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김복희
- 중앙대학교 예술대학 연극영화과 졸업
- CBS 제1기 성우, TBC 제1기 성우
- 1996년 수필공원 초회추천
- 대한민국 연극제 여우주연상, 동아일보 연극상 여우주연상, 백상예술상 여우주연상 수상
- 연극, TV, 영화 연기자 협회 회원, 애틀랜타 문학회 회원

연극 에피소드 1.

왕자2016.06.23 17:11조회 수 67댓글 4

    • 글자 크기

     연극 에피소드 1.   

(그녀는 여전히 예쁘고 신비롭다)              /김복희


     요즘 문득 문득 옛날 생각으로 웃다가 울다가 한다.

남이 보면 정신 놓진 할매로 볼 것이다.

     오늘처럼 즐거운 추억을 떠 올릴 때면 재미있고 행복하여 생기가 나서 밥맛도

제법 돌아와 아침밥을 맛있게 먹어치웠다.

발동이 걸려서 가구도 이리저리 옮겨놓고 조명도 밝게 하고...

아직도 입가에 웃음이 가시지 않는다.


     오늘 아침 일이다.

" * * 씨?" ......... "여기 미국이야...... 엄마, 아만다-"

잠깐의 침묵을 깨고 반가워 놀라는 '로라'의 목소리

우리는 동시에 큰 사건을 떠올리며 한참을 박장대소 하였다.

"선생님 안녕하셨어요? 너무 반가워 눈물이 나요"

"...나는 울고 있어... "

유치원에 다니던 그의 두 아들이 어느새 워싱턴 명문대 대학원까지 마치고 얼마 전에 귀국했다는 것이다.

얼굴, 몸매, 다 예쁘고 연기 잘하던 그 후배는 결혼 후 시댁 요구대로 아깝게도 탈렌트 생활을 접고 지내다가

나와 공연한 연극 한편을 끝으로 전업주부로 살고 있어서 20여년 이상 소식이

없었다.

    그사이 나는 미국 이민 와서 10년을 넘겨 살고 있다.


     1980년대 테네시 윌리암스의 '유리동물원' 연극은 (연출 김도훈)시민회관, 문예회관대극장, 세실극장, 창고소극장, 엘칸도극장 에서 장기 공연을 했는데

어머니 '아만다' 역을 계속 내가 맡았고 아들 딸인 ‘톰’과 ‘로라’는 당대 젊은 톱 배우들이 출연 하였다.

‘아만다’란 어머니역은 내 연극인생의 가장 잘 맞는 역할이라 하였다. 그 역으로 (1981년)나는 동아연극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20여 년 전 신촌 산울림 소극장에서 (문고현 연출) 유리동물원을 재 공연하였다.

나는 연극 공연 때는 절대로 TV 출연을 안 하는데 ‘전원일기’ 고정 배역의 야외 촬영은 어쩔 수가 없어 오전으로 돌려서 서울 근교에서 촬영을 마치고 부랴부랴 낮 공연에 맞추어 떠났는데 교통 채증으로 개막 10분전에야 겨우 극장에 닿았다.

     키다리 감독은 초조한 얼굴로 극장 밖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막은 오르고 겨우 분장을 마친 내가 의상을 입고 무대등장을 하니 무대에서 타이프를 치고 있던 딸 ‘로라’ 가 ‘엄마 다녀오셨어요?’ 라며 일어서야 하는데 내 머리 모양을 보더니 갑자기 입을 실룩 거리며 웃음을 참느라고 대사를 하지 못한다. (전원일기 머리 모양새)동시에 나도 웃음이 터져 대사를 못하고 쩔쩔매는데 관객이 한사람 따라 웃더니 객석에서 웃음이 터진다. 우리는 그만 맘 놓고 함께 웃었고 극장은 웃음바다가 된 것이다. 끔찍한 사고이다. 이것은 사약 감 이다.

     무대 뒤에서 감독의 성난 목소리 “라잇트 아웃” 불호령이다.

지금도 잊혀 지지 않는 “나이가 몇이세요?” 내게 큰소리 ...

