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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성구
- 작곡가, 기자
- 서울대학교 음대 작곡과 졸업
- (사)한국인터넷방송협회 회장 역임
- 뉴스앤포스트 대표기자, 미주한인문화재단 사무총장
- 애틀랜타 문학회 홍보부장
[저서] 앨라배마 한인생활가이드 (2011~2017)

그림자

2015.02.11 20:37

관리자 조회 수:95

그림자

홍성구



따스한 볕이 제 삶을 훈훈하고 포송포송하게 해줬습니다.

따스한 볕이 내 삶을 훈훈하고 포송포송하게 해줬다.

볕이 어느덧 너무 따갑단 느낌이 들었습니다.

어느덧 볕이 어느덧 너무 따가왔다.

좋다가도 과하면 싫어지는 것인지

좋다가도 과하면 싫어지는 탓일까

되려 어디론가 숨고 싶어

손바닥으로 이마를 가려봅니다.

손바닥을 이마에 올려 세운다.


양손이 머리에 붙어있자니 불편하기만 합니다.

양 손날이 이마에 붙어있자니 불편하다.

아무 일도 할 수 없어 발만 동동 구릅니다.

아무 것도 할 수 없어 발만 동동 구른다.

볕이 없었다면... 그런 소원이 생기기까지 합니다.

차라리 볕이 없었더라면... 

그렇게 그렇게 시간만 죽어갑니다.

그렇게 시간만 죽어갑니다.

아니, 그 속타는 시간의 시체들 앞에 그림자가 드리워집니다.

그 속태운 시간의 시체들이 그림자 되어 볕을 먹어간다.


그림자가 길어지기 시작합니다.

그리곤 볕도 약해집니다.

그림자가 볕을 더 먹어간다.

그림자가 길어진 덕에 손을 이마에서 떼었습니다.

길어진 그림자 덕에 이마에서 손을 떼었다.

뭐든 할 수 있을 법도 한데

이젠 뭐든 할 수 있겠지...

이젠 발이 너무나 무겁습니다.

그런데 발이 너무 무거워 움직이질 않는다.


내게 비쳐줬던 볕은 이제 다 기울어 갑니다.

내게 비쳤던 볕은 이제 다 기울었다.

내 손은 볕을 가리느라 아무 것도 못했는데

붉은 하늘은 마무리하고 쉬어야 할 시간이라고 말합니다.

붉은 하늘은 나보고 이젠 쉴 때라고 말한다.


볕이 밉습니다.

볕이 밉다.

내 삶에 따사로움이란 내 손을 묶어둘 뿐이란 것을...

알아차렸을 때는 이미 눈이 어두워져 갈 곳을 찾지 못하게 되었습니다.

이미 눈 앞이 어두워져 갈 곳을 찾지 못하게 되버렸다.


아,

따뜻한 볕은 시간만 죽이는 독이었을까...

따뜻한 볕이 시간 죽이는 독이었던가...

아니면 움직일 수 있었던 발로라도 뭔가를 했어야 했던 걸까...

움직일 수 있었던 발로라도 뭔가를 해야 했던가...


후회와 고뇌가 시간을 두 번 죽이고 있습니다...

후회와 고뇌가 시간을 두 번 죽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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