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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복희
- 중앙대학교 예술대학 연극영화과 졸업
- CBS 제1기 성우, TBC 제1기 성우
- 1996년 수필공원 초회추천
- 대한민국 연극제 여우주연상, 동아일보 연극상 여우주연상, 백상예술상 여우주연상 수상
- 연극, TV, 영화 연기자 협회 회원, 애틀랜타 문학회 회원

아! 어찌 잊으랴

왕자2016.06.10 06:55조회 수 75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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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 어찌 잊으랴 6 25 / 김복희    (조선일보 6-9-2016)


     그날 낮 명동 시공관에서 음악회가 있어 객석에 앉아 있었다.

내 무릎엔 어느 선배 언니가 안겨준 꽃다발이 있었고...

우리학교 송진혁 음악 선생님의 순서가 끝나면 내가 꽃다발 증정을 하기로 되어 있었다.

그런데 돌연 음악회가 중단되면서 스피커에서 들리는 다급한 목소리는 “휴가 중인 군인은 즉시 귀대하라”는

내용이었고 그 방송은 계속되었다.

웅성거리며 관객들이 하나 둘 일어나고 나는 아무것도 모른 채 두려운 맘으로 일어나서 군중 속에 밀려 극장 밖으로 나왔다.

   전차를 타고 남영동 에서 나려 걸어오는데 골목 어귀에서 나를 기다리던 엄마가 동생을 업은 채 달려오면서

안도의 한숨을 쉬며 내 손을 잡는다.

그날 새벽 38선에서 북한 인민군이 남침을 하였다고한다. 바로 5년 전1945년 8월15일 해방 후 북한에서 서울로 남하 한 우리가족은 공산당을 무서워했으며 아버지 어머니 할머니 모두 초죽음의 표정이었다.

    암울했던 3개월간의 6.25전쟁으로 허기와 두려움을 겪은 나는 철부지 사춘기 문학소녀에서 ‘유관순열사’나

불란서의 ‘잔다크’ 소녀로 변해 갔다. 피로 멍든 조국을 구해야 한다는 일념은 나의 작은 힘으로 이제부터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가를 고민하던 때에

당시 맥아더 장군의 9.28 인천 상륙 작전 성공으로 국군은 진격 또 진격을 하며 인민군을 북으로 몰았다.

    여중생 절친 인 친구 ‘고은정’(성우) 과 ‘최도영’(의사)과 나는 일선 국군 장병을 위문하는 여군 2기 예술대에 

입대를 하였다. 우리 나이 열다섯살이 었다. 전원 서울의 여중 재학생으로 입대 동기생이 30명 정도였다.

모두 교복을 벗고 허수아비같이 큰 남자 군복을 입어야 했으며 핼로 모자를 쓰고 인형 같은 어린 여군이 되었다.

     밤낮으로 맹열히 연습하여 최전방 일선에 있는 6, 7, 9, 11, 사단에 간이 무대를 만들어 놓고 위문공연을 다녔다. 프로그램은 독창. 합창. 무용. 밴드. 순으로 나는 MC까지 보며 선임하사라 불렸다.

    추운 겨울 밤 중공군의 습격으로 위문공연 도중 풍지 박산이 되어 죽음을 면했던 일도 있었고. 1951년 1월4일

인해전술 중공군의 개입으로 우리는 인천에서 LST 군함을 타고 부산까지 내려갔다. 몇 달 후 어린 학생들이었던 예술대 전원은 다시 본교로 복학을 했다. 지금은 백발의 80대 할머니들이다. .

    그때는 어려서 용도를 몰랐던 목거리 군번이 이제 와서 효자노릇을 함에 좋아라 깔깔 대는 친구들도 있다.

감사하게도 보훈처에서 매달 전쟁유공자 수당을 받고 있으니..

    해마다 6.25는 값진 추억을 일깨워주며 그 시절 일선 무대에서 내가 불렀던 노래를 흥얼거려 본다.


“옛날의 금잔디 동산에 매기 같이 앉아서 놀던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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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에피소드 1. 일기 /김복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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