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평석 - 시인 - 노스 캐롤라이나주 샬롯 거주 - 애틀랜타 문학회 회원 - 문학의강 신인상 수상으로 등단 |
눈을 강도만난 이야기
2019.03.20 19:54
[ 눈을 강도만난 이야기 ]
김 평 석
참 멋지고 아름다운 가을 날
나는 산을 오르기로 했습니다.
그 산에서 강도를 만났습니다.
든든한 다리로 강도를 벗어 났다고
다리는 자랑을 합니다.
조금 후에 도착한 정상에서
나무를 도끼로 패어 불을 지핍니다
팔과 손은 자랑을 합니다
그 불에 익힌 음식을 먹을때 입니다.
입이 있으니 음식을 먹을 수 있다며
입도 자기 자랑을 합니다.
솔솔 바람이 불어오고 산새들이 지저귑니다.
코는 낸새를 맞고 자랑을 합니다.
귀도 들을 수 있음을 자랑 합니다.
강도에게 눈을 다쳐 가만히 있던 눈은,
나는 그 모든 것을 볼 수 있단다
다리가 아무리 든 든 해도 내가 없으면
아무데나 달려 갈 수 밖에 없고
아무리 좋은 음식도 ,냄새도, 소리도
내가 없으면 빛 조차 볼 수 없어
아무 것도 할 수 없단다 하며,
아픈 눈을 감습니다.
눈을 감으니 아무 것도 보이지 않고
아무 것도 할 수 없습니다.
맛있는 음식도 만들 수 없으니
팔과 손은 멈추고
입은 먹을수도
코도 냄새맡을 것이 없습니다.
다리가 새 소리를 따라가지 못하니
귀도 산새 소리를 듣지 못합니다
강도 만나니 모든 것이 귀하지만
눈은 더욱 귀하다는 걸 알았습니다.
나는 참 바보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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