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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복희
- 중앙대학교 예술대학 연극영화과 졸업
- CBS 제1기 성우, TBC 제1기 성우
- 1996년 수필공원 초회추천
- 대한민국 연극제 여우주연상, 동아일보 연극상 여우주연상, 백상예술상 여우주연상 수상
- 연극, TV, 영화 연기자 협회 회원, 애틀랜타 문학회 회원

친구의 치매

왕자2015.03.05 12:23조회 수 136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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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의 치매
8월2일 2010년

서울 J 여고 출신인 S는 재학시 유명한 탁구선수 였으며
빼어난 미인이었다
나와는 이웃에 살았으며 나이는 나보다 세살이 많았지만
어려서 부터 친구로 지냈다
꽤나 똑똑하고 영리했던 친구인데 점점 기억력을 잃고 있다
어쩌다 전화를 하면 아직은 내 목소리를 알고 반기지만 그외
다른 것은 아무것도 기억을 못한다.
조금 전 말 한 것 까지도 전혀 기억을 못한다.
정신 놓으면 안 돼니 자꾸 기억 하도록 훈련이 필요하다고 하면
“몰라 몰라” 를 연발 한다
“간단한 시 를 외워라” “성경 구절을 외워라” 말하지만
다음날은 아무 것도 기억 못하면서 언제 그런 소리를 했냐고 한다.
그에게 치매란 얘기는 차마 할 수가 없다
치매 시초가 기억력 상실 이란 것 도 말할 수가 없다
아주 젊은 시절부터 기억력은 별로 좋지 못한 친구였다
함께 갔던 곳 도 같이 말 한 것도 기억을 못하고
내가 지난 얘기를 하면 없는 소리 한다며 나의 기분을
상하게 한 일도 있었다.
요즘은 옛날 사진을 정리하며 S의 사진을 따로 골라 놨다
그의 미모가 뛰어났던 젊은 시절의 사진을 보니 지금 상태가 너무나 불씽하다
여중생 어린 시절에 오빠라 불렀던 Y를 ‘첫사랑’이라고 말하며
결혼 후 사진을 집에 둘수가 없다고 내게 맡긴 사진이 있다 .
어린 시절 사진 속에서도 Y는 용모 단정하고 똑똑해 보였다
그들학교는 이웃에 있었다고 한다
Y는 당시에도 인물이 대단했으며 옆 학교 여학생들에게
우상의 화재 인물 이 였다고 한다. Y는 당돌하게 어린 S 양을 불러내
오빠 동생을 삼고는 서로 집안끼리도 친하게 지냈다고 했다
불행하게도 6.25사변으로 그들은 서로 연락이 끊겼고 환도 후에 우연히
만났을때는 Y는 당대 유명한 신인 방송인이 였으며 S는 이미 결혼을 했다고 한다
그들은 그렇게 다른길을 가고 있었다. 그렇지만 S는 그때까지도 오빠를
잊지 못하고 살고 있었다고 한다
지금은 S의 남편도 세상 떠난 지 오래 되었다
요즘 몇 십 년 전 사진을 본인에게 돌려주는 작업을 시작한다.
내가 떠난 다음엔 그 사진들이 아무 의미가 없을테니까.
남의 사진을 내 손으로 버리지는 못하겠고 본인에게 돌려주는 것이
마땅하다 싶어 하는 일이다.
이제는 눈도 나빠져서 돋보기를 쓰고 봐야하는 작은 사진들은
아예 다시 보게 되지를 않는다.
며칠 동안 산 떠미 같은 사진을 정리하는데 너무 힘들고 피곤하다
그러나 내일은 S 에게 사진을 보내겠다.
친구가 사진을 보며 과거를 기억 할런지?
제발 기억이 돌아오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그는 최근까지 하와이에 살았는데 아무것도 기억을 못하는
치매환자가 된것이 딱해서 한국의 아들이 어머니를 모셔갔다
어제 국제 전화로 그곳이 어디냐고 하니 그것도 모르겠다고 하며
“여기는 하와이보다 덥지 않아 그런데 아주 끈적거려”
“여기 언제 올거야?” 어린애처럼 조른다. 가슴이 아프다
사는곳이 어딘지도 모르는 친구가 되었으니....
사진을 부치면 며칠 후엔 받게 되겠지
사진속의 과거를 기억해서 정신이 번쩍 돌아오면 얼마나 다행일까?
기적을 바라며 내일 뜨겁기전 아침 일찍 우체국에 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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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19일에 생긴 일 오현명선생님을 추모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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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2
  • 어쩌면 그리도 수십년 전 일들을 디테일까지 기억하시는지...놀라워요.

    친구에 대한 애정은 끈끈하고

    과거를 보는 시선은 담담하지만 가슴이 저린...


    마무리가 서두르지도 않고 미사려구로 장식하려 애쓰지 않아서

    더 담백합니다

    '뜨겁기 전에 일찍 우체국에 가야겠다'

    너무 좋아요

    항상 건강하세요


  • 왕자글쓴이
    2015.7.19 22:08 댓글추천 0비추천 0

    임시인님  

    관심 갖고 읽어주어 고맙습니다.

    임시인은

    예지가  반짝거려 놀라울때가 있습니다.

    좋은 글 솜씨

    많이 배우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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