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자유 게시판에는 자유롭게 글을 올릴 수 있지만 다른 사람의 비방이나 험담은 자제 해주시기 바랍니다

홀로서기 1, 2, 3 - 서 정윤

관리자2023.12.04 12:51조회 수 9댓글 0

    • 글자 크기

 

 

* 강희종 총무님의 첫사랑이 보내주셔서

인생을 바꾼 시라고 하십니다

여러분도 감상해 보시기 바랍니다

연세있으신 분들은

아마도 젊은 시절 생각이 나시리라 믿습니다 

 

 

이 시는 1980년도에

대학가나, 선술집에

엄청 유행하던 시이기도 합니다

 

 

 

 
 
 

 

 

 

홀로서기


- 둘이 만나 서는 게 아니라 홀로 선 둘이가 만나는 것이다

 

1
기다림은
만남을 목적으로 하지 않아도
좋다
가슴이 아프면
아픈 채로,
바람이 불면
고개를 높이 쳐들면서, 날리는
아득한 미소

 

어디엔가 있을
나의 한쪽을 위해
헤메이던 숱한 방황의 날들
태어나면서 이미 정해졌다면,
이제는 그를
만나고 싶다.

 

2
홀로 선다는 건
가슴을 치며 우는 것보다
더 어렵지만
자신을 옭아맨 동아줄,
그 아득한 끝에서 대롱이며
그래도 멀리,
멀리 하늘을 우러르는
이 작은 가슴
누군가를 열심히 갈구해도
아무도
나의 가슴을 채워 줄 수 없고
결국은
홀로 살아간다는 걸
한겨울의 눈발처럼 만났을 때
나는 또다시 쓰러져 있었다.

 

3
지우고 싶다
이 표정 없는 얼굴을
버리고 싶다
아무도
나의 아픔을 돌아보지 않고
오히려 수렁 속으로
깊은 수렁 속으로
밀어넣고 있는데
내 손엔 아무것도 없으니
미소를 지으며
체념할 수밖에.....

 

위태위태하게 부여잡고 있던 것들이
산산히 부서져 버린 어느 날, 나는
허전한 뒷모습을 보이며
돌아서고 있었다.

 

4
누군가가
나를 향해 다가오면
나는 <움찔> 뒤로 물러난다
그러다가 그가
나에게서 멀어져 갈 때
발을 동동 구르며 손짓을 한다

 

만날 때 이미
헤어질 준비를 하는 우리는,
아주 냉담하게 돌아설 수 있지만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아파 오는 가슴 한구석의 나무는
심하게 흔들리고 있다

 

떠나는 사람은 잡을 수 없고
떠날 사람을 잡는 것만큼
자신이 초라할 수 없다
떠날 사람은 보내어야 한다
하늘이 무너지는 아픔일지라도.

 

5
나를 지켜야 한다
누군가가 나를 차지하려 해도
그 허전한 아픔을
또다시 느끼지 않기 위해
마음의 창을 꼭꼭 닫아야 한다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쳐
얻은 이 절실한 결론을
<이번에는>
<이번에는> 하며 어겨 보아도
결국 인간에게서는
더 이상 바랄 수 없음을 깨달은 날
나는 비록 공허한 웃음이었지만
웃음을 웃을 수 있었다

 

아무도 대신 죽어 주지 않는
나의 삶,
좀 더 열심히 살아야겠다.

 

6
나의 전부를 벗고
알몸뚱이로 모두를 대하고 싶다
그것조차
가면이라고 말할지라도
변명하지 않으며 살고 싶다
말로써 행동을 만들지 않고
행동으로 말할 수 있을 때까지
나는 혼자가 되리라
그 끝없는 고독과의 투쟁을
혼자의 힘으로 견디어야 한다.
부리에,
발톱에 피가 맺혀도
아무도 도와주지 않는다

 

숱한 불면의 밤을 새우며
<홀로 서기>를 익혀야 한다.

 

7
죽음이
인생의 종말이 아니기에
이 추한 모습을 보이면서도
살아 있다
나의 얼굴에 대해
내가 책임질 수 있을 때까지
홀로임을 느껴야 한다

 

그리고
어디에선가
홀로 서고 있을, 그 누군가를 위해
촛불을 들자
허전한 가슴을 메울 수는 없지만
<이것이다> 하며
살아가고 싶다
누구보다도 열심히 사랑을 하자.

