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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기정
- 중앙대 교육학과 졸업
- 2000년 도미
- 둘루스 거주
- 애틀랜타 문학회 회원

Super Bowl 유감

keyjohn2017.02.09 17:17조회 수 54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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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수년 미국생활 중

처음으로 Super Bowl을 보았다.


한번 공격에

한, 두점 많아야 삼점을 획득하는

경기에 익숙한 내가

갑자기 십점차도 역전하는

경기방식도 낯설지만,

그라운드를 종횡무진하는

크고 육덕진 헤라클레스들을

보면서 육체적인 열등감을 확인하는 것도

기피 사유 중 하나라면

너무 유치한가?


팔콘스가 28점으로 앞서가자

함께 일하는 드니스에게

축하 메시지를 보냈더니

자기 남편에게 맥주 그만 마시라고

전화 좀 해달란다.


30초에 5백만 달러지불하는

광고를 보는 재미도 잠깐!

Halftime show를

뒤마려운 강아지처럼

기다렸다.


70미터 높이에서

케이블에 의지한 체 노래하며

아스라히 불빛 사이로 점프하는

레이디 가가 쇼를 보며,

'프로구나' 하는 경탄과

'먹고사는 게 참으로 쉽지 않다'는 생각을 했다.


지상으로 안착한 레이디 가가 는

근육질 무용수의 팔에 수평으로 안겨 호흡을 유지하며

은갈치 무대복에 자꾸 붉은 립스틱을 비벼댔다.


건각에 참치 살처럼 붙은 근육을 튕기며

이집트의 여왕처럼

족히 50명이 넘는 백댄서를 거느리고

피날레 곡을 마친 레이디 가가는,

마이크를 땅에 내동댕이치고,

볼을 패스 받아 무대에서 장렬하게 낙하했다.

순간

쇼를 호스트한 펩시가 'P E P S I'로 하늘에 별을 만들며

소진하고 조금 남은

엔돌핀을 마져 쥐어 짜 주었다 .


경기도 인생도 참으로 모를 일이다.

어찌하여 열광과 환호와 심장의 축포는

한순간 한숨과 탄식과 가슴 떨림으로

사그라 드는지....


조금씩 팔콘스를 따라 잡던 페트리엇은

탐 브래디의 활약에 파죽지세로 무너지고 말았다.

NFL사상 첫 연장전,

최다 점수격차라는 익모초 같은 기록을 남기고...



맘 속에 배반의 악마가 자라고 있었는지

갑자기 객석에서 머리를 감싸고

허망에 하는 팔콘스 팬들을 보면서

통쾌함이 구제역 걸린 소입에서 흐르는 침처럼 

내 맘 구석에서 질질 새어 나온다.


어쩌면

팔콘스를 응원하던 열기는

가식이었고,

애초에 누가 이기든

난 상관없었는지도 모른다.


단지 한 여름 밤의 꿈처럼

애틀랜타 사람들의 들 뜬 열기에

잠깐 감염되었던 건 아닐까?...


*https://www.youtube.com/watch?v=txXwg712zw4에 접속하면 내 엔돌핀을 짜 준

레이디 가가 쇼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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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한 평화 스모키 마운틴 기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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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1
  • 글 넘 재밌게 읽었습니다.공감이 가고 통쾌하기까지 ㅋㅋㅋ

    그 신나는 공연을 실제로 보셨다니...

    글구 제 졸작에 댓글 정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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