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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기정
- 중앙대 교육학과 졸업
- 2000년 도미
- 둘루스 거주
- 애틀랜타 문학회 회원

연극이 끝난 후

keyjohn2021.11.18 18:12조회 수 32댓글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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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서리 하나 둘 모여

성애 담요를 차비할 즈음

우리는 사과즙을 내려 잔을 채웠다.


손님들이 자리를 하자

우리는 자리를 털고

파티를 준비했다.


커피에 크림 더하듯

의례적인 것들이 지나가고

글동지들이 훈장을 받는 시간이 되며

파티는 절정을 달렸다.


다른 이의 아픔을 다독거리던 간호사 딸은 

아버지를 기억하는 찬부가를 외웠고,

우리들의 삶을 윤활하던 공학도는

기쁨의 향연으로 고단한 우리를 위로했다.


습관처럼 무의미한 그러나 운명같은 도시락을 나누며

파티가 커튼 속으로 사라지자.

익명의 손님들이 앉았던 자리는 

눈물겨운 감사가 소박한 도시락속 갈비덩어리처럼

남아 있다.


초승달 빛이 내려 앉은

은빛머리를 구구대며 헤어져 오는 길,

초겨울 바람이 옆구리를 휑하니 돌아 간다.



*글쓴이 노트

나이 탓인지 

모든 절정의 끝에 만나는 것들은 페이소스 그런 것들 이다.

성품 탓이라고 맘을 고쳐 먹는다.

행사가 끝나니

추수 끝난 들판에 서있는 듯 휑한 마음이다.


작은 전투를 치른 듯

함께 한 이들의 노고가 전우애처럼 아련히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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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4
  • 총감독님!

    감회가 남다르겠습니다.

    저야 Rookie라서 몸둥이만

    조금 도왔을 뿐인데---

    연극이 매끄럽게 잘 끝났으니

    수고한 보람은 더 클 듯합니다.

    역시 '능력자' 이십니다.

    그래서 더 끌리지요.

    늘, 건승하시길!!!

  • keyjohn글쓴이
    2021.11.19 08:39 댓글추천 0비추천 0

    본성이 실없는 편이라

    결례가 잦아도,

    늘 너그러이 품어 주시니

    감사드립니다. 


  • keyjohn님께

    천재성이 번뜩이는 시어들에 매료되어 

    연극이 끝난 후 텅빈 무대위에 

    쓸쓸한 '유령의 도시" 같은 환상적인 메타포가 

    마음을 사로잡는다

    참말로 멋집니다 


  • 연극이 끝나고 시 한 편 나온 임샘의 작가 본능에 박수를 보냅니다.

    아픔을 다독거리고 고단한 우리를 위로해주는 문장이 유난히 맴돕니다.

    수고 많이 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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