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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복희
- 중앙대학교 예술대학 연극영화과 졸업
- CBS 제1기 성우, TBC 제1기 성우
- 1996년 수필공원 초회추천
- 대한민국 연극제 여우주연상, 동아일보 연극상 여우주연상, 백상예술상 여우주연상 수상
- 연극, TV, 영화 연기자 협회 회원, 애틀랜타 문학회 회원

내가 숨겨 놓은 왕자

왕자2015.07.06 08:17조회 수 78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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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숨겨 놓은 왕자/김복희


 나의 별명은 한때 왕자였었다.

아무도 불러주지 않았지만 별명을 써야 된다면 나만 기억하는 별명 '왕자'라 적는다.

고등학교 졸업반 시절 학교 예술제에서 콩쥐팥쥐 오페렛타 (무지컬)를 오현명 선생님 연출로 국도 극장에서 공연하였다. 그 당시 교장이었던 방순경 교장선생님이 내게 부쳐주신 별명이었다.

내가 맡은 배역이 왕자였는데 여학생들에게는 남자 배역이 인기여서 당시 여고생이 하는 오페라에서는 폭발적인 인기를 얻었다.

공연이 끝 난 후에도 운동장이나 복도에서 만나면 교장선생님은 ‘우리 왕자’ 라며 나를 끌어 안아주셨다.

졸업을 앞둔 어느 날 선생님의 호출을 받고 교장실로 처음 찾아 갔다.

내 말 잘 들어라 하시며 교장선생님이 말씀 하셨다. '내가 다니는 명동성당

교우 중에 아드님을 미국으로 유학 보내는 댁이 있는데 우리 학교 졸업반중에 똑똑하고 건강하고 노래하는 여학생을 함께 유학 보내기를 희망한다' 며 교장 선생님이 나를 추천하고 싶으니 부모님과 상의해보라는 것이었다. 나는 노처녀 교장선생님을 존경하였는데 당시 미혼인 것이 너무 성스러워서 좋아 했었다. 그 순간 실망으로 놀라 교장선생님의 얼굴이 두 얼굴로 보였다.

본인은 결혼도 안했으면서 어린 제자에게 짝을 지어 유학을 보낸다는 것이 얼마나 불결하게 느꼈던지 눈물을 글썽이며 교장선생님 한복 저고리에 금 나비 부로치가 더럽고 역겨워 보이기까지 했다.

물론 집에 가서 부모님께 말씀 안 드렸다. 교장선생님이 나를 예뻐하는 줄만 알았다가 어린 제자를 유학을 빌미로 시집보낸다고 생각을 했었기에 부모님께 수치심을 드린다고 생각을 했었던 것이다. 그 후 부터

실망으로 교장선생님이 보기가 싫어졌다.

신혼 초 에 남편에게 어쩌다 그 얘기를 했더니 친구들이 집에 오면 서슴없이 그 얘기를 하며 오히려 아내를 자랑스럽게 생각을 하였다. 20 여년 후

연극을 전공한 나는 배우가 되어 명동 시공관 에서 공연을 끝내고 분장도구 가방을 들고 밤늦게 집에 가는 길이었다. 저 쪽에서 지팡이를 짚고 많이 수척하고 초라해진 교장 선생님이 걸어오고 계셨다. 반가워 선생님을 부르며 달려가 손 을 잡았다.

얼굴을 한참 들여다보시더니 ‘우리 왕자’ 하시며 반기신다.

늦은 밤인데 명동 성당에 기도하러 가신다며 마음이 많이 바쁘다고 하셨다.

곧 선생님을 뵈러 가야지 생각뿐이었고 어쩌다 결국 실행치 못하였다.

70대 후반에 타계하셨으니 지금 나보다 젊어서 가셨다.

몇 년 전 서울 갔을 때 모교에 들려 교장선생님의 동상 앞에서 인사를 드렸다. 선생님 '왕자'에요 미국에서 살아요...

지금도 교장선생님을 기리며

아직도 나는 아무도 모르게 왕자를 맘속에 숨겨 놓고 산다.

7-5-15 Christian terrace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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