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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평석 창작글방


김평석
- 시인
- 노스 캐롤라이나주 샬롯 거주
- 애틀랜타 문학회 회원
- 문학의강 신인상 수상으로 등단

결혼 여행

2016.04.13 17:33

peter 조회 수:65

   [ 결혼 여행 ]

김 평 석

사람이 살아가는데 결혼만큼 중요한 대사가 어디 있을 까?

결혼으로 한 가정을 이루고 행복을 가꾸어 가는 일은 이 땅에 태어난 축복만큼이나 중요하고 아름다운 일 이리라.

이 중요한 대사를 위하여 먼저 서로에 꼭 맞는 좋은 배필을 만나야 한다.

그런 후에 결혼식을 어디서 어떻게 치룰 가를 계획 하고 진행해 가는 시간들이 하루하루 기다려지고, 다가올수록 결혼당사자들 뿐만 아니라 부모 형제 친구 친척 들은 물론 가까운 이웃과 지인들의 기다림과 축복 속에 이제 약속된 장소에서 약속된 예식을 치루기 위해 떠난다.

2월 13일 2016년, 토요일 새벽3시반에 일어나 간단한 준비를 마치고 공항으로 출발하여 일 곱 시 비행기로 미국의 남쪽 끝자락, 아름다운도시 플로리다의 마이애미 공항에서 비행기를 갈아타고 세 시간 가까이 걸려 목적지인 도미니카공화국의 수도인 산토도밍고에 도착했다.

간단한 몇 가지 상식만으로 떠난 도미니카공화국의 수도는 이곳이 수도가 맞나 싶을 정도로 높은 빌딩이라곤 거의 찾아볼 수 없었다.

가난한 나라, 그러면서도 결코 가난하지 않은 나라, 마음이 부유한 사람들이 이웃을 이루고 도시를 이루고 나라를 이루어 살아가는 것이 마냥 평화스러워 보였다. 마약과 범죄의 나라란 선입견을 버릴 수 있었고 첫 인상이 매우 좋았다. 아닌 게 아니라 여행을 마치는 시간 까지 단순하고 순진하기 까지 한 저들의 모습을 가는 곳마다에서 보고 느낄 수 있었다.

네델란드에서 하루 먼저 와서 기다리고 있던 아들 내외와 조우 해 간단한 점심을 먹고 대절한 버스로 두어 시간 거리에 있는 유럽인 중에서도 프랑스인들의 별장이 즐비한 라스 테레나스로 향했다.

태양과 바람이 만들어낸 카리브해의 중남미답게 2월인데도 한국의 늦은 봄, 이른 가을쯤의 날씨로 열대야자수 나무가 산과 들을 가득 매우고 있었다.

가난한나라에서 외국인의 관광과 투자를 생각해서 인지 우리가 달려가는 고속도로는 2차선으로 깔끔하게 포장되어 있었다.

이곳 테레나스에 와보니 바닷가를 중심으로 세련된 유럽풍 별장과 호텔 등 숙박시설들이 몇 층 높이로 요지마다 세워 져 자연 경관을 더욱 아름답게 채색해 주고 있었다. 차를 타고 두 시간여를 달려오면서 차창에 스치는 이국의 풍경을 바라보노라니 마치 신혼여행을 온 신랑처럼 이렇게 행복할 수가 없었다. 이런 작고 어떤 이들에게는 하찮은 일일수도 있는 이 여행이 나를 한없이 행복하게 해준다. 그도 그럴 것이 부모란 사람들이 맨 날 일에 파묻혀 사는 것이 안타까웠던 딸이 이 기회에 결혼식도 올리고 부모에게 효도도 한다면서 기획한 결혼 여행 인지라 우리는 그저 행복한 마음이 되어 기도 하고 준비한 특별한 여행이기 때문에 더욱 행복한 것이리라. 그러나 이번만큼은 중요한 것이 무엇 인지 잊지 않아야 갰다고 다짐을 해 본다. 왜냐면 아내의 말처럼 바쁘다는 핑계로 따뜻한 밥 한번 제대로 해주지 못 했는데 지금 이 시간 까지 잘 자라주었을 뿐만 아니라 온 가족이 함께 하는 주일, 교회에서 예배가 끝나고 친교 시간에 식사 할 때면 두 동생들의 밥 먹는 것 까지도 챙겨 엄마가 해야 할 일을 누나인 딸이 두 동생들이 어느 정도 자랄 때 까지 돌보았기 때문이다

라 테레나스에 거의 다와 갈 무렵에 본 고속도로 양편에 길게 펼쳐진 논들은 내가 한국에 와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착각을 일어 키게 하는 정도였다.

