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김복희
- 중앙대학교 예술대학 연극영화과 졸업
- CBS 제1기 성우, TBC 제1기 성우
- 1996년 수필공원 초회추천
- 대한민국 연극제 여우주연상, 동아일보 연극상 여우주연상, 백상예술상 여우주연상 수상
- 연극, TV, 영화 연기자 협회 회원, 애틀랜타 문학회 회원

못다 핀 꽃 한송이

왕자2016.08.20 10:50조회 수 89댓글 0

    • 글자 크기

       못다 핀 꽃 한 송이 /김복희


   중 고등학교 동창인 C는  같은 우수 반 출신의 친구이다

6 25전 당시 교장 선생님이 미국 교육 시찰을 다녀오신 후 우리 학년 420명중 60명을 우수 반으로, 몸이 하약한 60명은 양호 반을 만드셨었다

우수 반으로 배치된 나는 한 것 우월감으로 학창시절을 보냈다 사춘기의 우월감은 평생을 가는지 남편은 내가 못마땅할때 마다  잘못 된 교육을 받았다고  핀잔을 하였다.

 

     지금 생각하면 다시 생각해 볼 반 편성이다.


저학년 때는 자칫 우수 반 에서 실격하지 않으려 반 친구들이 모두 라이벌 이었었다

C는 공부도 썩 잘하고 얼굴도 예쁘고 노래도 참 잘했다 그와 가까워진 것은 고 3때 오현명 음악 선생님이 뮤지컬 콩쥐 팥쥐를 연출하시며 노래를 하는 세 사람 중 키작은 C는 콩쥐 를, 키가 컸던 친구는 팥쥐 를, 그리고 나는 남자역인 왕자를 시키셨다 남자역이라 불만이었지만 연기를 잘하던 나를 주인공으로 만드신  대작 콩쥐 팥쥐 뮤지컬은 을지로 4가 국도극장에서 졸업직전 공연을 하였다 성황리에 공연을 마치고 졸업 후 각자 다른 대학으로 가서 만나지 못하고 바람결에 소식만 들으며 C를 잊지 않고 지냈다

아까운 것은 C가 중퇴를 하고  결혼했다는 소식이다


    그 후 30여년이 흐른 후 비가 주룩 주룩 내리던 어느 가을 오후 TV에서 주부 연극반이 소개되는 것을 보고 있을 때 전화벨이 울리는데 갑자기 어머나 혹시 C가?....

점쟁이 처럼 맞쳤다 목소리는 과연 반가운 C였다

"너 지금 TV 보고 있었구나?" 내 말에   "그래 네 생각이 나서" ... 애들 다 결혼해서 떠났고 시간여유가 생기니 자주 만나며 C 와의 데이트가 시작되었다 연예인이 된 내 얘기가 재미있다며 자주 불러냈다 그 친구를 보며 그녀의 노래가 너무 아까웠다 예술의 전당 음악회를 가면 그 친구 표정을 훔쳐보게 된다. 그의 동기들이 유명한 성악가가 되어 무대에 섰는데 저 친구 마음은 어떨까 싶어서...


     서울대 음대 재학중에 화재로 인해 형편이 어려워지자 결혼을 한 것이었다 놀라운 것은 아들 딸 손자 손녀도 할머니가 왕년에 성악을 했다는 것을 모른다고 한다

감추고 산 그 인생이 못다 핀 꽃 한 송이로 보인다

교회도 안 나가니 성가대도 않고 어찌 노래 부르고 싶어서 참고 사는지...

2년전에 아들이 사는 얼바인에 왔을 때 내가 달려가 처음이자 마지막이란 생각하고 독창회를 하도록 권하고 왔다 아들 딸 보다도 음악을 하는 손자 손녀에게 할머니의 노래를 들려주고 싶다고 한다 

   서울로 가서 일 년 동안 성악인들의 노래교실을 찾아 옛 실력을 되살리는 기적 같은 일이 생겨났다 카톡으로 노래를 보내 올 때 마다 장족의 발전으로 나를 놀라게 한다

 

    작년여름 일 년 만에 독창회를 성사시켰다 아들딸이 거의 미국에 살고 있어서 작년 7월 15일 얼바인에서 C의 남편의 적극적인 후원으로 드디어 꿈에 그리던 가족음악회라는 타이틀로 손자가 첼로 연주하며 C의 노래가 공개되었다 기획자며 사회자인 나는 그를 위한 시 도 낭송했으며 감격의 행사를 마치고 돌아오는 비행기에서 드디어 C의 첫사랑을 꽃피웠구나...... 하염없이 뭉게구름을 헤치며 기쁜 맘으로 집으로 돌아왔다

 

     어제 밤엔 최근 녹음한 오페라 아리아를 들려주었다

더욱 발전한 실력을 칭찬하다가 CD를 제작하라고했다 그럴 생각이라고 한다

칭찬은 고래도 춤을 추게 한다고 했던가 ? 80 넘은 성악가의 등장이다

나는 우리보다 훨 나이 많은 일본의 시바타 토요의 90넘어 등단한 시를 읽어주며 격려를

하였다 

  

    작년 그의 음악회서 낭송한 나의 시 한수를 소개 한다


            -친구의 독창회서- 

 

너의 첫사랑은 노래였다.

고운 꽃잎 무더기로 피었던 봄날 다 보내고

뿌리 깊은 나목으로 서서 너는 별이 되었었지

속으로 수십 년 몰래 부르는 노래 난 맘속으로 다 듣고 살았다.

이제 꽃처럼 안개처럼 무지개 되어 노래가 피어나는 구나

첫사랑이던 노래

뜨거운 가슴에서 지워버린 긴 세월

누가 알까 누가 들을까 숨죽이고 산 것이 60년.

80 나이에 용감하게 첫사랑 찾아 드디어 꽃을 피우는 구나

평생 응어리가 녹아

영재들의 요람인 서울 대 음대 수석 합격 할 때처럼

너의 노래가 다시 춤을 춘다.

과거의 빛나고 예뻤던 모습보다

세월에 익히고 삶에 무르익은 지금의 할머니 모습처럼

가장 귀한 소리를 오늘 들려주는구나.

꽃 피어라! 너의 노래! 그대의 첫사랑이어!!... 친구 복희가

8-18-2016

    • 글자 크기
임신했나 봐요 드라마 소나기 /김복희

댓글 달기

번호 제목 날짜 조회 수
39 봄/김복희6 2017.02.15 41
38 첫눈을 본 아침에 /김복희4 2017.01.07 64
37 크리스마스와 미군병사 /김복희2 2016.12.13 64
36 외국인 시니어 쎈타 2016.12.13 37
35 지옥과 천국/ 김복희6 2016.11.26 81
34 ,옛 교사모임 수정 2016.09.27 55
33 임신했나 봐요1 2016.09.25 55
못다 핀 꽃 한송이 2016.08.20 89
31 드라마 소나기 /김복희4 2016.07.31 121
30 매미 /김복희 2016.07.09 52
29 보석처럼 묻어둔 추억 / 김복희 2016.07.07 57
28 친구의 첫 독창회2 2016.07.05 41
27 연극 에피소드 1.4 2016.06.23 67
26 아! 어찌 잊으랴 2016.06.10 75
25 일기 /김복희2 2016.05.13 52
24 이별 /김복희 2016.04.26 54
23 어버이 날 /김복희2 2016.04.13 63
22 반가운 목소리 /김복희9 2016.03.29 91
21 놀러온 친구들2 2016.03.11 61
20 시 , 아들 생각4 2016.01.23 75
첨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