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임기정
- 중앙대 교육학과 졸업
- 2000년 도미
- 둘루스 거주
- 애틀랜타 문학회 회원

김기덕을 위한 오마주

keyjohn2020.12.11 17:37조회 수 54댓글 3

    • 글자 크기

악습같은 끼니를 탁한 한잔의 커피로 마무리할 무렵이었지

그의 라트비아발 부고가 전해진 것이.


아무런 이념추구나 신념의 갈등도 없이

히터의 온기와 연말의 애수속에서

나목속 애벌레처럼 내가 연명하는 사이,

그는 발트해의 북풍과 그믐달빛 아래서 

삶의 끈을 놓았다.


'me too'운동의 가해자로 낙인 찍혔다 해도

나는 그의 천재성을 경외하고 질시하는 것을 멈추지 않으리라.


그의 작품 중

'봄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봄'을 편애한다.

기독교의 원죄와 불교의 윤회를 

거부감 없이 버무린 이 작품 이후

나는 그 어떤 영화에도 기립박수를 보내지 않는다.

A4종이 한장에도 미치지 않는 대사와

열손가락으로 헤아려지는 출연자들로

몇겁의 삶을 담아 낸 필름이다.


영화속 삶과 현실을 혼동하는 

관객의 아량없는 이중성과  

그의 오리지널리티와 천재성을 배척하는

필름쟁이들의 냉혹함이 그를 라트비아로 

몰아낸 것은 아닐까?


라트비아의 노래 '백만송이 장미'를 듣는다.

'헤어져간 사람 많았던 너무나 슬픈세상'에

눈물 한줌을 던지고 떠난 그가 벌써 그립다.







 


    • 글자 크기

댓글 달기

댓글 3
  • 영화 감독으로서 쳔재성?이 어느 정도인지는 모르겠으나 성추행과 같은 인권유린, 인간을 자신의 하등 동물로 생각하는 사고에서 영화를 만들었다면 무슨 영화인들 못 만들겠어요. 요즘 조두순이 출옥해서 피해자 가족과 당한 사람의 고통과 불안을 어떻게 누가 지켜줄까요? 가해자가 사라지지 않는 한, 게속 문제가 되리라 생각해요. 봄,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봄? 이라고 했나요?

    미국 영화에서도 오계절이라고 있었던 걸로 알아요. 명예나 지위가 높을수록 인간은 오만해지죠. 그것을 다스리지 못하면 평민보다 비참한 최후가 있음을 알아야겠죠.

  • 이경화님께
    keyjohn글쓴이
    2020.12.14 12:27 댓글추천 0비추천 0

    삶은 거시적으로는 비극에 가깝다지만,가끔 이를 드러내며 눈부시게 웃을 수 있는 순간이 있어 살만 하듯이

    인물이고 상황이고 전체적으로는 저열하다해도

    그것들의 빛나는 순간을 취하는 것이 건실한 삶의 자세라고 여깁니다.

    다른 말로 내 에너지를 부정적인 것들을 타도하고 학대하는 데 소모하고 싶지 않습니다.


    어째 부정한 피붙이를 비논리로 감싸고 드는 수치심같은 감정도 숨길 수는 없네요.


    온라인으로 나마 생각을 나누게 되어 방가 방가.

  • 하고 싶은 말 하늘만 하니 눈 감을 수 밖에........
번호 제목 날짜 조회 수
162 송년 소고5 2019.12.09 86
161 늦여름 소묘5 2021.08.27 40
160 나의 시네마 천국5 2020.02.12 89
159 베가스 유람 혹은 유감5 2020.01.24 67
158 오늘을 산다5 2017.10.06 58
157 뒤로 걷기5 2018.05.26 72
156 cloudline5 2020.01.12 69
155 정답은 없다5 2017.05.04 52
154 불편한 평화5 2022.03.22 43
153 시신 단장사5 2017.05.05 54
152 스모키 마운틴 기행5 2017.02.05 57
151 냄새4 2017.03.30 55
150 시작 그리고4 2015.02.12 142
149 면 도4 2020.12.21 50
148 전화기를 바꾸고4 2018.02.03 38
147 오늘도 드라마4 2016.04.17 95
146 겨울 단상4 2018.12.15 82
145 선인장4 2015.08.14 65
144 Deep4 2020.08.20 65
143 식구4 2021.10.10 30
첨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