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자유 게시판에는 자유롭게 글을 올릴 수 있지만 다른 사람의 비방이나 험담은 자제 해주시기 바랍니다

간조 - 민구 시인- [책&생각] 세밑, 마흔살 시인의 이토록 투명한 청승

관리자2023.12.22 20:40조회 수 10추천 수 1댓글 0

    • 글자 크기

 

 

https://m.hani.co.kr/arti/culture/book/1121433.html#cb

 

 

 

 

 

 

당신은 쉽게 사랑에 빠진다

너무 쉽게 마음을 주고

너무 쉽게 나를 가져간다

나는 당신이 무엇을 원하는지 알지 못해서

뒤를 돌아본다

뒤에는 사랑받는 사람이 서 있고

나의 커다란 의심이  서 있고

당신이 타고 온 택시가 서 있다

택시는 시동을 끄고서 기다린다

당신이 다음 사랑에 빠질 때까지

다음 사람과 이 거지 같은 해변으로 돌아올 때까지

...

내 앞에는 떠나버린 사람이 있고

여전히 커다란 의심이 있고

단물이 빠질 때를 알고 기다리는

모범택시가 한대 서 있다.

 

('간조' 부분)

 

***

 

좋은 일이 쌓이면 

달력에 살이 붙어서

날짜 하나가 툭 떨어지고

너는 그날의 약속을 잊어버리겠지

그날의 불길한 예감을 

가볍게 거스르겠지..

('새해' 부분)

 

 

****

 

 

 

행복하니까 할 이야기가 없다

밥을 굶어도 좋다

...

꿈에서 은사님을 만났다

행복이 무엇이냐고 물었을 때

그는 내 따귀를 때렸다

(거기서 행복하시냐는 말로 들은 걸까)

살아계실 때 선생님이 그랬다

시인은 불행하다고

그림자가 없다고

...

밀고 나가서 쓸 것인가

그만둘 것인가

불행은 내게 다시 한번 생각해 보라며

너는 과거에도 그랬다고

타이르는데

행복해서

남의 말이 

하나도 귀에 들어오지 않는다

('행복' 부분) 

 

 

 

2023년 12월 22일  금요일

 

 

 

 

 

 

 

    • 글자 크기

댓글 달기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183 비오는 날의 기도 - 양광모- 송원 2024.01.09 11
182 거리에 소리 없이 비 내리네 - 아르띄르 랭보- 관리자 2024.01.09 9
181 My life has been the poem.... 관리자 2024.01.09 7
180 [하이쿠} 얼마나 놀라운 일인가 번개를 보면서도 삶이 한 순간이라는 걸 모르다니! 관리자 2024.01.08 8
179 배웅 - 노노족 김상호- 관리자 2024.01.08 4
178 코미디언 양세형, 시인으로 인정받았다…첫 시집 '별의 집' 베스트셀러 기록 관리자 2024.01.08 6
177 그대여서/ 이명길 이한기 2024.01.07 35
176 살아가며 - 노노족 김상호- 관리자 2024.01.07 12
175 겨울 안개 - 안길선 - 이한기 2024.01.06 49
174 세월아 - 피 천득- 관리자 2024.01.06 27
173 최악의 악은 사람이다 - 김동진- 관리자 2024.01.06 23
172 답설야중거(踏雪野中去) 이한기 2024.01.05 60
171 새해 아침의 기도 - 김 남조 - Happy New Year ! 송원 2024.01.04 26
170 하루가 산다/김준철 이한기 2024.01.04 74
169 나무 - 조이스 킬머- 관리자 2024.01.03 16
168 쓸쓸한 여름 - 나 태주- 송원 2024.01.03 30
167 새해를 맞는 노년의 연애 이한기 2024.01.03 52
166 문인과의 차 한 잔 ⑤ ‘불가능’의 詩學을 탐구하는 시인 이성복 관리자 2024.01.02 3
165 새들은 이곳에 집을 짓지 않는다 - 이성복- 관리자 2024.01.02 12
164 남해금산 - 이 성복- 관리자 2024.01.02 2
이전 1 ...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5다음
첨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