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임기정
- 중앙대 교육학과 졸업
- 2000년 도미
- 둘루스 거주
- 애틀랜타 문학회 회원

바늘

keyjohn2021.06.10 11:01조회 수 40댓글 1

    • 글자 크기

미국라디오에서 

내 나라 노래가 나오니,

가는 귀먹어 가던 귓속이

새벽바람 다녀간 듯 청명하다.


내 나라 타자가 공을 치면

내 어깨에 날개가 달리고,

내 나라 선수가 공을 차면

흐물거리던 내 장딴지에 모터가 달린다.


입양아가 부모찾는 프로를 보면

눈물 콧물이 신파를 찍고,

정상회담 내 나라 대통령에게는

거수경례를 하고 싶다.


'동해물'을 생각하면

씹은 적 없는 청양고추가

콧잔등을 무너뜨리고,

'백두산'을 떠올리면

삼낀 적 없는 바늘이

가슴속을 이리저리 헤집고 다닌다.


*글쓴이 노트

잃고 난 후 소유했던 것에 대한 감사함이 극대화되듯

고국을 떠나니 탯줄자른 곳에 대한  

무조건적인 애정이 새롭다.

그곳에서는 맹목적인 야당으로 살았던 

어줍잖은 내 이데올로기도

새삼 반성이 된다.

    • 글자 크기

댓글 달기

댓글 1
  • 이방인처럼 미국에 살지만 고국에 대한 섬세한 애국심을 봅니다.

    읽는 순간 끈적끈적한 감동이 밀려 옵니다. 

번호 제목 날짜 조회 수
202 이웃집 여자1 2015.07.23 9596
201 노스탤지어2 2017.04.29 3596
200 Jekyll Island4 2020.09.17 2278
199 TGI Friday's2 2020.01.31 728
198 귀인1 2018.08.25 431
197 연선, 텔로미어를 위하여1 2020.01.13 301
196 새해에는3 2021.01.04 229
195 염장3 2017.09.07 147
194 시작 그리고4 2015.02.12 142
193 하지 감자 2018.06.30 139
192 당신이었군요1 2015.03.14 139
191 고독1 2015.07.10 124
190 그녀의 안테나3 2021.05.06 114
189 '안톤슈낙' 을 슬프게 했던 것들11 2020.02.06 104
188 아름다운 간격 2017.09.02 104
187 여름 편지13 2022.07.21 103
186 봄날에 생각하는 실존1 2015.06.26 103
185 오늘도 드라마4 2016.04.17 95
184 해뜨는 집4 2016.06.22 90
183 나의 시네마 천국5 2020.02.12 89
첨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