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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기정
- 중앙대 교육학과 졸업
- 2000년 도미
- 둘루스 거주
- 애틀랜타 문학회 회원

애틀랜타 별곡(1)

keyjohn2022.06.05 13:02조회 수 57댓글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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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틴 루더 킹이 사랑을 전하고, 

인권을 토하던 에벤에셀 교회 첨탑이 보이는 내 가게에서

때때로 내 물건을 훔친 자를 증오하고

그 자의 손목에 수갑이 감기도록 증언을 한다.


사랑으로 범벅이 된 사람들이 교회 문을 나서면

그리 깊지도 길지도 않은 내 사랑은

그들의 찬송가를 장송곡 삼아 쓰러진다.


오늘도 증오와 사랑의 시소 위에서 멀미를 한다.

어쩌겠는가 

사랑은 성경 속에 갇혀 있고

증오는 내 가게 안에 넘치는 것을.


킹 목사의 칠 십 년 묵은 사랑은

그의 마지막을 기억하는 멤피스의 블루스 처럼

느리고,

그의 후손들이 코카콜라 빈 캔에 채우는 증오는

랩처럼 빠른 것을.


'증오는 짊어지기에 너무 힘들어 사랑을 고수한다'는

킹 목사의 사랑에 동의하며,

여기 저기 흩어진 내 사랑 몇 개를 주섬 주섬 담아

손님 맞이 준비를 한다.



*시작 노트


소득이 불안정한 사람들이 주고객인 이유로

훔치고 신고하고 증언하고 . . .가 월례행사다.

고급손님 상대로 장사하는 친구 왈

"너는 물건을 도둑 맞지만

나는 자존감을 도둑 맞는다"고 한다.


완전한 사랑이 어렵듯이

그런 장사도 없을 것.

차라리 완전한 죽음을 기대하는 것이 위로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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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룩한 일과 낮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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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10
  • 누구는 '인생은 고苦' , 또 어떤이는 '일장춘몽' ,

    전도자는 '헛되고 헛되도다' 했네요.

    누가 뭐래도 '신신애'가 멋드러지게 불렀던

    노래 '세상은 요지경' 속에서 어른거리는

    허상이 우리네 인생이 아닐까 합니다.

    사랑이 어쩌구저쩌구 하지만 온도가 없는

    허상 속의 사랑이 아닌가 하는 허황된 망상을

    해봅니다. 108번뇌도 사랑의 아류亞流?

    오랫만에 임 시인님의 글을 맛보니 꿀맛입니다. 

     Biter 즐감하고 물러갑니다.^*^

    *'가랭이 별곡' 다시 올려주실 수 없나요?

      은유와 형용어구가 많아서 좋았어요!!! 

  • keyjohn글쓴이
    2022.6.5 14:12 댓글추천 0비추천 0

    '온도가 없는 허상 속의 사랑'

    이 대목에서 그리 단정하지 못한 제 양심이 덜컥하니 발길을 멈추네요.


    젊음은 사랑과 성욕의 혼동 속에서 쉬 흘러가고,

    육체가 시들해지면서

    예술이나 종교에서 만나는 사랑은 어쩐지 불구 같다는 생각도 듭니다.


    '꿀맛'이라는 찬사에 감사에 감사를 더 합니다.

    '가랭이 별곡'의 은밀한 표현에 미련이 남으신 걸 보면

    종우님은 영육이 젊으신 것으로 감히 사료됩니다 ㅎㅎ

  • 사랑과 증오와 번민이라는 삼각지대의 생활권 가히 짐작이 갑니다.

    허지만 고발하고 증언하는것은 사랑과 증오의 궤도와는 별도로 생각됩니다.

    똑같은 예는 아니지만 '사랑하기에 매를 든다'라고 말이 있듯이 잘못은 일단 헌법안에서 정죄되어야지요

    요즘 세상에 매를 함부로 들 수 없지만서도요.

  • 강창오님께
    keyjohn글쓴이
    2022.6.5 20:38 댓글추천 0비추천 0

    일주일 내내 훔치는 자들을 향한 증오의 끝을 맛 보다가

    감히 사랑과  용서를 입에 담는 부조리를 끌어 안고 20년을 살았습니다.