그만큼 많은 벼들이 논에서 자라고 있었다. 사실 한국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이월의 벼가 거의 꽃을 피워낼 자태로 무럭무럭 자라고 있었다. 아마도 일 년에 삼, 사 모작은 가능 하리라. 이제 두서너 달 후면 이곳에서 벼 수확이 한창 이리라. 쌀은 한국을 비롯해 중국 일본 베트남 등지에서 주식으로 재배하고 있는 줄 알고 있는데 이곳도 쌀밥을 먹는 모양이다. 수출만이라면 이렇게 많은 양의 쌀을 재배 하지는 않을 것이기에 말이다. 그만큼 많은 쌀을 재배 하고 있었다. 다른 열악한 열대야와는 달리 이곳은 그만큼 물이 풍족한 것이리라.

이제 논밭은 끝이 나고 팜 트리가 다시 키를 높이 하고 서로 싸우듯 서 있을 때 작은 도시 에 들어섰다. 전체적으로는 작은 소읍 정도의 작은 도시다. 동네에 들어서니 한국의 육 칠 십 년대 풍경이 그대로 묻어난다. 역시 가난해도 평화로운 모습 그대로 저들은 일 하고 싶어도 일 할 것이 없던 우리네 옛 모습의 사람들 까지 닮았다. 그래선지 더욱 정이 가고 원 주민의 모습이 그렇듯 피부와 생김새 까지도 거의 비슷해 더욱 가까운 마음이 든다.

자동차 보다는 스쿠터와 오토바이 자전거가 더 많아 질서도 없이 이리 저리 꼬이고 빠져서 좁은 길을 잘도 지나간다.

이 좁은 길처럼 우리는 복잡하게 얽혀있는 세상에서 서로 부대끼며 살아가고 있다. 한국이나 미국 그리고 이곳에 사는 모든 사람들이 나라는 한 개인과 얽히고 엮여서 살아감을 이곳에서도 실감 하게 되는 것이다. 황혼이 물든 고요 하고 평화로운 시간에 도착 하여 모두들 수영장에 먼저 뛰어 든다. 2월 중순의 수영이란 의미를 더했다. 3층으로 된 크고 넓은 별장에서의 첫 밤은 내 집처럼 포근하고 평안한 잠을 이룰 수 있었다. 다음 날은 결혼 예식 전날 이므로 모두에게 휴식의 안식일이 주어졌다. 차 두 대를 렌트하여 가까운 곳을 둘러보고 해수욕도 하고 저녁가지 먹고 별장으로 돌아와 D_day 인 내일을 위해 미리 리허설도 하고 평안한 마음으로 잠이 들었다. 이곳 도미니카에도 새 날은 여전히 밝아온다.

결혼식 날 오늘은 비라는 일기예보에도 걱정 하나 안 되는 것은 비가온 뒤 곧 말라버리고 언제 비가 내렸냐는 듯 맑은 날씨가 되기 때문이다. 밖에 나가보니 밤새내린 비가 물방울을 모아 이곳저곳에 몰려있다. 먼저 일어난 큰 아들이 물방울을 쓸어내고 있다. 하늘을 올려다보니 곧 또 한 차례 비가 쏟아져 내릴 것 같더니 곧 맑아지며 남쪽 하늘에 서에서 동으로 일곱 색깔 무지개가 선명하게 하늘을 수놓아 딸의 결혼식 날 꽃 잔치를 먼저 연출해 큰 선물을 안긴다.

2월 15일 3시 반에 예정된 결혼은 시작되고 나는 오늘의 주인공인 딸의 손을 잡고 행복한 신부의 아비가 되어 주례 앞 까지 가서 신랑에게 신부인 딸을 인계하고 자리에 앉는데 어찌나 허전 하던지 이빨 하나 를 빼고 난후 아프고 허전 했던 그때 일 다음으로 무언가 이상 하고 허전한 마음이 들었다.

작년 6월 역시 이국에서 결혼 한 아들 때도 들지 않던 마음이다. 잠깐 눈을 감고 기도 한다. 잘살 거라. 행복 하 거라.건강한 가정, 믿음의 가정 이루 거라. 인생은 사람들 서서로 관심을 갖고 짝을 이루어 사랑 하며 살아가는 과정이다. 살다보면 의견 충돌 등 혹 다툼도 있으리라 고민하며 걱정 하는 일들도 때론 생기리라. 다른 것 없다. 사소한 일상에서 행복을 찾아라. 감사함을 가져라.

