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평석 - 시인 - 노스 캐롤라이나주 샬롯 거주 - 애틀랜타 문학회 회원 - 문학의강 신인상 수상으로 등단 |
휴가
2015.08.15 12:32
[ 휴가 ]
김 평 석
늘 시계바늘 처럼 돌고 도는 일상을 접고 잠시 바다로 휴가를 떠났다.
땅거미가 질 무렵에야 도착한 목적지에 짐을 풀고 발코니에서 바라보는 잔잔한 바다는 어서 오라고 손 짖을 한다. 간단한 저녁을 먹고 바로 코앞의 바다에 안겼다. 곧 보름인 지라 유난히 달도 밝아, 맑은 날씨와 함께 우리를 반긴다. 아내와 나는 누가먼저랄 것도 없이 모래사장에 벌렁 드러누웠다.
잠깐의 휴가에도 많은 것을 가지려는 듯, 우리는 너무도 맑고 아름다운 밤 바다에서 보드라운 파도의 작은 합창을 들으며 모래를 침대 삼아 편안한 자세로 하늘을 향해 누워 까마득한 지난날 어린 시절 별을 헤든 밤하늘의 별을 헨다. 별 하나 나 하나 별 둘 나 둘 그러자 내가 누운 것이 아니라 달이 나를 포근히 안은 것 같은 행복감을 느낀다. 이건 실로 오래간만에 느끼는 감정이었다. 어릴 적 어머니 가슴에 안겼을 그때의 포근한 행복감을 이 나이에 지금 느끼고 있는 것이다. 저 별은 나의별 저 별은 너의 별 별밤을 노래 하던 지금보다 더 젊은 시절이 있었다. 그 많은 추억들이 다시금 내 가슴에 와 안긴다. 다음 날은 아침 일찍 일어나 작은 보트를 타고 남자들끼리만 반나절 동안 낚시를 하고 오후에 다시 아내와 함께 수영을 하는 등 즐겁고 행복한 시간들을 가졌다. 온상안의 화초 마냥 늘 그 안에서 채 바퀴 돌듯 지루한 일상에서 벗어난 하루의 휴가에도 이렇게 많은 것을 가질 수 있음에 얼마나 감사한지 모르겠다. 참으로 감사하다.
끝 무렵에 아내의 생일 케익까지 자르고 하루가 일 년이나 된 것처럼 많은 행복하고 즐거운 시간들을 보내고 다시 일상으로 돌아와 삶의 또 하루를 시작한다. 나그네는 자꾸만 변해 갈 것이다. 그때도 변하지 않는 정 그대로인 아내와 함께 아름다운 이 땅에 오래 오래 살고 싶다 .
축복 있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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