    달러 물건 잃어 버리고 잠을 설치던 초보장사 시절에 비해

    지금은 양반되었답니다.

    백달러 물건 잃어 버리고도 '비자발적 도네이션'이라 위안하고 쉬 잠든 답니다 ㅎㅎ.

    어서 은퇴하고 시니어 대학에서 노닥거리는 상상을 자주 한답니다 .

  • 사랑은 성경 속에 갇혀있고

    증오가 넘쳐나는 가게에 님의 계심을 알아차렸을때

    왠지 미안한 마음이 드는군요


    또한 종우님의 온도가 없는 허상속의 사랑 이란 표현에서도

    주춤 생각이 복잡해지고요


    과연 사랑의 실체와 증오와의 간격이 얼마만큼 좁아져야만 우리가 

    느낄수있는 안온함에 다다를수 있을지를 다시 생각해봐야겠네요

    덕분에 저의글도 돌아보게 됩니다   고맙습니다

  • 이난순님께
    keyjohn글쓴이
    2022.6.5 22:22 댓글추천 0비추천 0

    설란님의 측은지심에 괜시리 응석부리고 싶은 맘이 . . ㅎㅎ

    며칠 전,

    덴버에 다니러 간 친구가 눈구경 사진을 보냈는 데, 잠시 설란님 생각을 했답니다.


    언젠가 

    사랑과 증오가 백짓장 차이라는 언어적 의미를 일상에서 실감하게 되는 날이 있을 지. . 아득하네요.

  • 어제는 장례식에 갔다왔어요.

    조문객과 조화, 그리고 눈물이 많은 것을 보며

    코로나는 정녕 우리곁에서 멀어진 걸까? 생각도 해봤지만

    증오 보다는 사랑을 많이 나누고 간 분이구나 생각했었어요.

    스트레스가 증오로 바뀌기 전에 마음을 다스리는 훈련을 하려고요

    임샘도 스트레스 받지 않는 날들이 많아지길 바래 봅니다.

  • 강화식님께
    keyjohn글쓴이
    2022.6.5 22:33 댓글추천 0비추천 0

    우주적인 우연인지

    생과사의 드라마가 연선님 주위를 운명처럼 머무는 듯. . .


    언어로 느끼는 민감함이

    실생활에 이어지는 비운이 비켜가는 편이라

    스트레스 관리는 잘 하는 편 입니다.

    각별히

    문학회에서의 사교와 다변이 

    제 스트레스 해소에 공헌하는 바가 으뜸입니다.


    연선님 손자의 탄생과 함께

    희망과 희락의 앞날을 기원합니다.

  • 내 주의 사랑이 있는 은혜의 강가로 나를 이끄소서

    찬송할 때면 가슴이 벅차오를 때도 있지만

    어느 새

    사랑은 성경 속에 갇혀 있고

    미움은 내 맘에서 들끓고

    사랑과 용서를 흉내내 보지만 그것도 잠시 ...

    어쩜 이리도 갈등하는 마음을 잘 표현하셨는지요


    하지만 우리의 모습은 어떠하던지

    죄인에게도 뜨거운 열애를 보여주시는 주님의 사랑

    그 역설적 사랑에 당도하기 위해

    처절한 유영을 반복하고 있는 우리를

    차마 미워하실 수 없을거라 생각하며 

    위로를 얻습니다


    수준 있는 좋은 글 잘 감상했습니다

  • 이설윤님께
    keyjohn글쓴이
    2022.6.6 10:05 댓글추천 0비추천 0

    램브란트그림 속 '돌아 온 탕아'인 양,

    증오의 화신으로 살다가도 

    그 분의 크신 사랑의 파도에 묻혀

    사소한 저의 분노 쯤은 익사할 것이라는 믿음의 씨앗도 챙겨 두었답니다.


    다행인 것은 날카로운 분노나 증오도

    커피 한 잔으로 녹여 없앨 수 있는  메카니즘을 가지고 있구요.


    '처절한 유영'도 올 여름 시도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언제나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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