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자유 게시판에는 자유롭게 글을 올릴 수 있지만 다른 사람의 비방이나 험담은 자제 해주시기 바랍니다

칼 국수 - 김 종재 -

관리자2024.01.12 09:09조회 수 3댓글 0

    • 글자 크기

 

 

칼국수 

 

김종제 ​

 

 

​불같이 화가 나서

​부글부글 끓어오르는 속을 달래는데

​칼국수만한 게 어디 있을까

​밀가루를 얇게 반죽을 해서

​칼로 죽죽 찢어 한 냄비 끓이면서

​굵은 바지락 몇 개 집어넣고

​파 숭숭 잘라넣고

​잘게 썰은 매운 고추에

​붉은 고춧가루를

한 숟가락 풍덩 빠뜨린 다음에

​흐물흐물해진 칼을 후후 불면서

​방금 버무린 김치와 엮어

​입안으로 넘기면

​속이 다 시원해지는 것인데

​굳었던 혀가 얼얼해지고

​뻣뻣한 뒷목이 허물어지면서

​얼굴에 땀방울이 돋아나기 시작하는데

​그릇을 통째 들고

​뜨겁게 달아오른 저 붉고 푸른 국물을

​목구멍으로 한 모금 넘기면

​눈앞이 환해지면서

온몸에 칭칭 감긴 쇠사슬이 풀어지는데

​뼈가 나긋나긋해지고

​눈물이 절로 나는 것인데

​칼국수 다 비우고

​뜨거워진 마음을

​빈 그릇에 떡 하니 올려놓는 것이다

 

 

2024년 1월 12일 금요일

 

 

 

 

 

    • 글자 크기
평상이 있는 국수 집 - 문태준- (by 관리자) 떠도는 자의 노래 - 신 경림- (by 관리자)

댓글 달기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321 My life has been the poem.... 관리자 2024.01.09 7
320 거리에 소리 없이 비 내리네 - 아르띄르 랭보- 관리자 2024.01.09 9
319 비오는 날의 기도 - 양광모- 송원 2024.01.09 11
318 방송중학교 다니며 시집 펴낸 팔순 할머니 “황혼길 아름답게 해주셔서 고맙습니다” 관리자 2024.01.10 2
317 술잔을 권하노라 - 우 무룡- 관리자 2024.01.10 2
316 꽃 - 로버트 크릴리- 관리자 2024.01.10 7
315 개여울 - 김 소월 관리자 2024.01.11 6
314 2024 경상일보 신춘문예 당선작 시 - 솟아오른 지하 황주현 관리자 2024.01.11 5
313 국수 - 백석- 관리자 2024.01.12 4
312 국수가 먹고 싶다 - 이상국- 관리자 2024.01.12 2
311 평상이 있는 국수 집 - 문태준- 관리자 2024.01.12 6
칼 국수 - 김 종재 - 관리자 2024.01.12 3
309 떠도는 자의 노래 - 신 경림- 관리자 2024.01.12 3
308 걸림돌 - 공 광규- 관리자 2024.01.12 6
307 조선초대석 - 박정환 전 플로리다 한인연합회장 관리자 2024.01.12 7
306 경쟁(競爭)?, 교감(交感)? 이한기 2024.01.12 20
305 행복한 존재 - 김 은주- 관리자 2024.01.13 1
304 제임스 조이스 연구 개척한 원로 영문학자 김종건 고대 명예교수 영면 관리자 2024.01.14 3
303 풀꽃 시인 부부 관리자 2024.01.14 4
302 탈무드 인맥관리 17계명 관리자 2024.01.14 2
이전 1 ... 5 6 7 8 9 10 11 12 13 14... 26다음
첨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