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평석 - 시인 - 노스 캐롤라이나주 샬롯 거주 - 애틀랜타 문학회 회원 - 문학의강 신인상 수상으로 등단 |
막그릇
2015.08.15 14:31
[ 막그릇 ]
김 평 석
나는 작은 그릇.
쓰다만 몽땅 연필처럼
때로는 유용 하고 때로는 아무 쓸데없어
어느 이름 모를 곡간에 그대로인 채로,
아무것도 담기지 않은 빈 그릇.
주님의 마음이야 언제든 버려도 될 그릇.
내가 꿈을 꾸는 그릇 이라면 주님이 시여,
잘하면 쌀밥도 담아내고 맑은 국도 담아내어
허기진 나그네의 진수성찬 그릇이 되고,
못하면 개 밥그릇이라도 되어서 쓰임 받게 하소서.
엉뚱 생뚱하게도 귀한 금 그릇 은 그릇이 되어서
세월만 낭비 하는 귀한 자리에 앉기보다
냄새 풍기는 농부의 똥 푸는 그릇이라도 되라시면,
낮은 자리에서 더욱 낮아져내려 더 깨끗이 비워내어
소망을 가진 이들에 작은 희망 이 고저
남김없이 소멸될 그날 그때까지.
아낌없이 드린 그리스도의 십자가마냥,
한 방울의 진액도 다 태울 막그릇 이고 싶습니다.
주여 나를 쓰 주소서.
막그릇이 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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