 

****

 

홀로서기2

 

1
추억을
인정하자
애써 지우려던
내 발자국의 무너진 부분을
이제는 지켜보며
노을을 맞자.
바람이 흔들린다고
모두가 흔들리도록
버려 둘 수 없다는 걸
깨닫기까지
얼마나 많은 것을 또
잊어야 했나?

 

아름다움을 잃어버리는 순간은
육신의 어떤 일도
중요하지 않다.
내 가슴에 쓰러지는
노을의 마지막에 놀라며
남은 자도 결국은
떠나야 한다.

 

​2
아무도
객관적인 생각으로
남의 삶을
판단해선 안 된다
그 상황에 젖어보지 않고서
그의 고민과 번뇌를
이해할 수 있을까
그가 가졌던
그 숱한 고통의 시간을
느껴보지 않고서, 그 누구도
비난 해선 안 된다
너무 자기 합리화에
익숙해져 있는 우리지만
그래도 가슴 아득한 곳에서
울려나오는 절망은 어쩔 수 없고
네 개의 가시로 자신은
완전한 방비를 했다면
그것은
가장 완전한 방비인 것이다.

 

​3
나로 인해
고통 받는 자
더욱 철저히 고통하게
해 주라.
고통으로 자신이
구원 받을 수 있을 때까지

 

남이 받을 고통 때문에
자신을 희생한다는 것이
얼마나 어리석은가.
아닌 것은 아닌 것일 뿐
그의 고통은
그의 것이다.
그로 인해 일어난 내 속의 감정은
그를 더욱 나약하게 만들 뿐
아닌 것은 언제나
아닌 것이다
그로 인한 고통이 아무리 클지라도
결국은
옳은 길을 걸은 것이다.

 

​4
나의 신을 볼
얼굴이 없다
매일 만나지도 못하면서
늘 내 뒤에 서 있어
나의 긴 인생길을 따라다니며
내 좁은 이기심과 기회주의를
보고 웃으시는 그를, 내
무슨 낯을 들고 대할 수 있으리.

 

부끄러움으로 인해
자신을 돌아보지만
자랑스레 내어 놓을 것이라곤
하나도 없기에
좀더 살아
자랑스러운 것 하나쯤
내어 보일 수 있을 때가 되면
자신있게 신을 바라보리라
지만,
언제가 되어질지는, 아니
영원히 없을지도 모르겠기에
<나>가 더욱 작게 느껴지는 오늘
나를 사랑해야 할 것인가, 나는.

 

​5
나 인간이기에 일어나는
시행착오에 대한 질책으로
어두운 지하 심연에
영원히 홀로 있게 된대도
그 모두
나로 인함이기에
누구도 원망할 수 없으리
내 사랑하는 내 삶에 대한
책임은
나에게 있으니
나, 유황불에 타더라도
웃으려고 노력해야지.

 

내가 있는 그
어디에도 내가 견디기에는
너무 벅찬데
나를 이토록 나약하게 만든
신의 또다른 뜻은 무엇일까

 

****


홀로서기3

 

1
보고 싶은 마음을
오래 참으면
별이 된다고
작은 창으로 바라보는 하늘이
유난히 맑다.

 

늘상 시행착오 속에 살면서
나를 있게 해 준 신이
나에게 원하는 게
무엇인가를 알기 위해
숱한 밤을 밝혀도
아직도 나는
나의 얼굴을 모르고 있다.

 

2
훌쩍 떠나버리고 싶은 역에서
그냥 그렇게
자신을 속이고 있다.

 

아직은 그럴 때가 아니라지만
발길을 막고 서 있는 건
내 속에
나 혼자 있는 게
아니기 때문인가
새로운 자리를 찾아나서는
풀씨들만큼 충실한
씨앗이 되지 못했다.

 

그리움이 익으면
별이 된다고
내 속에서 빛나는 건 미처 못 지운
절망의 아픔들만
아직도 눈을 뜨고 있다.

 

3
노래가 질펀한 거리를
그대는 걷고 있다.
시간은 내 속에 정지해 있고
어쩌면 눈물만이 아프다.

