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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복희
- 중앙대학교 예술대학 연극영화과 졸업
- CBS 제1기 성우, TBC 제1기 성우
- 1996년 수필공원 초회추천
- 대한민국 연극제 여우주연상, 동아일보 연극상 여우주연상, 백상예술상 여우주연상 수상
- 연극, TV, 영화 연기자 협회 회원, 애틀랜타 문학회 회원

우리는 이별 연습

왕자2015.04.14 13:04조회 수 113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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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이별 연습

남편은 몇 년째 녹내장 말기라서 점점 앞이 안 보인다고 호소한다.

십여 년 간 눈을 너무 혹사해서 망막이 상한 것이다. 금년 초에 안과 병원엘 갔다. 망막 전문의 말이 앞으로 15년쯤 후면 백내장처럼 망막 교체 랜즈가 나올것이니 눈 비타민 먹으며 건강하게 살라고 한다. 나이 많은 남편이 들을때는 15년 후 라는말이 조롱 갔기도 한 말이다. 그러나 나는 미국이니 확실한 의사의 진단을 가감 없이 환자에게 알려주는 것이라 생각하며 귀도 잘 듣지 못하는 남편에게 적당히 둘러대며 눈 비타민을 계속 먹자고 위로했다.

수년전 서울에서 출판을 목적으로 전문서적을 만드느라 컴퓨터 앞에서 밤샘을 떡 먹듯 하며 조명이 어둡다고 하나 둘 불을 더 밣히기에 눈 상하겠다고 잔소리를 게속 했지만 성격상 막무가내었다.남편이 일을 하느라 골몰하고 있을때는 아무충고도 소용이 없다.

미국유학을 마치고 영화감독을 했던 남편은 인기가 많은 교수였다. 그러나 집안 내력인 남편은 저점 청력을 잃어갔다. 수십 년 강의한 것이니 수업은 할 수 있어도 질문하는 여학생 목소리가 안 들린다며 정년퇴직을 앞두고 서둘러 학교를 그만두겠다고 한다. 그때부터 저술을 염두에 두고 일본과 미국을 오가며 원서를 구입하여 일어와 영어를 함께 하는 교수는 별로 없으니 본인이 적역이라며 준비를 하는 것이다.

세계적으로 기록될만한 명작영화를 선정해서 해설 하는 내용의 작업인데 인민군이 쳐들어 오는가 왜 그리 쫓기듯 날밤을 새우느냐 나의 잔소리는 계속되었다.나중에 알게 되었지만 그의 눈은 점점 녹내장으로 시작하여 망막까지 상하고 있었다. 치료도 별 소용이 없고 점점 시야가 좁아지면서 물체가 녹색으로 보인다는 것이다. 며칠 전 내 얼굴을 감싸며 더 안보이기 전에 당신얼굴을 똑똑히 보고 싶다며 “그리 예쁘던 얼굴이 이렇게 늙어버렸어” 라며 표정이 일그러지며 눈물을 보인다. 나는 눈물을 참으며 장난스럽게 “나도 당신 얼굴좀 똑똑히 보자” 라며 남편의 얼굴을 감싸고 들여다 보는데 동공도 흐려진 남편의 눈과 늙고 초라해진 말은 얼굴이 너무 가엾어 도저히 견디지 못하고 눈물을 보였다.

그만 둘이 얼싸 안고 소리 내어 울어버렸다.남편의 건강이 점점 눈에 뵈게 나빠진다.우리는 매일 이별연습을 하고있다. 인터넷 야후 불러그에는 그가 해설한 명작 영화 숫자가 700점 이상 올라있다. 블러그 방문자가 하루에 100명이상 많은 날은 300명이 있을때도 있다. 그런날은 대학 영화과의 시험기간이 아닌가 싶다. 아침에 그 숫자를 확인하는 것이 요즘 남편의 희망이고 낙인 것이다.

애틀란타 중앙일보에 매주 토요일 ‘정일몽의 다시 보는 명화’라는 타이틀로

4년째 기사가 나가고 있다. 잘 듣지도 보이지도 않으니 “미스터 핼런캘러” 라고 큰 소리로 불러도 이제는 웃음으로 받는 힘없는 할아버지. 나는 그의 셜리반 선생 . 좋아하던 음악도 책도 소용이 없다. 이제는 다 내려 놓고 앞날을 하나님께 기도하며 애써 마음의 평정을 찾고 있다. 미국은 자식도 맘대로 볼수 없는 넓은 나라다. 애들이라도 자주 오가면 좀 위로를 받을것인데..

노부부에겐 사라진 희망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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