감독은 남편의 대학교 제자였다.

 

    그날 저녁공연을 마치고 전에 없이 배우 스탭 모두 말없이 그냥 귀가 하였다.

(당시엔 젊은 배우와 스탭들은 생맥주집으로 향했다)

     밤12시에 '로라'가 울며 전화를 했다. 너무 잘못한 죄로  무서워서 이 연극을

할 수가 없다고...

    그러다가 또 다시 웃음이 터져 밤중에 둘이 배꼽이 빠지게 웃었다.


        ....이것이 무슨 미친 웃음 병이란 말인가 ...


     강산이 두 번 이상 변한 오늘 내목소리 듣고 "선생님 목소리는 그대로에요" 라며 반가워

눈물이 난다고 한다.

     연예생활은 완전히 접고 전공한 미술을 학생들에게 지도하고 있단다. 내가 미국에

사는 것도 모르고 있었다고 ...

우리는 통쾌하게 큰소리로 웃으며 통화를 마쳤다.


   바로 카톡이 개통되었다. 서로 사진을 교환했다. 아직도 그녀는 신비스럽게

예쁘다.

 

   매일 이렇게 신나고 기뻐서 힘이 불끈 솟는 일만 있으면 좋겠다 . 하하하하하

6-23-2016

    • 글자 크기
나이를 묻지 마세요 아틀란타에 와서 (by 왕자)

댓글 달기

댓글 4
  • 또 한편의 역사를 쓰셨군요.

    오래전 일을 기억해 정밀묘사하듯 써나가시는 솜씨에 탄복합니다.

    당시엔 정말 바쁘게 사셨던 모습이 그려집니다.

    또 기쁜일 기억하시고

    식욕도 찾으시고

    우리에게 읽는 즐거움도 주시길 기대합니다.


    시원하고 편안한 저녁되삼!!!






  • 왕자글쓴이
    2016.6.23 18:25 댓글추천 0비추천 0

    대견한 후배님 !

    앞에서 뒤에서 격려해주려는 성의가 너무 고마워서

    대견하다고  했다오

    이끌어주어요 계속

    고마워서 어쩌나 .. 이렇게 써도 돼는건지도 모르면서 또 썼다오 ..

  • 왕자님께

    넉넉한 후견인들이 20명이 넘습니다. 동문들의 선,후배도 그렇구요.

    오래 오래 만수무강 하시고 나날이 행복한 선생님 되세요.

  • 글을 이렇게 써도 돼나요? 

    부끄러운것도 모르고 ㅡ

    무지가 용감한거죠?

    후배님들 지도 부탁해요 배워서 제대로 

    쓰고싶은데요~~댓글 땡큐♡♡♡

번호 제목 날짜 조회 수
79 반가운 목소리 /김복희9 2016.03.29 91
78 뜨거운 포옹/김복희9 2018.02.02 91
77 에피소드/김복희9 2017.03.14 56
76 연두 빛 공원에서 / 김복희8 2021.04.22 90
75 뮤지컬 '맘마 미아'를 관람하고/김복희8 2018.04.04 79
74 서울공항에서8 2015.12.06 76
73 마지막 공연처럼/김복희7 2017.09.27 70
72 봄/김복희6 2017.02.15 41
71 지옥과 천국/ 김복희6 2016.11.26 81
70 부활절에5 2020.04.03 58
69 여고 동창 이경숙/김복희 (문학회 6월 숙제 1)5 2017.05.09 61
68 왜 이럴까? /김복희5 2017.06.24 87
67 첫눈을 본 아침에 /김복희4 2017.01.07 64
66 조 사 /김복희4 2018.07.23 50
65 내 손에서 엄마냄새가 난다4 2015.12.19 68
64 시 , 아들 생각4 2016.01.23 75
63 드라마 소나기 /김복희4 2016.07.31 121
62 가계부 졸업 /김복희4 2017.05.05 45
61 나이를 묻지 마세요4 2015.08.20 276
연극 에피소드 1.4 2016.06.23 67
첨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