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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평석 창작글방


김평석
- 시인
- 노스 캐롤라이나주 샬롯 거주
- 애틀랜타 문학회 회원
- 문학의강 신인상 수상으로 등단

막그릇

2015.08.15 14:31

peter 조회 수:36

       [ 막그릇 ]

김 평 석

나는 작은 그릇.

쓰다만 몽땅 연필처럼

때로는 유용 하고 때로는 아무 쓸데없어

어느 이름 모를 곡간에 그대로인 채로,

아무것도 담기지 않은 빈 그릇.

주님의 마음이야 언제든 버려도 될 그릇.

내가 꿈을 꾸는 그릇 이라면 주님이 시여,

잘하면 쌀밥도 담아내고 맑은 국도 담아내어

허기진 나그네의 진수성찬 그릇이 되고,

못하면 개 밥그릇이라도 되어서 쓰임 받게 하소서.

엉뚱 생뚱하게도 귀한 금 그릇 은 그릇이 되어서

세월만 낭비 하는 귀한 자리에 앉기보다

냄새 풍기는 농부의 똥 푸는 그릇이라도 되라시면,

낮은 자리에서 더욱 낮아져내려 더 깨끗이 비워내어

소망을 가진 이들에 작은 희망 이 고저

남김없이 소멸될 그날 그때까지.

아낌없이 드린 그리스도의 십자가마냥,

한 방울의 진액도 다 태울 막그릇 이고 싶습니다.

주여 나를 쓰 주소서.

막그릇이 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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