저녁 만찬에는 막내아들이 멋진 축가를 부르고 이어 아비인 내가 하모니카로 메들리를 연주했다. 자정이 다 되어서야 다들 침실로 돌아갔다. 둘도 없는 행복한 날이다. 이제 두 사람은 개체가 아닌 주체로서 서로를 사랑하며 부부로 한 평생을 함께 살게 된 것이다. 부모 품을 떠나 자기네들만의 둥지를 터는 딸과 이제 사위가 된 새로 얻은 아들 에게도 감사 하다. 사실 장차 사위 감으로 데려와 소개 할 때 이름을 물으니 헤드가 아닌 헤어라 해서 참 별난 성도 다 있다? 고 놀렸었는데 내 사위가 되어선지 지금은 “헤어”라는 성이 그렇게 예쁘기만 하다. 돌아오기 전날 하루를 한 시간을 차로 가서 사마나 라는 도시에서 배를 타고 지금 쯤 번식 철로 몰려오는 고래를 보는 즐거움을 가졌다. TV 나 영화에서 만 보던 큰 고래를 아주 가까이에서 직접 보는 즐거움은 정말 새로운 경험과 추억이 되었다.

먼저 이 도시는 우리가 머물고 있는 곳보다는 조금 더 큰 중 읍 정도의 바다 가에 세워진 도시로 이도시를 아침 일찍 찾은 관계로 교복을 입은 초 중 고 생을 실어 나르는 오토바이 뒤에 6명이 탈 수 있는 인력거(이런 표현이 나을 듯) 을 달고 바삐 달리는 모습들이 꽤나 인상 적이었다. 이곳 역시 유럽인 들이 투자해서 세운 호텔이나 빌라 들이 바닷가 요지마다에 서 있었다.

고래를 보고 돌아오는 길은 바로 항구에 입항 하지 않고 더 작은 섬에 있는 호텔 앞마당에서 멋진 점심 부패로 마치 인천의 월미도나 부산의 태종대에서 식사하는 기분이 들었다. 주어진 오후의 자유 시간 에는 모두들 해수욕을 하는데 나와 큰아들내외는 물안경과 갈퀴를 사전에 준비하고 갔기에 물속에서 산호초와 불가사리 성게 한 마리를 건져 올렸었다. 이곳 바다는 밖에서 보면 물이 맑아 바다 속이 다 드려다 보이면서도 저 만큼 그 너머에 산호초가 가득한 화산 석 들이 바닥에 깔려 있어 맨 발로는 걸을 수 없을 정도 이었었다. 실지로 막내가 더 깊이 들어가 밟는 바람에 작은 난리가 났었다. 다행히 녀석의 형수가 유아 과 의사라 거의 한 시간을 소모 하며 다 빼낸 후에야 걸을 수 있었다. 이도 작은 즐거움 중 한 에피소드 이었다. 17일 수요일 날이 새자마자 일어나 떠나야 한다. 이 아름다운 곳, 낮은 언덕위에 별장이 서 있고 그 아래로 녹색의 카펫이 깔려 있는 것 같은 바다가 있고 바다를 빙 둘러 Palm Tree 가 병풍처럼 막아선 위로 카리비안이 길러낸 정열 적인 요염한 꽃 들이 가득한 곳, 내일 이면 떠나야 하는 아쉬움 때문 일까? 일찍 잠을 이룰 수가 없다. 아이들이 침실로 다 사라진 텅 빈 홀에 혼자 남아 뒤처리를 대강하고 혹시 두고 잊고 갈 것들을 챙기느라 이생각저생각 하며 두리 번 그리고 있는데 사위가 바깥에서 서성이다가 들어선다. 밖에서 저도 결혼예식의 이 뜻 깁은 장소를 떠나기 전에 눈에 넣고 마음에 담고 있었으리라.

마음이 깊고 넓은 사위는, 어쩌면 장인인 나의 한쪽을 꼭 닮았을까? 이런 때는 감정이 여리고 아파한다. 딸은 그동안의 누적된 피로로 내게 양해를 구하고 이 밤은 일찍 침실로 갔는데 사위는 피곤에도 불구하고 혼자 남아 생각을 하고 있었던 것이니 말이다.

이번 큰일을 치루는 데는 큰아들 내외가 큰 힘이 되어 주었다. 중간 중간 운전을 도맡아 해 주고 팔을 걷어붙이고 식구들이 먹을 음식을 준비 해준 큰 며느리가 있어 든든했다. 우리는 하루 세끼 식사를 이곳에서 다 해결 하지 않고 특별한 별식을 만들어 우리 손으로 요리 하기도 했는데 그중에 가재 요리가 별미 얻었다.

밤새내린 비를 자장가 삼아 그동안 기도와 마음준비에 지쳐있던 내 영혼도 가벼운 마음으로 평안한 잠을 청했다. 이제 마음의 한 짐을 벗게 된 것이다.

일행은 다시 수도인 산토도밍고 에 도착해 마지막 작별인사를 했다. 역사가 쉬지 않고 흘러가는 한, 라 테레나스 여 도미니카 공화국 이여 영원 하라. 축복 있어라.

우리가 숨 쉬며 살아가는 나날동안은 너를 기억하며 축복 하리라

안녕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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