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임기정
- 중앙대 교육학과 졸업
- 2000년 도미
- 둘루스 거주
- 애틀랜타 문학회 회원

우회

keyjohn2017.04.06 11:43조회 수 50댓글 2

    • 글자 크기

 

홈리스들이 마약을 하다가 

불을 냈다고도 하고

공식채널을 믿지 않는 사람들은

치우지 못한 공사자재 때문을 홈리스 탓으로 

돌린다고도 한다.


I 85 하이웨이 다리 한칸이 주저 앉으며

출퇴근 길이 멀어졌다.


애틀랜타를 감싸고 도는 285를 타고 우회를 하니

눈앞을 스치는 것들이 

비슷한 것들 인데도 

눈동자가 다르게 반응하는 것을

내가 알겠다.


동네 길에서만 자전거를 타다가

마침내 동경하던 큰길까지 나간 기분이랄까? 


아니다

매일 다니는 학교가는 길을 버리고

다른 버스를 타고 낯선 길을 

지나는 기분에 더 가깝다.


한국에서 살았더라면

아이들 키우며 철따라 놀러가고

집안대소사에 관여하며

형제 간에 다투기도 하고,

동창회에선

가진 것, 자식들의 성과를 비교하며

가끔은 우쭐하고 때로는 좌절하고 ...

그랬을테지.


마흔에 내 삶의 여로를 미국쪽으로 우회하면서 

범인들의 고단한 일상에서 벗어나는 혜택을 누렸으나,

고국에서 살면서 누렸을 무엇은 상실했을게다..


올림픽 4강을 앞두고 

한민족을 핏빛으로 느껴보는

빨강 티셔츠도 입어보지 못했고,

79학번들끼리 모여 

우리가 약관시절 가졌던 열정을

되새김하며 추억을 반목하는 

반백 중년들끼리의 쓸쓸한 술잔도

기울이지 못했다.


I85 사고 지점 직전에서

일하는 지인이

사고나는 바람에 교통량이 줄어,

출퇴근 시간이 짧아졌다며

콧노래를 흥얼거린다..


그래!!!

봄바람은 깡마른 가지에 꽃도 피우지만,

대감집 과수 며느리

바람도 나게 하는 법이지


사고로 30분 길어진 출근시간에

어줍잖은 철학도 흉내를 내본다.

    • 글자 크기

댓글 달기

댓글 2
  • ㅎㅎㅎ

    멋지네요

    길을 우회하시며 우회하셨던 삶도 회상하시고

    멀어진 출퇴근길을 여유로 미화시키시고

    역시 임시인님이시네요

  • 송정희님께
    keyjohn글쓴이
    2017.4.7 11:07 댓글추천 0비추천 0

    사람은 어떠한 상황에서도 적응이 가능하더라구요.

    살아보려는 의지만 있다면...


    그런데 가끔은 극단적인 페시미즘이 우리를 기습하기도 하지만

    그럴 때 마다 우리를 재기 시키는 것은

    가족, 의무, 책임 같은 것들인 것 같아요.

    님의 격려가 오늘치 에너지를 확보하는데 일조한 거 아시죠? 

번호 제목 날짜 조회 수
202 이웃집 여자1 2015.07.23 9596
201 노스탤지어2 2017.04.29 3606
200 Jekyll Island4 2020.09.17 2279
199 TGI Friday's2 2020.01.31 728
198 귀인1 2018.08.25 431
197 연선, 텔로미어를 위하여1 2020.01.13 301
196 새해에는3 2021.01.04 230
195 염장3 2017.09.07 147
194 시작 그리고4 2015.02.12 142
193 하지 감자 2018.06.30 139
192 당신이었군요1 2015.03.14 139
191 고독1 2015.07.10 124
190 그녀의 안테나3 2021.05.06 114
189 여름 편지13 2022.07.21 104
188 '안톤슈낙' 을 슬프게 했던 것들11 2020.02.06 104
187 아름다운 간격 2017.09.02 104
186 봄날에 생각하는 실존1 2015.06.26 103
185 오늘도 드라마4 2016.04.17 95
184 해뜨는 집4 2016.06.22 90
183 나의 시네마 천국5 2020.02.12 89
첨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