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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계령을 위한 연가 / 문정희

keyjohn2022.02.17 19:03조회 수 63댓글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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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울 못 잊을 사람하고
한계령 쯤을 넘다가
뜻밖의 폭설을 만나고 싶다.
뉴스는 앞다투어 수십 년만의 풍요를 알리고
자동차들은 뒤뚱 거리며
제 구멍들을 찾아가느라 법석이지만
한계령의 한계에 못 이긴 척 기꺼이 묶였으면.

오오, 눈부신 고립
사방이 온통 흰 것 뿐인 동화의 나라에
발이 아니라 운명이 묶였으면.

이윽고 날이 어두워지면 풍요는
조금씩 공포로 변하고, 현실은
두려움의 색채를 드리우기 시작하지만
헬리콥터가 나타났을 때에도
나는 결코 손을 흔들지 않으리
헬리콥터가 눈 속에 갇힌 야생조들과
짐승들을 위해 골고루 먹이를 뿌릴 때에도..

시퍼렇게 살아 있는 젊은 심장을 향해
까아만 포탄을 뿌려 대던 헬리콥터들이
고라니나 꿩들의 일용할 양식을 위해
자비롭게 골고루 먹이를 뿌릴 때에도
나는 결코 옷자락을 보이지 않으리.



*옮긴이 노트

움직이면 약간 끈적이기까지 하는 날씨에

이대로 겨울이 끝나는 건가 하는 조바심이 인다.


눈구경 한번 제대로 못한 미련을 달래며

눈 시를 찾아 나눕니다.


헬리콥터가 보여도

옷자락을 보이지 않으리란 

표현에 살짝 지렸답니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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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8
  • 2022.2.17 19:41 댓글추천 0

    한계령! 참 반갑네! 얼마만이던가!

    강원 양양에서 오색 약수터를 지나

    원통으로 가는 지름길(1971년 당시)

    여름에도 계곡에 들어가면 추위를

    느낄 정도라 해서 이름도 한계령.

    관동지방에서 영서지방으로 넘어

    가는 네 고개 중의 하나이다.

    (대관령, 한계령, 미시령, 진부령).

    1971년 속초에 근무할 때 그 당시 

    도로가 아주 협소하여 확장공사를

    하였다.

    약 50년 전의 일이다. 그 때의 공사

    광경이 눈에 선하다. 

    50년 전으로 역주행하게 해주어 

    감사합니다.

    늘 수복강녕하시기 바랍니다^^^^

  • 이한기님께
    keyjohn글쓴이
    2022.2.17 20:35 댓글추천 0

    같은 한국 땅이지만

    떠날 때 설레임을 한껏 안겨주는 동해안.

    한계령 넘으면 차멀미도 허기도 한소쿰 잦아들던 기억이 새롭네요.

    저 국민학교 4학년 때 속초에서 소대장이나 중대장 하셨겠네요. 단결!!

    어쩌면 무작위 도착한 위문편지 속에서 제 편지를 받았을지도 ㅎㅎ

    군인 아저씨!

    정말 추억은 아름다워 요  힝 힝

  • 이한기님께
    2022.2.18 07:21 댓글추천 0

    저는 77/8 년 쯤 인제 윗쪽 어느 부대에서 근무하던 동생을 만나러 처음 그 쪽 지역을 지나가 보았습니다.

    말 로만 듣다가 가 보니 정말 산골지역 이더군요. 

    익사이팅 하기도 하고 그곳에서 근무하는 동생이 안스럽기도 하고…

    당시 동생이 하숙하던 집이 그 지역 교장선생님 댁이 었는데, 딸이 하나 있다면서 

    잠시 동생이 나간 틈을 타 저에게 한마디 던지십니다. “강중위 참 괜찮은 사람이예요”.

    그 후 얼마 안있어 고인이 된 동생이 한계령을 타며 사뭇 그리워집니다.


  • 강창오님께
    keyjohn글쓴이
    2022.2.18 12:33 댓글추천 0

    민가에서 하숙하는 군인도 있군요 

    저는 군인은 부대에서 숙식하는 것으로 알았는데 ㅎ


    고인이 된 동생과 추억이 있는 강원도라 감회가 남다르시겠군요.

    한국인들에게는 힘이 되고 안쓰럽고 아름다운 오지지요.

  • 2022.2.18 13:39 댓글추천 0

    아주 소규모 부대여서 시설이 안되있었던것 같습니다.

    부대앞 교장댁 자취방에서 출퇴근 했지요.

    가보니 자취방이랬자 거이 움막 벗어난 정도구요. 

    아무튼 저의 개인적인 얘기지만, 동생 손 발톱 깎아주고 저녁이라고 해서

    같이 먹고 형이 왔다고 내 허벅지에 머리대고 누워서 흐뭇해하던 모습이 아련합니다.

  • 2022.2.17 20:43 댓글추천 0

    간밤에 내린 

    하얀 눈밭에

    반짝이는 뭇 별들

    햇빛의 초대장에

    냉큼 달려와

    소리치며 한껏

    들뜬다


    눈 치우느라 바쁜 사람들

    눈치볼일없이.


    검은 나뭇그림자 사이로

    숨바꼭질 하듯 콩콩 뛰어다니며

    반짝이 놀이에 한창이다


    처마밑에선

    물 떨어지는 소리

    똑 똑 또도독

    별무리에 반갑다고

    외쳐대는구나


    가슴 속에선 겨울연가 되어

    실개천 흐르고

    떠나려는이 아쉬움에

    자꾸 뒤돌아본다


  • 이난순님께
    keyjohn글쓴이
    2022.2.18 00:10 댓글추천 0

    눈 쌓인 별밤의 풍경이 오롯이 전해 집니다.

    며칠 남지 않은 덴버와의 이별이 아쉬운 맘도 전해지구요.

    설란님 덕분에 눈구경 실컷한 겨울이 저물어 갑니다.

  • 2022.2.18 13:42 댓글추천 0
    눈! 눈! 하니 이제 무덤덤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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