 

혼자 불끄고 누울 수 있는
용기가
언제쯤이면 생겨날 수 있나
모든걸 이해하고
용서할 수 있을 때가
나에게 있을까.

 

잊음조차 평온함으로 와 닿을 때
아,나의 흔들림은
이제야 끝났는가.

 

4
내가 준 고통들이
지금 내가 안고 궁그는 아픔보다
더 크고,그럴지라도
그 맑은 미소가
다시 피어나길 기도하는 것조차
알량한 자기 위한일 뿐
나에게 손 내밀어줄 신이
정말 있을까.

 

흔들리지 말아야겠다는
숱한 다짐들이
어떤 바람에도 놀라게 한다.
굳건히 설 수 있을 때까진
잊어야지
내 속에 흐르는 강물이
결국은 바다로 간다는 걸
깨닫기 까지.

 

5
나는 여기 있는데
내 마음은 어디를 다니고 있는 지
아직 알 수가 없다.

 

아프게 살아온 날들이
모두 돌아볼 수 없도록 참담하고
흔들리는 인간이
흔들리는 나무보다 약하다.
지하도를 빠져나오는 느낌이
모두 같을지라도
바람부는 날
홀로 굳건할 수 있다면
내 속에 자라는 별을 이제는
하늘로 보내 줄 수 있을텐데

 

아직도 쓰러져 있는
그를 위해
나는 꽃을 들고 있다.

 

6
술잔 속에서 그대가
웃고 있을때, 나는
노래를 부른다,사랑의 노래를,
보고 싶은 마음들은
언젠가 별이 되겠지
그 사랑을 위해
목숨 걸 때가 있다면
내 아픔들은 모두 보여 주며
눈물의 삶을 얘기 해야지
연기처럼 사라지는 인생을 위해
썩어지는 육신을 위해
우리는 너무 노력하고 있다.

 

노을의 붉은 빛을 닮은
사랑의 얼굴로
이제는 사랑을 위해
내가 서야 한다.
서 있어야 한다.

 

7
안다.너의 아픔을 말하지 않아도
나만은 그 아픔을
느낄 수 있기에 말하지 않는다
절망조차 다정할 수 있을 때
그대는 나의 별이 되어라.
흔들리는 억새풀이 애처롭고
그냥 보이지 않는 곳에서
피었다 지는 들꽃이
더욱 정겹다.

 

그냥 살아남기 위해 노력하기 보다
사랑하기 위해 애쓰자.
사랑없는 삶으로
우리는 자신을 속일 수 없다
내 꿈으로 뛰운 별이
이제는
누구의 가슴에 가 닿을지를
고민하지 말아야지.

 

 

******

 

 

 

 

서정윤(徐正潤, 1957년 ~ 본관은 달성)은

 대한민국의 시인이다.

1957 대구 출생   영남대학교 동대학원 국문학과 졸업  

   1984년 김춘수 선생의 추천으로 [현대문학]에 '서녘바다'로 등단
   1982년 김천 성의여종고 교사

1984년 《현대문학》에

시 〈서녘바다〉,〈성(城)〉 등이 추천되어

문단

   1985년 3월 밀양 밀성중·고등학교 교사
   1987년 9월 교사 사직
   1987년 3월 첫번째 시집 [홀로 서기] 출간
   1987년 11월 두번째 시집 [점등인의 별에서] 출간  

   ◈ 저서
   <홀로서기><홀로서기 2><홀로서기 3><홀로서기 4><홀로서기5>
   <살아있는 입들의 자존심>수필집
   <가끔 절망하면 황홀하다> (1999, 문학수첩)
   <슬픈 사랑 >(2001, 문학수첩)
   <내가 만난 어린왕자>수필집
   <상어하느님 이름은 카우후후>우화집
   <오후 2시의 붓꽃>소설집
   <소망의 시>시선집
   <홀로서기:서정윤 시선집> (2002, 문학수첩)  

 

 

2023년 12월 4일 월요일

 

 

 

 

 

    • 글자 크기
홈페이지에 대한 의견 주세요 (by 관리자) 호조일성好鳥一聲/신석정 (by 이한기)

댓글 달기

이전 1 2 3 4 5 6 7 8 9 10... 24다음
첨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