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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복희
- 중앙대학교 예술대학 연극영화과 졸업
- CBS 제1기 성우, TBC 제1기 성우
- 1996년 수필공원 초회추천
- 대한민국 연극제 여우주연상, 동아일보 연극상 여우주연상, 백상예술상 여우주연상 수상
- 연극, TV, 영화 연기자 협회 회원, 애틀랜타 문학회 회원

오현명선생님을 추모하며

왕자2015.03.03 10:35조회 수 121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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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현명선생님을 추모하며

Category: 기본폴더 프로필, Tag: 신변잡기,일상다반사
06/23/2010 08:08 am
6월27일 아틀란타 중앙일보 - 2009-

‘나의 은사 오현명 선생님을 추모하며’

여고시절 우리학교 음악 선생님이셨던 오현명 선생님이 영원히 떠나가셨다. 선생님께 성악 렛슨을 받았고 졸업반이던 1954년 이른 봄. 선생님이 지도하신 오페레타 김대현 작 ‘콩쥐 팥쥐’에서 주인공 왕자 역을 맡게 되었다 주인공을 왕자로 만든 것은 선생님의 연출이었다. 나는 노래만 부르는 것이 아니고 연기를 하는 것 도 너무 재미가 있었다 맹연습을 거듭한 후에 을지로 4가에 있는 국도극장에서 공연을 하였다. 출연하는 우리 여고생들은 모두 흥분에 휩싸였고 당시는 6.25전쟁이 끝난 직후여서 폐허가 된 서울로 돌아온 시민들은 피땀 흘리며 복구 작업으로 힘겹게 사라가던 시절이었다. 당시에 국민들의 정서는 극도로 매말라 있고 문화예술에 목말랐던 때었다. 공연 날 수많은 관객이 몰려들어서 극장유리가 박살이 나고 기마병이 출동할 만큼 성황을 이루었다. 선생님은 분주히 극장 안 밖 을 다니시며 흥분하신 표정이었다. 공연 후 일본 ‘타카라즈카’소녀가극단을 연상시키는 훌륭한 공연이었다는 평이 신문에 나기도 했다. 그 공연을 계기로 나는 성악가가 되려던 꿈을 바꾸고 배우가 될 결심을 하였다
그 후에 선생님은 국립오페라단 단장으로 오랫동안 계시면서 왕성한 활동과 유명한 오페라 연출도 수십차레 하셨다. 아마도 우리들의 “콩쥐 팥쥐”연출이 오페라 연출가의 출발점이 된 듯싶다.
2005년 우리부부는 애들이 있는 미국으로 이민을 오게 되었다
2007년 여름. ‘남성 솔리스트 앙상블 합창단’의 미국 순회연주의 마지막 연주지가 애틀랜타였다 오현명 선생님도 오셨다
연로하신 선생님이 함께 오셨다며 단원인 유명한 아나운서출신 차인태씨 소개를 받으며 등장하신 선생님은 옛날 보다 많이 수척하였다 합창중에 솔로를 하시는데 노래는 역시 우렁차고 부드러웠다 관객의 탄성을 들으시기에 족하였고 고국에 귀한 음성을 이곳 멀리서 들을 수 있다는 것도 감동인데 노래 부르시는 그 메너 는 가이 추종을 불허하는 연기였다

최근에는 선생님이 많이 편찮으신 것을 알고 가끔 전화를 드릴 때면 우렁차고 부드러운 바리톤 음성으로 ‘다 잘 계시지?’ 라며 내 전화를 기쁘게 받으시던 선생님의 음성이 병환으로 점점 변해가는 것이 몹시 서글펐다. 가곡의 전도사’라는 칭호로 온 국민의 사랑과 존경을 받으시는 훌륭한 성악가. “인생은 짧고 예술은 길다”라고 하듯이 선생님은 떠나셨지만 선생님의 부드럽고 우렁찬 노래는 영원히 국민들의 정서를 보듬고 정화시킬 것으로 믿는다.
운명하시기 열흘 전에 드린 전화 음성은 무슨 말씀을 하시는지 알아들을 수가 없었다. 너무나 가슴이 아파 아무말도 못했다 가족의 얘기로는 복수가 많이 찼다고 하였다 십여년 전 사모님을 앞세우신 선생님 말씀이 떠 오른다 ‘식물 인간일지라도 아내가 침대에 누워만 있어도 좋겠다’ 하시던 선생님은 이제 사랑하시던 사모님 곁으로 가시니 외롭지 않고 평안하시리라 믿는다. 온종일 선생님이 부르시는 ‘명태’ ‘그집앞’ ‘청산에 살리라’와 찬송을 듣고 있다
멀리서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선생님 존경합니다. 옛 제자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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