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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기정
- 중앙대 교육학과 졸업
- 2000년 도미
- 둘루스 거주
- 애틀랜타 문학회 회원

시신 단장사

keyjohn2017.05.05 13:54조회 수 54댓글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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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드처럼 자르르 윤기가 흐르고
치렁 치렁하던 머리는 
허수아비 혼자 지키는 늦가을 수수밭처럼
마르고 부석해진지 오래

수정에서 유리였다 
우유빛으로 변한 눈동자는
오믈렛처럼 얇은 눈거풀속에서 안식

밀랍처럼 진득 하고
꽃잎처럼 파르르 하던 입술은,
남겨진 반죽처럼 
바삭해져 합죽이

더 아래로는 내려가지 않으렵니다

넝마같은 뱃가죽이랑
요트 돛 라인처럼 매혹적이던
허벅지에서 종아리로 이어지던 날렵한 선은
뒷마당에 쓸모없는 빗자루처럼 말라 비틀어져
부질없네요.

검은 머리 가발을 씌우고
붉은 연지를 바르고
아이보리 드레스를 입히고
이제 당신을 떠납니다.

이 안치소를 떠나면
혹시 산 언저리에서 바람으로 만나더라도,
저 강둑에서 안개로 만나더라도
당신을 모르는 걸로 할게요.

당신이 사랑하고, 당신을 그리워한 자들의 안위도
전하지 않을게요.

나는 시신 단장사일 뿐이니까요.




*시작노트
'시신 단장사'라는 직업이 있다고 해
상상속에서 그 역할을 해봤습니다.
일년전 세상 뜬 동네친구 시신도 떠올리면서...
이러다 미치는구나 하는 생각도 드네요.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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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5
  • 와 ! 놀라운 상상력 ...

    의아하며 읽다가 아하 ! 속았구나 단장사 였구나  ...


  • 왕자님께
    keyjohn글쓴이
    2017.5.5 17:12 댓글추천 0비추천 0

    배우, 혹은 스타를 소재로 구상 중입니다.

    선배님의 표정, 만남에서의 태도, 사교 등에서

    나름 영감을 모으고 있습니다.


    저의 favorite 장미희도 그 가운데 있구요

  • 그녀를 좋아해요?  언제인가 만나면 아틀란타에 기정씨를 소개해야지 ...

     너무 자신을 꽁꽁 싸메고있는 녀 ...


  • 왕자님께
    keyjohn글쓴이
    2017.5.5 17:44 댓글추천 0비추천 0

    '적도의 꽃'부터 팬이 되었는데

    약간의 가식적인 웃음과 제스쳐, 들떠 있는 음성등이 비현실적이고 매혹적이었어요.

    사춘기 때의 열기는 가셨지만

    그 녀의 학력 스캔들도 다 용서하고 살아요.

    아마 그녀가 세상을 뜨면 며칠은 진토닉을 얼음없이 마실 듯해요.

    내가 먼저가면 할 수없구요.


    마누라가 이것보면 

    철딱서니 없다고 혀를 차겠지요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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