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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복희
- 중앙대학교 예술대학 연극영화과 졸업
- CBS 제1기 성우, TBC 제1기 성우
- 1996년 수필공원 초회추천
- 대한민국 연극제 여우주연상, 동아일보 연극상 여우주연상, 백상예술상 여우주연상 수상
- 연극, TV, 영화 연기자 협회 회원, 애틀랜타 문학회 회원

실향민 개성관광

왕자2017.03.25 15:13조회 수 67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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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향민의 개성 관광 /김복희


 현대자전거의 질주 !    와! .. 감탄 ...

은빛 패달이 햇살을 반사하며 장관을 이룬다.

남한 관광객이 개성에 도착한 시간에 맞추어 공단처녀들의 출근길을 보여 주는 것이라 생각이 든다. 

검정치마를 입고 수 백 명이 일사분란하게 발을 움직이니 어느 극장 무대에서 보던 장면 보다 더 화려하고 멋있어 보인다. 공원에서는 신랑신부가 아침부터 결혼 야외 촬영을 하고 있었다. 관광객에게 보여 주기위해서 쇼를 하고 있는 것 아닐까? 얼굴들이 새까맣게 타 있다. 우리 일행들은 그들의 연극? 을 보며 마음이 언짢아서 혀를 차기도 하였다. 같은 장면을 반복하고 있을 연기자들이 딱 해 보인다.. 그들은 10여대의 화려한 남한 리무진 버스가 지나가도 눈길조차 주지 않는다.  (속으로는 보고 싶었겠지...)


서울 남정 초등학교 5학년 때 개성으로 소풍을 갔었다 (해방 직후엔 남한이었다) 

선죽교에서 소풍용 물통을 쏟아 부으니 정몽주의 핏자국이 은은하게 나타났다. 우리는 탄성을 질렀었다.

개성은 나의 할머니 고향이다. 개성이 깨끗하다며 유난히 고향 자랑을 하신 할머니께 내가 본대로 

전기 줄에 죽은 뱀이 걸려있더라고 흉을 보기도 했다. (그장면이 너무 징그러워 평생 잊지못하고 있다) 


(소녀가 할머니가 된 후) 


2008년 여름 남편의 애제자가 개성관광이 마지막이 될 것 같다며 우리 부부를 초대하였다.

광화문에서 현대 리무진 버스로 새벽을 뚫고 떠나 임진각에서 교육을(주의사항) 받고 38선을 넘어 북한 땅으로 입성을 하였다 얼마나 가까운 거리인지 개성에 도착 하니 아침 출근시간이었다. 시댁의 선조 포은 정몽주가 살해당한 선죽교에서 역시 물을 뿌려보았고 영화 25시의 안소니퀸의 마지막 표정 같던 남편의 독사진을 찍을 때는 

눈이 흐려지고 손이 떨렸다.


우리가 미국에서 북한을 왔구나 고향땅에 ...


선죽교에서 하이힐에 한복을 입은 북한 안내원의 설명을 열심히 듣고 있던 남한 관광객은 

아마도 정씨의 후손들일 것이다. 

프로그램대로 일사불란하게 관광을 마치고 점심시간이 되었다. 한옥 마을로 가서 지정받은 어느 집으로 들어갔다

한사람 앞에 20첩 반상의 식사가 나온다. 소꼽장난감 같은 놋 종지에 담긴 반찬이 너무 맛깔스럽게 보인다. 시원치 않던 관광의 보상을 받듯 너무나 화려한 밥상을 대하니 경비가 아깝지가 않았다. 이조의 도읍답게 이름 모를 

옛 궁중 음식이 미소를 자아내게 한다. 평생 처음 먹어본 궁중 음식들...

불평을 하던 서울 관광객들이 밥상 앞에서는 만족하며 막걸리까지 마시며 너털웃음들이다.


돌아오기 전 토산품 가게로 안내 되었다. 물건 값은 미국 달라로 받는다.

지인들에게 줄 무공해 마른 나물을 사고  빨강 공단 천에 수를 놓은 $5짜리 안경집을 샀다.

여자들은 내 것을 보고 모두 뛰어가 안경집을 사온다. 나중에는 품절이라며 사지 못하고 돌아와서 하는 말이 

"남조선 배우질 하는 여자가 사 간 후 몽땅 팔렸다"고 하더란다. 

아마 어느 손님이 내가 탈랜트라고 한 모양이다.


대한민국 북쪽 마지막 기차역이 도라산역 이다. 더 갈수 없는 다음역 이름은 개성이라고 쓰여 있다 .

내 아버지형제의 외가댁이 있었던 개성.

남편의 애제자인  K방송국  북한부 기자는 스승이 포은 정몽주의 후손임을 알고 미국까지  초청을 해 주었다. 

 

댓 쪽 같던 조상 덕에 많은 후손이 희생당하고 유배를 가야했던 것을

역사는  지금 어찌 해석을 해야 하는가?


‘이 몸이 죽고 죽어 일백 번 고쳐 죽어 

백골이 진토 되어 넋이라도 있고 없고 

님 향한 일편단심이야 변할 줄이 있으랴


정몽주의 단심가를 외워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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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마켓에서 /김복희 금강산 다람쥐 와 미국다람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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