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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동안
- 애틀랜타 문학회 회장

오리털 파카

아이얼굴2018.03.24 14:16조회 수 47댓글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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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영감은 잠이 오질 않았다.   일찍 잠자리에 누웠지만 오늘따라 시간이 늦게만 가는 것 같아 이불 속에서 꼼지락이며 빨리 아침이 오기를 기다리며 밤 새 뒤척이고 있었다.    새벽을 알리는 시계 소리에 벌떡 일어난 박 영감은 어제 남은 미역국에 밥 말아 서둘러 아침 식사를 마치고는 부랴부랴 노인정으로 향했다.

지난 밤 잠을 설쳤으면서도 전혀 피곤한 기색도 없이 노인정 가는 발걸음이 신이 난 박 영감은 혼잣말로 중얼거리며

“이 영감탱이 , 오늘 오면 코를 납작하게 해 줘야지…하하하”하면서 기분이 많이 상기 된 모습으로 노인정에 도착했지만 너무 이른 탓인지 노인정에는 아무도 없었다.

박 영감은 입고 있는 오리털 파카를 만지작거리며 행여 먼지가 묻었을까 여기 저기 살피고는 손으로 탁탁 털면서 김 영감이 빨리 나타나기만은 기다렸다.

이전부터 박 영감은 김 영감의 오리털 파카를 무척이나 부러워했었다.   

아무리 추워도 오리털 파카를 입으면 따뜻하고 부드럽게 피부에 닿는 느낌이 환상적이라고 하면서 김 영감은 오리털 파카가 없는 박 영감에게 자랑을 자주 했었다.

오리털 파카가 부러웠던 박 영감은 한 번 입어 보자고 김 영감에게 부탁을 했지만 김 영감은 비싼 것이라 사기도 힘들 텐데 괜히 입어보고 맛만들이면 더 힘들어질 텐데 하면서 박 영감을 놀리면서 살짝 벗어 주었다.

파카를 받아 입어 본 박 영감은 가볍고 따뜻하고 부드러운 감촉이 너무 좋아 옷을 벗고 싶지 않을 정도였다.

박 영감은 오리털 파카를 사고 싶었지만, 집안 형편에 그 비싼 것을 살 수도 없고, 노인정에 가면 김 영감에게 부탁해서 한 번 살짝 입어보고 돌려 주곤 했었다.        

김 영감도 이런 박 영감을 겉으로는 놀리면서도 친구의 어려운 형편을 알고 있어 투덜거리면서도 친구가 입고 싶어할 때는 옷을 벗어 입어 보게 하였었다.   

1주일 후면 박 영감의 생일이 되어 김 영감은 박 영감의 아들이 일하고 있는 아파트 경비실을 찾아가 

“다음 주가 아버지 생일이지. 자네가 아버지 생신에 선물로 드려. 아버지가 많이 좋아 하실 거야.”하면서 선물꾸러미를 전해 주었다

.

.

“어이 김 영감! 우리 아들이 준 생일선물이야……멋있지자네 것 보다 훨씬 좋은 거네.. 하하하 부럽지. 하하하”

춤을 추듯이 들뜬 박 영감을 바라보는 김 영감도 흐뭇한 기분으로

“어이구, 영감탱이 좋아 죽네 그려…… 하하 이젠 노인정에 와도 자네에게 내 옷 안 빌려줘도 되니 나도 좋다. 하하하 기분 좋네 그려. 우리 목욕이나 가세. 내가 목욕비 넬께. 하하하”

두 사람은 오리털 파카를 멋지게 입고는 동네 목욕탕으로 향했다.

목욕탕에 가까워질 즈음 사람들이 몰려 있고 주변이 어수선하여 보니 목욕탕이 화재가 나면서 많은 사람들이 목욕탕 앞에서 웅성거리고 있었다.   

목욕탕에서 벌거벗은 체로 급하게 피해서 나 온 사람들이 주변 사람들이 준비해준 담요와 수건으로 몸을 가리고 추위와 화재의 공포에 떨고 있었다그 중에 한 어린 아이가 이 추위에 벌거 벗은 체로 울면서 엄마가 아직 목욕탕에서 나오지 못했다면서 울고 있었다.   사람들은 이 아이의 안타까운 모습을 바라 보면서 아이의 엄마가 빨리 구조 되기를 바라 볼 수 밖에 없었다.    이 모습을 바라 보던 박 영감이 오리털 파카를 벗더니 울고 있는 아이에게 입히고는 가만히 안아주면서 달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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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5
  • 아이얼굴글쓴이
    2018.3.24 14:33 댓글추천 0비추천 0

    오리털 파카라는 꽁트를 쓰면서

    우리는 살아 오면서 친구의 중요한 것을 모르고 지내는 경우가 많다. 항상 함께 있으니 귀한 줄 모르고 무심히 지내 버리게 된다.

    옆에 있어서 어떤 때는 오히려 귀찮을 때도 있고, 별 것도 아닌 것으로 다투기도 하며, 원수처럼 다투다 가도 언제 그랬냐는 듯이 서로의 얼굴을 바라보며 웃어 넘기는 일이다.  어떤 때는 하는 짓이 얄미워 약이 오르다 가도, 없으면 보고 싶고, 아프면 안타깝고, 힘들어 하면 보듬어 주고 싶어 하는 우리 보통 사람들의 마음이 이런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함께 하고 있어 마음이 따뜻해지고, 함께 하고 있어 이민의 삶이 외롭지 않습니다.    우연한 기회에 발을 들여 놓은 애틀란타 문학회에서 보통 사람들의 희로애락을 나누는 축복을 가지게 되어 오늘도 행복해진다.

  • 아이얼굴님께

    조동안 선생님마음과 같은 마음이에요...

    모든 상황 상황들이 다 내 마음과 같지 않지만

    언제나 애틀랜타문학회와 회원분들이 있어 얼마나 

    든든하고 의지가 되는지 몰라요...^^

    감사합니다.


  • Jenny님께
    아이얼굴글쓴이
    2018.3.25 16:28 댓글추천 0비추천 0

    그래요...하하하

  • 심성이 따뜻한 동안씨 다운 내용이 훈훈 하네요.

  • keyjohn님께
    아이얼굴글쓴이
    2018.3.25 16:29 댓글추천 0비추천 0

    감사합니다. 동갑내기 친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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