤  했어

네가 답했다

 

우리는 다른 것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었지만

운 좋게 같은 것에 대해 말하기도 했다

이를테면 틈으로 사라지거나 틈으로 들어온 슬픔이

다음 순간 아주 다른 모습으로 우리의 옆에서 있기도 했다는 것

 

스피커를 타고 내려오는 쾌활한 얼터너티브 룩

작게 몸을 흔들거리면서 너는 창밖을 가리켰다

사람들은 숲길을 따라 걷거나 벤치에 앉아 오지 않는 사람을 기다리고 있었다

 

우리가 다른 것을 갖고도 같은 표정을 지을 수 있다는 것이

이따금씩은 정말 기묘했다

 

몸을 조금씩 흔드는 데 열중하며 우리는 주문한  디저트를 먹었다

블루베리베이글을 먹는 너와 초콜릿 와플을 먹는 나를 보며

누근가는 두 사람 다 빵을 먹고 있네요 말하겠지

 

저 숲길에서 슬픔을 잃어버린 적이 있어

말하는 내게 너는

저 숲길에서 슬픔에게 버려진 적 있다고 말했다

 

그럴 수도 있겠구나 중얼거리는 동안

너는 무언가 적은 냅킨을 쪽지 모양으로 접고 있었다

 

카페를 나와 숲길을 한참 걷다가 너는 문득

슬픔을 두고 왔다고 말했다

 

 

나는 지나치게 슬픈 표정으로 뛰어가는 너를 바라보고 있다

 

주머니속에는 네가 접은 냅킨이 있다

그것을 꺼내 한참을 바라보다가

기분이 상한 슬픔을 안고 집으로 들어간다

 

도중에는 슬픔을 내려놓고 냅킨을 펼쳐보았다

빛이 너무 쨍해서 글자를 읽을 수 없었다

 

내려놓은 슬픔을 잃어버렸는데

집에 가면 슬픔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매번 그랬다

 

 

출처 : 대학신문(http://www.snunews.com)

 

 

2023년 12월 3일 주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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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보같은 삶- 장기려 박사님의 삶 (by 관리자) ‘아낌없이 주는 나무’ 뒤에 숨은 기가 막히고 속이 뚫리는 156편의 시+그림 (by 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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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4
  • 2023.12.3 22:15 댓글추천 0

    아마도 이 시는

    시를 공부하는 학생

    그리고 젊은이들만이 응모할 수 있는

    문학상이라고 들었습니다

     

    다소 모호하기는 해도

    요즘 MZ 세대의 대화법과

    각 각 지니고 있는 슬픔으로 인해

    공통으로 통할 수 있는 슬픔을 키우는 젊은이와

    슬픔이 키운 젊은이가 슬픔에 대해 이야기하는

    아이러니..

    저는 왠지 진짜 연애가 아닌

    어쩜 나라는 화자가 착시를 한건 아닐까

    생각을 해봅니다

    슬픔을 키우는 내게 슬픔에게 키워진 너를

    만난 건 혹시 착시였을지도..

    그래서 냅킨에 적힌 글씨를 햇볕 때문이라고는 하나

    읽지 못하지 않았을까 생각을 해봅니다

    시는 읽는 이의 느낌으로 읽히기도 하는 게

    또 하나의 매력이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 2023.12.4 09:41 댓글추천 1

    <착시와 Pattern>

    상반(相反)되는 것이 작가가 말하는 착시

    (錯視)현상 인지는 많은 생각을 하게 합니다.

    보이길래 막상 가보니 그 모습은 사라지고

    없으면사 있는 것처럼 보이는 '신기루'라는

    말이 떠오르네요.

    Pattern이라 한 것은 이해가 됩니다.

    매번 그런 일이 되풀이 되었다니까.

    내용의 구성과 전개는 틈새기가 없는

    것 같습니다.

    MZ세대와 세대간 격차를 느끼게 됩니다.

    하지만 새로운 도전을 주고 사유(思惟)의

    숲을 거닐게하는 시(詩)라 생각합니다.

    좋은 평(評)을 해주심 감사합니다.

    늘 건강하시고 건필하시기를 빕니다.

  • 이한기님께
    2023.12.4 10:43 댓글추천 1

    내가 너와 만나는 장면들

    어쩌면 그것들이 착시일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지난 연인을 그리워하며

    처음 만났을 때 부터를 그 카페에가서

    마치 앞에 앉아 있는 것처럼

    혹은 대화를 하고 있는 것 같은

    착시..착각..

    냅킨에 썼던 그 무엇인가도

    오래전 사귈 때 하던

    그 어떤 것이었지 않을까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분명히 네가 쓴 그 냅킨을 들고 왔지만

    읽으려 하니 햇볕 때문에 읽을 수 없는..

    아무것도 써 있지 않은것을 부정하는 것 같은

    ㅎㅎㅎ

    너무 장황하지요?

    이렇게 유치하게 아직도

    상상의 세계를 오락 가락하며 삽니다

    선생님의 시평도 감사합니다

    파릇한 젊은이들의 시를 읽는 것도

    신선하고 좋습니다

    이 시를 접하니 심보선 시인의

    "슬픔이 없는 15초" 가 생각나

    게시판에 올려봤습니다

    ㅎㅎㅎ

    좋은 한 주 시작하세요 선생님.

  • 송원님께
    2023.12.8 16:36 댓글추천 0

    감상, 시평 너무 훌륭합니다.

    큰 배움의 장을 마련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행복하시고 건필하시길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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