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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기정
- 중앙대 교육학과 졸업
- 2000년 도미
- 둘루스 거주
- 애틀랜타 문학회 회원

휴스톤 그리고 샌디 누나

keyjohn2017.08.30 09:33조회 수 52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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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학을 맞아 평택 할머니 집에 놀러가면

세들어 살던 샌디누나와  미군 남편은

나를 물고 빨았다.


샌디누나의 향긋하고 달콤한 분냄새는 좋았지만

남편의 겨드랑이 냄새와 디오도란트 향이 섞인 냄새는 거북했다.

그래도 초코릿과 눌린 옥수수에 설탕을 잔뜩 바른 씨리얼의 유혹 때문에  

방학을 고대하던 소년 시절이었다.


그후 남편따라 텍사스로 간 샌디누나는

내가 좋아하는 씨리얼이랑 달라스 카우보이 치어리더의 사진을 보내왔고,

늦도록 아이도 없고 이혼 후 혼자 산다는 이야기를

할머니를 통해 들었다.


잦은 중절수술 후유증이 불임을 초래했다는 이야기는

내가 더욱 자라서 알게 되었고,

귀요미상도 아닌 나를 물고 빨았던 것도 설명이 되었다.


미국종속형인 남한의 정치현실을 이슈로 여기던 청년시절엔

샌디누나의 비극은 역사의 산물이라며 분노를 품기도 했었고,

콩그리쉬의 달인인 샌디 누나의 수월한 정착을 진심으로 기원했었다. 


허리케인 하비가 텍사스를, 휴스턴을 쓰러뜨려

빗물에 담궜다.

일년치 비가 하룻만에 내렸으니

자연은 휴식처이자 악몽의 다른 이름이다.


낙천적인 맥주배 남자는 안방까지 침입한

물고기를 잡아 들고 망중한을 즐겼고.

요양원의 휠체어 노인들은

가슴까지 물에 잠긴 체 구조를 기다렸다.


세월은 나를 초로의 문턱에 데려 왔으니,

샌디누나는 지금쯤 꼬부랑 할머니가 되어

아무런 기대도 없이

허름한 요양원에서 사경을 헤맬지도 모른다


하루 하루가 축복이며

연명이 최고의 미덕이라는

근거없는 덕담을 샌디누나에게

전해본다.


Cheer up Hust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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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착 (by keyjoh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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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2
  • 친구

    샌디누나에겐 저말 친구가 귀요미였을겁니다,

    기정씨 은근 귀여워요.지금도

    안락의자채 구조되는 시니어님들을 보며 몇명의 구조대원이 애쓰는 모습을 신문에서 보며 장수가 축복만은 아니구나 싶네요

    오래살더라도 덜 아프고 내정신으로 살아야 축복일듯 그쵸?

  • 송정희님께
    keyjohn글쓴이
    2017.8.30 15:03 댓글추천 0비추천 0

    매일 먹는 먹거리, 조금씩 하는 운동이 사실은 노후에 나타나는 거라서

    갑자기 관리한다는 것에 무리가 있는 듯해요.


    다행히 일하는 동안에도 내 공간이 있어서

    매일 하는 간단한 운동덕에

    중년배 관리는 되는 것 같아 만족하며 삽니다.


    스트레스 관리 잘하세요.

    글쓰는 것이 도움이 되리라 믿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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