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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기정
- 중앙대 교육학과 졸업
- 2000년 도미
- 둘루스 거주
- 애틀랜타 문학회 회원

뒷담화

keyjohn2017.09.18 17:59조회 수 49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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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최초의 뒷담화는

어머니 젖의 양이 충분치 않다고

아버지보며 칭얼거리던 것이 아니었을까?


지인과 만나 차를 마시며

가족들 안부를 하고,

통장 잔고를 펑튀기해주지 않는 경기를 탓하며

한국과 미국 동맹의 견고함을

기원했다.


찻잔의 차가 아직 반이나 남았는데,

누가 먼저랄 것없이

서로가 아는 한사람을 도마에 올렸다.


혓바늘을  날카롭게 세워

그의 성과를 벗겨 내리고,

모임에서 그의 업적도

다른 의도가 숨겨져 있는 것이라

서둘러 결론지었다.


도마위 난자질이 무참할수록

우월감에 취하고,

천박한 만족감에 낄낄 거리며

우리가 실제보다 더 괜찮은 사람이라며

자위했다.


식어버린 차로 간간히 목을 축이며

그의 사소한 장점을 열거하며,

우리가 그리 잔인한 축들은 아니라고

위안도 하며...


어느 날 나와 만난 당신이

내 미소의 끝에서 약간의 비굴함을 찾았다면


내 차례가 아닌데도

서둘러 차값을 계산하는 손끝의

 작은 떨림을 놓치지 않았다면 


용서하세요.

당신이 '그 날' 도마위의 생선이었답니다.

잠깐 우리의 안주가 되었답니다.

  

다시 한번 용서하세요.

그리고

저를 아는 누군가와 사교에서

저를 기꺼이 도마에 올리세요.

난자질에 포를 떠도 괜찮습니다.


어느날 사교에서

역시 절보고 함박 웃음을 날려주시면

그걸로 됩니다.


그렇게 서로 채무감 없이

모기지 페이오프한 기분으로 살자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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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름의 크기 조송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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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1
  • 모두가 다 그렇게 사는군요

    그래도 임시인님은 절제 하실줄 아시네요

    저는 방금도 한바탕 열을 올렸습니다

    열을 올릴 때는 몰랐는데

    뒷끝은 찜찜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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