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임기정
- 중앙대 교육학과 졸업
- 2000년 도미
- 둘루스 거주
- 애틀랜타 문학회 회원

마이클 그리고 마이클

keyjohn2018.01.25 14:07조회 수 37댓글 3

    • 글자 크기

내 삶 최초의 마이클은

미끄러지듯 춤을 추면서도

 미성으로 노래하던 마이클 잭슨이다.

"Billie Jean is not my lover"를 들으며

상상속의 실연에 아파했었다.

이후,

내 말초신경을 후줄근하게 적시던

영화 속 샤론 스톤과 마이클 더글라스.


미국서 만난 마이클은

내 가게 앞을 빗자루질하고

푼돈을 받아가는 알파벳을 모르는 마이클이다.


지난 겨울 !

가게 뒤에서 한데 잠을 자고 일어나

내가 끓여준 라면을 먹고

누런 이빨을 드러내며 웃던 마이클은

몇달 째 보이지 않는다.


어쩌면 사바나 가는 길목

무성한 목화밭 근처의 친척집에

홀대 속에 궂은 일로 연명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15년전 애틀랜타에서 만난

한인 마이클은

요람에 싸여

밴쿠버에 입양되었다.


양부모의 구박을 피해

열여덟 무렵 미국으로 월경 했다.


도매상에서 일하던 마이클은

마약거래로 유치장에 가기도 하고,

양자처럼 살자던

소매상 한인 가게에서

오버타임을 팝콘 먹듯이 하며 이용당한다는

풍문도 들었다.


몸이 고달파도

가족같은 사랑을 원했을지도 모르지...


한 세월 후,

다시 도매상에 나타난 마이클은

다소곳한 동포아가씨와

결혼해 아들을 둔 아빠가 되어 있었다.


예사롭지 않던 지난 추위에도

반팔 셔츠를 입고 일하는 마이클은

"밴쿠버에서 자라 이정도는 안추워요"라며

애기 아빠인 주제에 애기 같은 미소를 짓는다.


이처럼 다양한 마이클과

또 그러한 나날들...

설령 내일이 오늘 같지 않더라도

너무 달뜨지도 가라앉지도 말 것을

독백한다.






    • 글자 크기

댓글 달기

댓글 3
  • 유명인 마이클보다 입양자 마이클이 더 마음에 닿아요. 인생은 고행 길이라지만 너무 애처롭게 생각되어  울컥거리네요. 남은 날들은 누구보다 행복했으면 좋겠네요.

  • keyjohn글쓴이
    2018.1.25 21:14 댓글추천 0비추천 0

    삶이 공평하다면 마이클에게

    꽃길이 펼쳐졌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경화씨의 마음까지

    더해져서...

  • 임시인님도 이제 늙는 모양이네요

번호 제목 날짜 조회 수
202 미역국16 2022.01.23 60
201 처음 뵙겠습니다15 2022.01.24 60
200 가랭이 별곡15 2022.02.06 73
199 별이 빛나는 밤에15 2022.01.19 60
198 옆 집 피식이14 2022.03.13 43
197 멀어져야 보이는 것14 2022.02.04 78
196 思友13 2022.01.06 58
195 여름 편지13 2022.07.21 104
194 '안톤슈낙' 을 슬프게 했던 것들11 2020.02.06 104
193 남쪽으로 가는 기차11 2021.12.29 60
192 애틀랜타 별곡(1)10 2022.06.05 57
191 손님10 2016.07.11 86
190 비행기 안에서9 2022.01.09 46
189 홍등9 2020.08.29 69
188 메사추세츠9 2017.06.12 74
187 낮잠9 2022.04.10 84
186 결 혼9 2021.11.30 84
185 거룩한 일과8 2022.06.09 37
184 God blessed me8 2022.03.03 31
183 제로섬8 2021.12.18 57
첨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